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평선 너머
벤자민 마이어스 지음, 최리외 옮김 / 다산책방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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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외국소설을 읽어보았다. 이 책을 보았을 때는 첫 느낌은 표지에 대한 이끄림이 있었다. 그래서 선뜻 무슨 내용인지 굳이 알아보지도 않고 읽기 시작했다. 그만큼 표지를 보고 끌어당기는 무엇을 느꼈나보다. 그러나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가서 솔직히 끝까지 읽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이 책은 탄광촌을 나온 소년 로버트가 바닷가에서 낯설지만 친절한 어른. 노부인 덜시를 만나 인생에 대해, 세계에 대해 다른 시선을 발견하는 이야기이다. 나는 표지속이나 황인찬 작가의 추천사를 읽고 짐작한 내용은 한 소년의 일대기정도였는데, 이 책은 로버트가 덜시 부인의 집에 머무르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그 속에서 자신의 삶에 대해서 새롭게 생각해보는 이야기였다. 로버트 인생의 서사가 아니라 탄광촌 소년 로버트의 이제 인생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생각들을 섬세한 표현들과 함께 풀어놓은 책이었다.

배경이 제2차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영국을 배경으로 한 만큼 전쟁의 포화로 힘들고 지친 삶에서 전쟁과는 상관없을 것 같은 평화로운 바닷가 덜시의 집과 그 주변을 배경으로 씌여진다.

처음에는 이런 셈세한 묘

사와 표현들이 익숙하지 않아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고 이야기의 스펙타클한 전개가 없어서 다소 느슨하게 느껴져서 힘들게 읽어내려갔지만 점점 로버트의 변화되는 생각과 감정을 공유할 수 있어 후반부로 갈수록 속도가 붙게 읽을 수 있었다.

p. 126

"그럼 일기장은 갖다 버리고 달력은 불태우고 시계는 부숴버리자꾸나. 대신 오늘이 무한하다고 여기자. 하늘이 어둑해지고 부억이가 우는 소리로 가늠되는 그런 하루 말이야. 내 말은, 시간을 잔뜩 비웃자고. 시간이란 결국 포획되고 통제하가 위해 우리가 자진해서 세운 임의적인 경계의 다발을 뿐이니까. 오늘이 영원히 흘러가도록 내버려두자, 로버트. 우리가 지금 뭘하고 있는지 알겠어? 인류를 결속시키는 바로 그 기반을 뒤엎고 있는 거야. 쇠사슬을 벗어던지고 있는 거라고. 엄청나지 않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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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적인 표현들은 소설을 읽지 않으면 정말 접하기 힘든 표현들이다. 시간을 잔뜩 비웃으며 임의적 경계일뿐이다. 이 책은 이런 표현들로 가득차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시간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생각보기도 하였다. 시간이라는 것 무엇인지.

시간을 아껴쓰고 시간은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현대인들은 24시간을 48시간처럼 살길 강요받는 대한민국에서 시간은 우리를 통제하기 위해서 우리 스스로가 만든 경계라니...생각의 전환이 되는..

p.134

"그게 꼭 나쁜 건 아니야.인생을 계획하는 젊은이야 말로 불쌍한 존재지. 계획은 우연히나 뜻하지 않는 행운이 생길 여지를 거의 남겨두지 않으니까. 게다가 사람은, 제대로 된 사람이라면, 끊임없이 변화하잖니. 주변 세상도 마찬가지지고, 가족의 기대나 전통에 짓눌러 살아가는 사람들은 얼마나 불행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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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분에서 로버트는 탄광촌의 아버지를 떠올리지 않았을까. 아버지가 처음부터 탄광촌에서 일하기를 원한 건 아니었을텐데 로버트 자신도 당연히 아버지처럼 탄광촌에서 일해야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그래도 용기를 내어 떠나온 로버트에게 칭찬해야할 것 같아요. 이 부분을 읽으며 문득 저도 저희 아이들에게 너무 계획적으로 살아가길 강요하고 있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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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오랜만에 문학책 한 권을 읽어 내었다는 사실에 만족하기로 하였다. 40대가 지나가면서 점점 실용서적 위주로 읽다보니 문학책은 읽지 않게 되었는데 오랜만에 300페이지가 넘는 문학책을 읽으며 초반부에는 생소하여 읽어내기 힘듬을 겪고 참아내며 중후반부가 되었을 때는 문학적 수려한 표현들을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문학은 시대가 아무리 흘려도 인간의 창조성을 증명하는 분야가 될 것 같다. AI가 쓴 문학작품을 창작물로 볼 것인가를 두고 여러 의견이 분분하지만 결국 문학은 인간만이 창조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표현들이 인생과 문학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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