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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힘껏 끌어안았다 - VOGUE 김지수 기자의 인터뷰 여행
김지수 지음 / 홍시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제목부터 나의 시선을 끌었다. 요즘 나는 조금 외롭다.
이제 일년 반이 남았다. 서른이라는 나이가. 요즘은 골드미스가 많다고 하고 결혼의 평균연령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그래도 나도 남들처럼 사랑하고 연애하고 결혼하고 예쁜 가정을 꾸리고 싶은 이십대 후반 여성이다.
게다가 올해는 제일 친한 친구 두명이 결혼을 한다고 날을 받아두었다. 왠지 나는 평균이하인 것 같은 기분에 살짝 쓸쓸하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였다.
결혼이 하고 싶어 안달 난 것은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보다 내가 늦게 살아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하고 아직은 혼자 무엇을 즐길 줄 모르는데 무엇인가를 함께 하고 싶어도 함께 사람들이 점점 줄어드는 것 같은 생각에 외롭기도 한 날 이 책이 내 눈에 들어왔다. 지치고 외로운 나를 힘껏 끌어안아줄 것 같은 따뜻한 책인 것 같아서.
VOGUE 김지수기자가 지금껏 사람들을 만난 이야기들을 글로 옮겨놓은 책이었다. 그녀가 만난 사람들은 각계각층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다. 그만큼 인터뷰의 내용도 다체롭다.
틀에 박혀있지 않는 이런 책들에게서 무슨 지식을 얻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사람들도 있을 테지만 난 책을 읽는 목적이 꼭 지식의 습득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서적으로 순화되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 다른 방향으로 생각의 전환을 할 수 있는 것도 독서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조급하게만 살아가서 너무 팍팍한 일상을 사는 나에게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평범한 가정주부였고, 은행, 슈퍼를 오가는 일상을 살아가던 김영미 다큐멘터리 프로듀서 김영미의 이야기를 읽으며 이혼을 하고 인생의 위기를 맞은 시점에서 위험하다는 이라크로 떠날 생각을 어떻게 했을까? 이런 생각이 드니 그녀의 용기에 감동하고, 나도 그런 용기로 인생을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를 직접 만나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용기를 배울 수 있었으니 이 책이 나에게 헛된 것은 아니다.
이민 1.5세대로 가난한 가정환경이었지만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와서 이른 나이도 아니고 빼어나게 아름다운 외모도 아니지만 자기만의 연기로 당당하게 여우주연상을 받은 김윤진. 그에 만족하지 않고 다시 미국으로 날아가 신인처럼 에이전시를 돌아다니고 오디션을 보고 지금은 당당하게 로스트의 멤버로 성공한 그녀. 그녀의 도전정신.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삶에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 조용하고 온화한 카리스마를 가진 고현정. 신데렐라처럼 왕자님을 만나 유리성으로 들어가 10년이 넘게 나오지 않은 그녀. 그러나 그녀는 유리구두를 과감히 던져버리고 세상밖으로 나와 드레스를 벗고 일반인이 되었다. 아니 연기자로 돌아왔다. 공백기간이 믿어지지 않을만큼 빠르게 적응하며 우리에게 다가가기 편안한 연기자 고현정이되었다. 소탈하고 털털하고 어딘가 빈틈도 보여 까탈스럽지 않은 여자가 된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연기에서는 남들이 따라할 수 없는 그 무엇가가 있다. 웃는 얼굴속에서도 자신만의 소신을 지키고, 옳고 그른 것을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카리스마가 그녀에게 있다. 나는 그녀의 우아함과 당당함을 배우고 싶어졌다. 어쩌면 저렇게 예쁜데, 소탈하기까지하고 게다가 온화한 카리스마까지 가질 수 있을까. 대단한 그녀다.
한편으로 부러워지는 부부의 인터뷰도 실려 있다. 연주자 백건우님와 배우 윤정희님. 잔잔하고 의좋게 25년을 넘게 사셨단다. 나도 좋은 사람을 만나 저렇게 서로 서로 닮아가며 같은 추억을 만들어가며 함께 인생을 살고 싶다. 그렇게 함께 늙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5년을 넘게 살았지만 어제 갓 결혼한 것처럼 서로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나는 사랑스러운 부부로 말이다.
또 한 부부는 꼭 이 부부는 늙으면 백건우, 윤정희 부부처럼 될 것 같은 젊은 부부가 있다. 바로 션과 정혜영부부다.
처음 두 사람이 결혼한다고 하였을때는 나는 솔직히 정혜영처럼 예쁜 배우가 왜 전혀 건전하지 않을 것 같은 션이라는 힙합가수랑 결혼을 할까 의아해했지만. 역시 사람은 겉모습만 보고는 모르는 것이다. 겉으로는 노란염색머리에 영어랩만 하는 날라리 가수처럼 보였겠지만 누구보다 가슴속에 사랑이 많은 순수한 남자가 바로 션이었다. 이 두부부는 연예계에서 선행을 가장 많이 하며 지금도 한달에 400만원정도를 기부하고 있으며 CF를 찍어 광고비를 받게 되면 어디에 기부할까를 의논하는 사람들이 되었고, 세아이의 부모가 되어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살고 있다.
이 밖에도 이 책에는 많은 사람들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있다. 모델이자 가수인 장윤주, 삭발의 현대무용가 안은미 등 우리가 직접 만나기는 힘들고 조금은 특별한 삶을 살아 주변의 주목을 받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평범한 이야기다.
그런 이야기들 속에서 내 삶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시계는 언제나 시간을 알려주지만, 누구나 다 똑같은 인생의 시계를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 삶에 대해서 조바심을 갖기 보다는 하루하루 열심히 살면서 내 삶의 시간들을 채워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니 조금은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이 책은 나에게 여유를 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