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꽃 아가
이해인 지음, 김진섭.유진 W. 자일펠더 옮김 / 열림원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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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수녀님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정도로 문학적으로 유명한 분이다. 나도 어릴 때 수녀님의 민들레영토라는 시집을 접해본 적이 있다. 너무 감성적이고 사랑스러운 시구들이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 시는 다른 문학과는 또다른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모든 글들이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끼게 되지만 특히나 시는 더 그러하다. 같은 시를 읽어도 상상하는 것도 느껴지는 것도 다름이... 언어의 연금술을 부린다면 그것이 시문학이지 않을까.

그런데 요즘 현대오면서 점점 시를 읽는 사람들이 줄어들고 그에 따라 시집도 보기 드물게 된 것 같다. 짧은 문장들로 이루어지는 작품속에 녹아있는 감성을 천천히 느끼기엔 현재 우리들은 너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속에 살고 있는 것인지.

정말 표지에서처럼 시들이 언어의 벽을 넘어 마음을 잇는 다리가 될 수 있음을 느낀다. 이 책은 이해인 수녀님의 작품들을 한국어와 영어로 번갈아 실어두었다. 우리나라 한글의 그 느낌과 억양, 뉘양스 그 특유의 감성을 영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가끔 한국드라마에서 사투리나 시대적인 배경을 알고 있어야지 느낄 수 있는 명대사를 영어로 번역한 것을 읽으면 안타까울 때가 있다. 그런데 이 도서에서는 그런 점들을 고려하여 한국어든 영어든 시의 느낌과 감성을 표현하려고 노력한 것이다.

총 4 부분으로 자연, 사랑, 고독, 기도로 나눠어서 주옥같은 시들을 수록해두었다. 이 시집을 읽으면서 굳이 순서대로 읽지 않았다. 목차를 보고 제목이 눈에 먼저 들어오는 작품부터 천천히 읽어보았다. 제목만 보아도 읽어보고 싶은 호기심이 드는 작품들이 너무나 많아서 오랜만에 문학소녀로 돌아간 느낌이다. 이맛에 시집을 읽는 것인데 참 오래만에 느껴본다.

그중 인상깊은 작품들이 몇몇 있는데 [해 질 녁의 단상], [호박꽃], [선인장]이다.

[해 질 녁의 단상]은 읽으면서 나의 힘들었던 어린 시절이 회상되었다. 작품 속의 아이도 꿈이 흔들리면서도 꽃이 피기를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그러나 지는 해를 바라보며 눈물이 핑 도는 이별의 슬픔을 배웠겠지.

나는 밝은 해가 떠오르는 아침보다는 이제 뉘엿뉘엿 해가 넘어가는 노을이 더 평화롭고 좋았다. 그냥 오늘 하루를 무사히 살아내었다는 일종의 안심이 되었나보다. 작품속 아이도 비바람을 견뎌내고 튼튼히 선 한 그루의 나무처럼 어쩔 수 없이 슬픔을 견뎌내고 점점 철이드는 것처럼 그래서 지금은 웃을 수 있게 되어 안심이 된다.

이렇게 한 편의 시가 있고 그 뒤로 해당 시를 영어로 변역해 두었다.

[호박꽃]은 너무 사랑스럽고 따뜻한 시였다. 어릴 적 부르던 동요에서 호박꽃이 나오지 않은가. 호박꽃도 꽃이냐며 놀리지만 노란색 호박꽃은 너무 탐스럽다. 정말 시에서 처럼 순둥순둥한 꽃이다. 까따롭지도 않고 웬만한 근심걱정은 다 묻어줄 수도 있을 것 같은.

그런 [호박꽃]에 비해 [선인장]은 가시가 돋히고 너무 무뚝뚝하다. 그러나 쓰디쓴 목마름이 있는 사막에서도 인고의 세월을 견디고 살아간다. 그러다가 몇 년에 한번 가장 긴 가시 끝에 가장 화려한 꽃 한송이를 피운다. 그래서 사람들이 선인장에 꽃이 피면 행운이 온다고 하는지도 모른다.

이 책은 이해인 수녀님의 특유의 감성을 시로 느껴볼 수 있는 좋은 작품같은 도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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