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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0가지 감염병 ㅣ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조지무쇼 지음, 서수지 옮김, 와키무라 고헤이 감수 / 사람과나무사이 / 2025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이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감염병』은
전 세계를 휩쓴 10가지 감염병이 인류의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다루고 있어요.
페스트를 비롯해 인플루엔자, 콜레라, 말라리아, 이질, 결핵, 천연두, 황열병, 티푸스, 매독 등 인류를 괴롭혀온 질병들이 세계사 속에서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흑사병으로 알려진 페스트는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전염병 중 하나로,
인류 문명에 구조적인 변화를 가져온 감염병입니다.
인류는 6세기, 14세기, 19세기 세 차례의 큰 페스트 팬데믹을 겪었습니다.
6세기 1차 팬데믹은 전 세계 인구 약2억 명 중 33~40%를 사망하게 만들었습니다.
14세기 2차 팬데믹은 원나라가 지배하던 중국에서 시작되어,
몽골 제국의 광대한 무역망을 따라 중동·북아프리카를 거쳐 유럽으로 확산되었고,
영국해협을 건너 잉글랜드 왕국까지 퍼졌습니다.
당시 삼포식 농업이 발달하며 식량 생산이 늘고 인구가 급증하면서 도시 인구 밀집과 비위생적인 도시 환경 속에서 감염병은 폭발적으로 늘고, 페스트로 급감한 인구는 결국 노동력 부족을 불러와 임금 상승과 신분 해방으로 이어지며 사회 구조가 크게 바뀌었어요.

오랜 기간 이어진 감염병은 사람들로 하여금 카톨릭 교회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들었고,
학교의 역할을 하던 교회 성직자들이 대거 사망하면서 라틴어를 가르칠 사람이 부족해지자
이를 계기로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성경 보급이 추진되었죠.
이 과정에서 활판 인쇄술이 발명되고,
학문과 예술이 교회로부터 독립하면서 르네상스 시대라는 문화혁신의 장이 열렸습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 같은 천재 예술가들이 등장한 것도 이 시기로 역설적이게도 페스트 팬데믹이 낳은 찬란한 결과물이 아닐 수 없죠?!

19세기 3차 팬데믹에는 파스퇴르의 제자 발데마르 하프킨이 페스트 백신을 개발했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항생제의 보급과 위생 환경 개선으로 페스트의 위협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은 중세 유럽 페스트 환자를 치료하던 의사 복장이에요.
그들은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긴 가운을 입고, 얼굴에는 부리가 긴 새 모양의 가면을 쓰고,
그 부리 안에는 장뇌와 장미 같은 향료를 넣어 질병의 원인으로 여겨졌던 나쁜 공기를 막으려 했다고 하는데요,
그 모습이 의사라기보다는 마치 영화 속 마법사나 어둠의 의식을 행하는 또다른 종교 집단 같은 느낌이 드네요.

저자는 감염병을 사회 변화의 동력으로 분석했다는 점이 포인트라고 생각하는데요,
오랜 시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유행하며 인류의 생명을 앗아간 페스트!
기술이 발달하지 못했던 고대와 중세에는 노동력이 곧 생존과 문명의 힘이었기에,
인구 변화가 산업과 문화, 종교, 사상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주었는지 세밀하고 짚어 설명해 주고 있어요.
덕분에 복잡한 역사적 변화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기억하시나요?
인플루엔자 팬데믹은 인류가 겪은 가장 강력한 감염병 중 하나입니다.
인플루엔자 팬데믹 중 그 규모와 인적 피해가 가장 심각했던 인플루엔자는 스페인 독감을 꼽을 수 있어요.
흥미로운 점은 스페인 독감이라 불리게 된 이유인데요,
최조 발원지로 의심되는 미국, 프랑스, 중국을 놔두고 스페인이 된 이유는?
스페인이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지 않은 중립국이었기 때문이에요.
전쟁 중이던 다른 나라들은 사기 저하를 우려해 감염병 확산 사실을 보안에 붙이고 보도하지 않았지만,
스페인에서 최초로 인플루엔자 대유행이 보도되면서, 사실과 달리 스페인 독감이라는 이름이 굳어지게 된 것이죠.
독성이 강화된 이 인플루엔자는 참호전이 치열하던 전선의 양측 병사들을 전투 불능 상태로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1차 세계대전의 종결과 평화의 시작에 영향을 미친 질병으로 평가되기도 합니다.

스페인 독감은 전 세계적으로 5천만 명 이상이 사망했을 만큼 치명적이었지만,
1차 세계대전과 시기가 겹쳐 경제적 영향이나 위험성이 충분히 알려지지 못했습니다.
스페인 독감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인플루엔자는 지금도 변이 중이고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무서운 감염병이라고 생각해요.
저자는 감염병을 재앙이나 불행한 사건으로만 보지 않고,
인류가 감염병을 겪으며 고통 속에서도 어떻게 대응하고, 어떻게 세상을 바꿔왔는가를 조명하려는 것 같아요.
페스트, 인플루엔자, 콜레라, 말라리아, 결핵, 천연두, 황열병, 티푸스, 매독까지
이 모든 질병은 인류에게 생존의 위기를 안겨주었지만,
그 위기는 새로운 사회 제도, 과학의 진보, 문화적 혁신을 이끌어냈어요.

인류가 존재하는 한 새로운 바이러스와 세균은 계속 나타날 것이고,
그때마다 인간은 또다시 고통과 혼란을 겪겠죠.
하지만 그 과정을 통해
인간은 더 나은 사회, 더 나은 과학, 더 나은 의식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는 믿음을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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