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태주시인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몽글몽글 해진다. 표지처럼 마음 가득 위로와 행복을 채워주는 풀꽃시인 나태주의 다정한 시 151편이 실린 시집 [아무래도 봄이 다시 오려나 보다]가 출간되었다.
표지도 너무 평화로운 들판을 손잡고 걷는 두사람. 그리고 아늑한 그들의 집이 보인다.
시는 다른 문학과 다른 특별함이 있는 것 같다. 짧은 글 속에 담겨지는 감성들은 시를 쓴 시인과 독자가 느끼는 바는 다를지 모르겠지만 그 나름대로의 매력으로 다가오는 문학인 것 같다.



총 5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장마다 제목 또한 시처럼 아름답고 감성적이다.
1장 그대는 봄, 겨울이라도 봄 . 2장 하늘의 별에게 길이 있듯이. 3장 천천히 아내 이름을 길게 불러보고 싶다. 4장 마음만은 그 자리에 나란히 세우두기로. 5장 좋은 사람 한 사람 ㅊ ㅏㅈ아온 날에
풀꽃시인 나태주시인님의 언어적 표현이 일상을 바쁘게 살다 하늘 한 번 올려다 볼 생각조차 못한 나를 톡톡 깨워주는 것 같다.
잠시 가을 하늘 올려다볼 여유를, 길에 떨어진 가로수 단풍이라도 바라볼 여유를 가져도 된다고 그렇게 종종대면서 뛰어다니지 않아도 다 잘 될거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마음이 뭉클해졌다. 한해가 다 지나가는 요즘 나도 모르게 힘들어지고 있었나보다.
시 한 편, 한 편이 모두 따뜻하고 평화롭고 안정감이 들지만 그중에서도 내마음을 파고드는 시들이 있었다.




[봄인 너에게] 봄이 천천히 와도 된다고 씌여있지만 나는 이 시를 읽으며 뛰지 않아도 걸어도 걷는 것도 힘들면 앉았다가 쉬었다가 다시 와도 된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요즘 내가 여러 가지 일로 마음도 몸도 힘들다보니 그렇게 생각되어지는 건지. 어차피 시라는 건 독자의 감성에 따라 매번 다르게 느끼는 거니 내맘이다. ^^
[딸에게 주는 시]는 읽고 느낀 점이 많았다. 나도 세 딸을 둔 엄마이다. 요즘들어서 아이들에 대한 생각의 방향을 많이 바꾸러 애쓰고 있다. 학업이 전부가 아니다. 그걸로 스트레스나 부담을 주지 않아야한다는 생각을 의식적으로 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내가 살아온 방식을 투영해서 부모된 심정으로 후회가 남지 않고 나보다 나은 인생을 살기 바라는 마음이 학업에 대해 지나치게 강조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드는 요즘이었는데 이 시를 읽고 반성도 되고 아이들에게 미안함도 들었다.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났어도 각지 다른 개성을 지닌 아이들을 너무 나의 기준에 맞게 키우려고 다그쳤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이 아무리 냉혹해도 아이들은 각자의 삶의 방식대로 만족하면 살아 나갈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아이들을 믿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시였다.
[화양연화], [우체동], [점점 혼자다]라는 시는 나도 이제 40대 중반이다.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책임과 의무감으로 가득한 나이가 아닌가 한다. 40대의 중간점을 지나 이제 40대보다 50대가 더 가까워져 가는 나이다. 아직 50대라고 하면 선뜻 실감도 나지 않고 멀게만 느껴졌는데 이제 꼭 중간지점을 돌아 50대 도착점에 더 가까워져 가는 느낌이 들어서인지 이 세 편의 시가 와 닿는 듯 하다.
책임과 의무감이 드는 역할을 완벽하게 잘 해내야 한다는 생각에 조바심을 들었는데, 완벽하지 않아도 좀 모자라도 실수해도 괜찮지 않을까. 이제 이 나이면 뭔가 어른으로 완성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아직도 서툰 10대, 20대처럼 그럴 수 있지 않은가. 나도 40대는 처음이니까. 누구나 처음이니까. 마음을 달래주는 시들이다.
이 책은 나태주시인의 기존 시집들처럼 포근하다. 엄마품처럼 말이다. 아이들을 키우며 직장생활을 하며 아니면 일상생활을 하면서 여유를 가지 힘든 요즘 사람들에게 차 한잔 하며 시 한 두편쯤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답답했던 가슴이 시원하고 신선한 공기가 들어와서 개운하게 해줄지도 모를 일이다. 나태주 시인님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