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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이 바람 될 때 (100쇄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 - 서른여섯 젊은 의사의 마지막 순간
폴 칼라니티 지음, 이종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11월
평점 :
품절

제목부터가 마음이 뭉클한 숨결이 바람이 될 때...
이 책은 전세계의 독자들의 마음을 울린 책이다. 100쇄...요즘같은 시대에 책으로서 100쇄라니 그것만 보아도 한 번 쯤 아니 두세 번은 읽을 가치가 있는 책 아닐까.

이 책은 폴 칼라니티라는 신경외과 의사가 폐암에 걸려서 투병을 하면서 쓴 자전적인 책이다. 뉴욕에서 태어나 스탠퍼드에서 영문학, 생물학을 공부하고 영문학 석사까지 취득한 다음 의학을 공부하기 위해 다시 캠브리지대학에서 치열하게 공부하고 그 후 모교에서 신경외과 의사로서 힘든 레지턴드 훈련과정을 거치고 이제 드디어 결승점이 보이는 마라톤너처럼 있는 힘을 다하여 달리다 폐암4기라는 엄청난 일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니 이 자전적 에세이는 눈물, 콧물 짜내는 신파적인 이야기라보다는 그냥 잔잔한 호수처럼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어서 어쩌면 그런 글들이 더 읽는 독자를 마음 아프게 하는 것 같다.
아내인 루시도 부모님.. 친구들..주치의까지 어쩜 이렇게 차분한지.


p.147
루시는 나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나는 "죽고 싶지 않아."라고 말했다. 그리고 아내에게 재혼하라고 하고, 그녀가 혼자 남겨진다고 생각하면 견딜 수가 없다고 말했다. 나는 담보대출을 이자가 더 낮은 곳으로 당장 바꿔야 한다고 말도 했다. 우리는 가족들에게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레지던트 동기인 빅토리아가 병실로 찾아왔고, 우리는 정밀검사 결과와 아픙로 진행될 치료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p.148
내 인생의 한 장이 끝난 것처럼 보였다. 어쩌면 책 전체가 끝나가고 있는지도 몰랐다. 나는 사람들이 삶의 과도기를 잘 넘기도록 도와주는 목자의 자격을 반납하고, 길을 잃고 방황하는 양이 되었다. 내 병은 삶을 변화시킨 게 아니라 산산조각 내버렸다. 형형한 빛이 정말로 중요한 것을 비춰주는 에피퍼니의 순간이 찾아온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내 앞길에 폭탄을 떨어뜨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제 다른 길로 돌아가야 할 터였다.
정말 하루아침에 나에게 암4기라면서 앞으로의 치료계획은 어쩌고 저쩌고 하면 나는 그게 귀에 들어올까. 멍~하다가 또 멍하다가 며칠이 지나고 갑자기 어제와 동일한 일상을 하지 못하게 되고 침대에 누워 24시간을 보내게 되겠지.
그러나 나는 며칠 전 까지는 회사에 가고 아이들을 돌보고 집안일을 하고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면서 전전긍긍대는 아줌마였을텐데 진통제를 먹으며 참다가 이젠 먹던 진통제가 듣지 않아 의사를 만나 더 효과가 좋은 진통제를 처방받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서둘러 간 병원에서 큰 병원에 가보셔야한다는 말을 듣고 엄습하는 불길한 예감을 애써 떨치며 큰 병원에서 검사를 받게 되었겠지. 그러다가 갑자기 암선고를 받는다면..
나는 폴처럼 잔잔할 수 있을까. 폴과 루시는 이 슬픈 와중에서 아기를 갖기로 결정하고 체외수정까지 감행했다니.
이 분들은 어떤 분들일지...서로의 배우자와 헤어짐이 슬플까. 자신의 자녀와의 헤어짐이 슬플까..
폴은 암이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서도 레지턴트과정을 마치기 위해서 애썼고, 다시 취업을 하기 위한 도전도 하였다.
그냥 죽음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래의 자신의 생활로 돌아가 삶을 이어가고자 한 것이다.
이런 폴의 성숙함이 감탄스러울 지경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나라도 그러고 싶을 것 같다. 24시간동안 침대에 누워 주사바늘을 꽂고 병실 창문만 바라보고 시간을 보낸다면 남은 나의 삶이 너무 아까울 것 같다.
이책 읽는내내 폴과 루시의 삶을 태도에 대해서 감탄하고 나와 나의 삶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물론 책을 덮고 또 일상으로 돌아가 바쁜 시간을 살아가다보면 예전의 나로 돌아가겠지만 그러다 지치고 힘들 때마다 이 책을 다시 읽어볼 것 같다.
100쇄라는게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고 많은 사람들이 폴과 루시에 모습에서 감동을 받았으리라 생각이 들었다. 이책을 추천하는 추천인들의 면면을 보아도 삶에 대한 통찰이 있으신 분들이 추천의 글을 써주셨다. 그 중 내가 좋아하는 김해인수녀님과 이국종교수님도 계셔서 얼마나 반가운지.
흰색 표지에 파란색 판화처럼 찍혀진 그림...숨결이 정말 바람이 되는 순간을 더 많은 분들이 느끼길 권하며 이 책을 추천하는 바이다.
p.s 나의 부족한 글솜씨로 서평을 적기엔 너무 좋은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