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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에 곰이라니 2 ㅣ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22
추정경 지음 / 다산책방 / 2024년 8월
평점 :

제목만으로도 호기심을 갖게 하는 열다섯에 곰이라니는 연재물인데 나는 1편을 보지 못했다. 그런데 여기저기 유튜브에서 청소년 추천도서로 너무 아이들이게 인기가 있고 재미있다는 평이 있어서 신간으로 2편이 나왔다기에 기대감을 갖고 읽기 시작했다.
나의 독서취향은 판타지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요즘 초등고학년부터 중등아이들이 어떤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는지도 궁금하여 읽기 시작하였는데 1/3정도까지는 전혀 공감되지 않아서 좀 읽어내려가기 힘들었다.
그런데 중반부를 지나면서 흡입력이 있는 스토리에 빠져들어서 휘리릭 읽히는 것이 너무너무 재밌었다. 재미와 동시에 중간중간 나오는 묵직한 글귀들이 생각에 잠기게 하였다. 사춘기를 앞둔 아이들에게 어떤 가이드를 해줘야할까 이런 의문에 다소 해답을 얻었다고나 할까.
이런 다소 허무맹랑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지은 이책의 작가는 이름이 참 특이한데 특이한 이력도 가지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무역학을 전공한 작가라니. 그런데 그의 필력이 남다른 느낌이다. 전작들에서 [벙커], [언더, 스탠드] 이런 작품은 나도 읽어보았는데 너무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아이들은 사춘기의 아이들로 사춘기가 되면 자연스레 동물화가 진행되고 각자 희귀종의 동물로 변화하다가 다시 사람으로 돌아온다는 다소 엉뚱한 이야기이다. 처음 도입부에는 청해가 돌고래로 변하여 씨돌이라는 진짜 돌고래를 만나는 이야기로 가볍게 시작하는데 중심의 이야기는 섬이라는 아이의 동물화로 인한 이야기가 중심이다.
섬이라는 청소년아이는 갑자기 학교에서 농구를 하다가 부리가 새로 변하면서 서둘러 동물화로 변한 아이들이 가는 학교같은 곳으로 가게 된다. 다들 완전히 동물화가 진행하기까지 빠른 시간안에 이루어져야 다시 사람이 되는 것도 빨리 된다는 말인데, 섬은 이상하게 부리만 새로 변하고 나머지 신체는 계속 사람으로 남아 있어서 걱정하던 가족들에 의해서 설악산 근처에 있는 새로 동물화된 아이들이 주로 모인다는 곳으로 가게 된다.
그곳에서 여러 동물로 변한 친구들을 만나면서 대화를 하게 되고 그들을 이해하게 되고 결국 섬도 잣까마귀로 변화하게 된다.
레서판다로 변하거나 뱀으로 변하거나 북한애서 온 길애.길영 친구들.. 그들과의 함께 했던 시간들과 대화속에서 깊은 울림을 주는 대목들이 책 곳곳에 있다.




p. 106
"엄마가 대학생 때 유럽으로 배낭 여행을 떠났었는데, 그때 오스트리아에 있는 한 미술관을 찾아갔었어. 근데 길을 잘못 들어서 원래 가려고 한 미술관 바로 옆에 있던 딴 미술관에 들어간 거야. 실수로 들어간 곳이었지만 입장료가 아까워서라도 그냥 봐야지 했는데, 여행을 통틀어 이 잘못 들어갔던 미술관에서의 시간이 제일 즐거웠어. 엄마는 이때 경험을 늘 기억하면서 살아. 계획과 다르게 잘못 들어갔어어도 내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그곳을 바라보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더라고."
p.146
"그냥 빨리 늙고 싶어요."
"뭐?"
"내가 늙으면 아빠는 더 늙을 테니까, 그럼 편해지려나."
그 말에 심장을 베인 듯 상처받은 쪽은 섬이었다.
섬을 평생 그 말을 잊을 없을 것 같았다. 정훈의 말은 열네 살에게서 들었던 말중에 가정 무겁고도 슬픈 말이었다. 애늙은이가 아니라 인생을 다 산 여든 노인이 한 것 같은 그 말을 그냥 둘 수는 없었다.
책의 마무리에는 길영, 길애 남패는 아버지를 보는 순간 고난과 역경이 예상되지만 다시 북으로 가기로 결심하게 되고, 청해는 그물에 걸린 씨돌이를 도와주면서 끝이 난다.
처음에는 익숙한 전개가 아니라서 마음에 와닿지 않았지만 사춘기의 엄청난 변화를 동물화라는 신박한 소재로 변화시키면서 요즘 십대들의 고민과 그런 십대를 양육하는 부모의 마음도 느끼게 되는 고마운 책이었다. 책은 연재물이지만 1편을 읽지 않아도 전혀 문제가 없으니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함께 읽어보길 추천한다.
사춘기 아이들이 동물로 변한다니 너무 재미있는 발상이 아닌가. 우리아이들에게도 "네가 동물화가 된다면 어떤 동물로 변할 것 같니? 변하고 싶니?" 이런 질문도 해볼 수 있는 독서의 즐거움을 느껴보게 하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