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무게로 안 느끼게
박완서 지음 / 세계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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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선생님이라고 호칭을 정해야하나. 정말 우리나라 문학을 대표하는 대작가님이시다.

나는 초등학교시절 교실 문고 작은 책장에 꽂힌 [그많은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읽으면서 제일 처음 접했던 이름이셨다. 초등학교 3학년이나 4학년쯤으로 기억하는데 그나이에 내가 읽기엔 다소 장편이었고 내용도 마음으로 느끼기엔 어려운 글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도 기억나는게 "싱아"는 뭐지?? 코끼라 상아는 알아도 "싱아"는 모르는 아이였다. 그리고 나서 몇 해 뒤에 중학생에 되어서 다시 접한 선생님의 작품은 순진한 여중생의 감수성을 흔드는 느낌이었다.

선생님의 작품은 한 번 읽을 때와 두 번, 세 번 읽을 때 매번 다른 느낌과 깊이로 다가온다.

정말 실로 몇년 만에 이런 수필집을 읽어보았던지..다시 열여섯, 열일곱 살 풋풋한 아이가 된 심정으로 돌아가 책장을 넘기며 가슴이 콩닥거리기도 하고 뭉클하기도 했다.




 

표지에 환하게 인자하게 웃고 계신 모습을 보고 첫장을 넘기면 정말 선생님 다운 글귀와 서명~

[사랑이 결코 무게로 느껴지지 않기를, 세상에서 가장 편하고 마음 놓이는 곳이기를...]

마음이 쿵쿵~~나에게도 이런 감성이 아직도 남아 있다는 걸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놀라면서 읽어나갔다.




 


 

아이 셋을 가진 부모로서 큰소리안쳐도 억울하지 않을 만큼 사랑하는 게 절도라니...정말 나는 내 아이를 낳고 나는 없어지고 아이엄마로 모든 걸 생각하고 결정하고 살아오고 있다. 지금까지 10년 앞으로도 10년쯤 그렇게 살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때로는 힘들지만 그래도 절대로 아이들에게 기대하지는 말아야지. 내가 어떻게 너희들을 키웠는데 라는 말은 하지 말야지 하면서 다짐하였는데, 이 글 귀를 보고 정말 나는 그럴 수 있을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도 모르는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서 부끄럽기도 했다. 정말 억울해 하지 않을만큼 나의 사랑이 아이들에게 짐으로 다가와 무겁게 느끼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

어쩌면 그 예전 작품인데도 지금을 막 쓰신 것 같은 말씀들이...

짧은 수필들이 빼곡히 차있는 책속에 옛날에 그랬었지라고 느낄만한 세월의 흔적을 볼 수 있는 작품도 있었고 요즘 쓰신 작품인가 싶을 만큼 박완서 선생님을 모르는 요즘 아이들에게도 감성이 전해질 법한 잔잔한 수필들이 들어있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 읽다가 아이들이 부르는 소리를 못듣기도 하고, 목감기에 걸려 고열로 시달리는 아이들을 돌보는 새벽 작은 스탠드에 의지해서 읽어내려가니 어느새 새벽이 되어오기도 하였다. 언제 이렇게 책에 푹 빠져 읽었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만큼 선생님의 필력은 대단하신 것 같다.

모든 글들이 훌륭하지만 그중 한 편은 몇 해 전 돌아가신 친정엄마를 생각나게 한다.

[소멸과 생성의 수수께끼]

나도 노인이 되어가고 있는데, 행복한 노인을 과장되게 보인다는 말을 듣고 많이 생각이 들게 한다.

중년이상의 박완서선생님을 아는 분들도 요즘 세대들도 이 작품집을 읽고 나면 다른 작품들도 찾아보게 될 것이리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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