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착한 밥상 이야기 - 거친 밥과 슴슴한 나물이 주는 행복
윤혜신 지음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기전에 우리집 밥상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아직 나는 미혼인 관계로 엄마가 주로 식사준비를 하신다.
내 식성은 다행인지 편식하는 것이 없다. 물론 조금 더 좋아하는 음식과 조금 덜 좋아하는 음식이 있을뿐이지.
그래서 엄마는 편하다고 하신다. 그리고 채식을 좋아하는 편이고 과일도 엄청 좋아한다.
엄마는 건강을 생각해서 늘 잡곡밥을 하신다. 우리집은 365일 잡곡밥을 먹는다.
그것도 30곡자리 잡곡밥이다. 쌀까지 포함하면 31곡인가?
나는 나물도 좋아한다. 취나물, 시금치나물 등등. 특히 열무김치를 걷져 고추장을 넣고 쓱쓱 비벼 참기름 몇 방울 떨어뜨려서
먹는 것도 아주 좋아한다. 물론 거기다 구수한 되장찌게가 있다면 금상첨화이다.
이렇듯 나는 요즘 젊은 시대와는 조금은 거리가 있는 시골식성(?)이다.
엄마는 늘 말씀하신다. 너는 시골가서도 농사지어서 잘 먹고 잘 살겠다라고.
이 책을 접했을 때는 요리서적인 줄 알았다. 착한 밥상이란 건강하고 검소한 밥상일 거라고 생각하고,
그런 밥상에 오를 만한 요리들을 소개해주는 책이 아닌가 했었다.
그러나 읽어보니 요리서적인 동시에 저자의 수필인 것도 같았다.
음식에 대해서 자신의 일상을 살면서 느낀 느낌이나 생각, 그리고 어린 시절을 추억등을 편안하게 풀어놓았다.
읽으면서 꼭 시골에 평상에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는 기분이 들었고 편안했다.
군데군데 나오는 사투리들도 맛깔났다.
그리고 내가 요리재료로 생각할 수 없었던 것들로도 멋진 요리가 된다는 것도 알려주었는데, 민들레 장조림같은 요리는 민들레를
먹기도 하는 구나 싶었고, 박하지게장은 박하지가 뭐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박하지라는 음식재료가 있는지도 처음 알았다.
요리는 자신이 먹기위해서도 하지만 다른사람에게 대접하기 위해서 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내가 먹으려고 요리는 거의 하지 않지만 친구가 온다거나 하면 나름대로 솜씨를 발휘해서 요리를 하곤한다.
한식요리사 자격증을 취득할 때 배운 요리도 곳곳에 나왔고, 같은 재료로 같은 요리지만 다른 재료를 더 첨가하니 새로운 요리로 탄생하는 것 같다.
이렇게 요리는 정성이 반이라는 말을 알게 해준다. 이 책을 보면 정말 착한 밥상은 만드는 사람의 정성이 착한 밥상을 만드는 것 같다.
요리법만 알려줄 것이라는 나의 선입관을 깨고 잔잔한 옛 시골 추억도 상상하게 해주고 우리 주변의 소소한 일상들의 소중함도 알게 해주었다.
글쓴이가 도시생활을 접고 시골로 내려가서 찾은 것은 여유과 부지런함이 아닐까?
어쩌면 두 가지의 의미가 전혀 다를 수도 있다. 하지만 시골생활이라고 해서 늘 한가하지는 않다는 것을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늘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야 무엇인가를 얻을 수 있다. 그것이 우리 도시생활자들처럼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곳에 있어야하지는 않지만
자신이 자신의 생활을 직접 디자인하여 여유와 부지런함을 공존할 수 있게 해야 시골생활의 참의미를 찾는 것 아닐까?
책의 중간중간 삽입된 평화로운 풍경들과 글쓴이의 여유가 묻어나는 표정들, 그리고 맛있는 요리사진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였다.
요즘은 이런 책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여행정보를 알려주면서 에세이적인 느낌이 난다거나 이 책처럼 요리책인 듯 하지만 에세이적인 느낌도 나고,
여러 장르가 복합된 다양한 서적들이 출간되고 있는 것 같다.
자칫하면 이도 저도 아닌 책이 될 수 도 있지만 이 책은 그 중심을 잘 잡고 있는 듯하다. 음식, 밥상이라는 주제에 맞는 글쓴이의 추억이나 생각들을 에세지적으로 편안하게 누구나 잘 읽을 수 있게 씌여져 있고, 그속에서 욕심을 버리고 작은 것에 감사하자라는 메세지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보너스로 정말 몸에 좋은 착한 밥상위에 올라갈 만한 요리방법도 알려주고 있어서 버릴 것이 없는 좋은 서적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