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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넘는 한국사 - 경계를 넘나들며 만들어낸 한국사의 단단한 궤적
박광일 지음 / 생각정원 / 2024년 10월
평점 :

한국사는 초등 5-2학기부터 교과서에 나오기 시작하고 그보다 더 어린 아이들도 만화로 시작해서 접하고 있으나 성인들도 잘 모르는 경우도 많다. 어렵고 외울 것이 많은 과목이라고 생각하고 어휘도 요즘 사용하지 않는 한자어들이 특히 많은 이유이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역사드라마를 자주 보았다. 그게 재미있었는지 방학 때는 재방송도 보기도 했었다. 그래서인지 학교에서 한국사를 배울 때에도 큰 어려움 없이 좋은 점수를 받았던 기억이 있다. 요즘은 한국사를 재밌고 즐겁게 다루는 프로그램도 많이 생기고 만화로도 자주 접하게 된다.
아이들이 한국사만화를 읽을 때 나도 옆에서 한국사 도서를 읽어보고자 이 책을 펼쳤다.


그러나 이 책은 그 동안의 한국사와는 사뭇 다르다. 단순히 우리나라 역사에 관한 이야기만 언급된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사 관련하여 다른 이웃 나라들과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어서 그동안 알고 있던 사실이 사실임 아닐 수도 있음을 알려준다.
특히 첫 장에 나오는 구석기와 신석기의 구분에 대한 언급이나 전곡리 유적에 대한 이야기에서 새로운 관점을 보았다. 한국사 책의 앞부분에 나오는 내용이라 훑어 읽고 넘어가기 쉬워서 정확히 알기 힘들었는데, 전곡리 유적이 얼마나 큰 발견이고 영향이 컸었는지 이 책을 통하여 알게 되었다.
그리고 삼국이전에 부여에 대한 언급도 새로웠다. 간단히 고구려에 함락되어서 합쳐진 나라로만 여겨지고 결혼제도라든지 간단한 풍습만 암기하고 넘기던 나라였는데 생각보다 강성했고 여러 주변 국가와 영향을 주고받았으며 고구려에 함락된 이후에도 남부여로 다시 나라를 일으켰을 정도로 대단한 부족국가였음을 알 수 있었다.

이렇듯 이 책을 읽으면서 나름 한국사에 대해서 보통의 지식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의 관점은 너무 편중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3부 경계 밖의 한국인, 경계안의 외국인-국경을 가로지르며 만들어낸 강한 한국사, 제4부 ‘제국’의 선을 넘어 ‘민국’을 탄생시킨 생각들-자유와 독립, 인간다운 삶을 향한 거침없는 도전편은 정말 몰입감이 최고였었다.
교과서에서는 보기 힘든 한국사적 사건들이 쏟아져 나왔다.
스탈린의 잔인한 강제 이주, 6000킬로미터의 한인대장정에서는 일제시대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너무 잔혹한 역사가 되었다. 연해주로 이주했던 우리 한인들이 또 스탈린에 의해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되어 혹독한 현실 속에서 살아남으려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렇든 한국사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계2차 세계대전과 미소냉전 등 우리나라와 동북아 주변국가들 및 강대국 미국과 소련 등 세계의 여러 나라들과의 얽히고설킨 이야기들에 대해서 풀어놓는다.


내용이 방대하고 어려운 면이 있다 보니 술술 읽히기 보다는 꼼꼼히 생각하면서 읽어내려가야해서 속도는 나지 않으나 읽으면서 집중되고 다른 관점에서 그 시대를 바라보게 되니 새로운 점이 많았다.
어쩌면 지금처럼 전 세계가 서로 물고 물리는 시대에 이런 역사적 관점을 새롭게 하는 것을 지향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은 한국사에 관심이 많고 나름 한국사지식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성인들이 읽어보면서 단순히 한국사는 지나온 과거를 아는 것이 아닌 과거를 통해서 현실을 이해하고 앞으로 어떤 관점으로 우리나라와 다른 나라와의 관계를 맺어야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