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루 10분 100일의 명화
이윤서 지음 / 더블:엔 / 2025년 8월
평점 :

나는 전생의 화가였을까. 그림을 보면 그냥 마냥 좋다. 그림, 미술에 대해선 전혀 문외한 이며 미술사적 지식도 거의 없다시피하다. 그래도 이런 미술관련 서적을 보면 손이 가서 읽는 편이다. 읽으면서도 얼마나 즐거운지. 명화도 보고 명화에 대한 설명도 읽고.
그러나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너무 전문가적인 깊이로 씌여진 책들은 읽어내기 어렵기도 했다.
이 책은 너무 너무 친절하고 사랑스럽다. 나와 함께 미술관을 방문해 내 옆에 꼭 붙어서 팔짱을 끼고 그림에 대해서 귀에 대고 속삭여주는 듯한 설명이 되어있다.
이윤서 작가님이 미술교사 경력이 있다고 하니 정말 학생들을 가르치는 느낌으로 쓰신 걸까 싶은 생각이 든다.
이책은 하루에 한 그림씩 보고 읽으면 100일 동안 100점의 명화를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명화에 대한 설명도 한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는다. 명화에 대한 설명도 어렵지 않고 쉽다. 전혀 그림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들도 충분히 읽을 수 있고, 초등고학년부터 읽기에도 어려움이 없다.
총 5부로 이루어져 있으며 화가의 시선,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인생의 파도, 정답이 없는 질문들, 당신이라는 우주라는 소제목을 달고 분류되어 있다. 서양명화 작품만 아니라 우리나라 민속화도 있어서 색다름을 느꼈다. 정말 책에서처럼 하루 10분, 하루 한 작품 그림이 쉬어지는 미술교양입문서이다. 정말 그림은 어렵지 않음을 이야기해준다.
옛날부터 예술을 하면 가난하다고 하였다. 또는 예술은 부자들의 취미생활이라고도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예술이 고대부터 지금까지 인간이 보고 듣고 그리고 연주하고 움직이는 모든 예술활동들이 이어져오는 까닭은 예술은 인간을 풍요롭게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배가 고프지만 그래도 좋은 음악, 그림들은 우리의 정신세계를 먹여살리지 않을까.


여러 작품들중에서 내가 좋아하는 진주귀고리를 한 소녀, 그리고 내가 종종 이런 책들에게서 빠지지 않고 접해본 아느놀피니 부부의 초상화가 실려있었는데 제목이 너무 재미있다. 아느놀피나부부의 초상화는 제목을 혼전임신을 했나봐이다. 너무 재미있다. 이 그림은 여러가지 장치가 숨어 있는데 그런 시계에 비친 그림자, 창틀에 놓은 귤, 부부 앞에 있는 강아지, 두 사람의 표정과 시선 등 소개하는 글을 읽으면서 유추해보는 재미가 있다.


서양화만 언급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명화도 몇 작품씩 실려 있는데 그중에서 중고등학교때 배웠던 안견의 몽유도원도와 김홍도의 씨름그림에 대한 설명이 너무 새롭다. 안견이 안평대군과 친밀한 관계였으나 결국 신의를 버리고 목숨을 구했다니 다소 의외이다. 그리고 너무나 익살스러운 그림인 김홍도의 풍속화. 대칭적인 구도를 알고보니 너무 신기하다. 이 씨름판의 승부와 전혀 상관없는 엿장수와 아이의 표정까지 너무 재미있다. 역시 서민의 풍경을 그림에 담은 것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
이 책은 100일동안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서 꼭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되며 그날그날 내가 읽고 싶은 책이나 제목을 보고 골라읽는 재미도 있고 좋아하는 그림은 다른 자료를 찾아보면 더 자세히 심도 있게 화가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다. 그야말로 그림의 입문서로서 역할을 충실하는 책이다.
이윤서 작가님의 전작인 왠지 끌리는 명화 한 점 이라는 책도 궁금해진다. 도서관에서 대출하여 접해보아야겠다. 너무나 사랑스럽고 친절한 미술관련 서적을 만나게 되어 반가웠다.
p.s 100일동안 읽으라고 100일의 명화인데 너무 쉽고 재미있고 친절한 그림설명으로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린 건 안 비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