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 하나, 내 멋대로 산다
우치다테 마키코 지음, 이지수 옮김 / 서교책방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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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쓴 리뷰입니다



우리는 나이가 들수록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도 외모 가꾸기에 서투른 면이 많아 내면 가꾸기에 더 치중하게 되는데요,

『오시 하나, 내 멋대로 산다』의 주인공인 오시 하나는 전혀 다른 태도를 보여줍니다.

"늙을수록 외면이 더 중요하다" 라고 믿는 그녀는 자신을 가꾸는 일에 누구보다 열심이죠.





일흔여덟의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세련된 모습으로 주변 사람들의 관심과 시샘을 한 몸에 받는 주인공 오시하나는 시니어 잡지 코스모스의 '멋쟁이 발견'코너에 기사화될 만큼 패셔너블하고 젊은이 못지 않은 감각을 가지고 있어요.

늙음이 초라해지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는 인물이기도 하지요.





젊어 보이고, 예쁜 아내를 늘 자랑스러워하고,

"내 인생에서 가장 좋았던 일은 하나랑 결혼한 거야.", "하나는 내 자랑거리야."

사랑 표현을 아끼지 않는 남편 오시 이와조는 따뜻한 동반자이죠. 

종이접기라는 취미로 잔잔한 삶을 함께 꾸러가던 남편은 어느 날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합니다.


죽음 이후 발견된 이와조의 유언장은 가족들을 크나큰 충격에 빠뜨립니다.

유언장 내용을 통해 남편이 40년이나 넘게 철저한 이중생활을 해왔음을 알게 되죠.

생전 가보처럼 생각했던 '의연하게 살자'라는 글씨가 적힌 족자를 모리 가오루에게 남긴다는 유언장 내용으로 밝혀진바로 또 하나의 가정

연인 모리 가오루와 그 사이에서 낳은 아들 모리 이와타로의 존재였죠.




오시 하나 역시 깊은 배신감과 분노를 느끼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그녀의 대응 방식이예요.

유언을 집행하기 위해 당사자에게 족자를 가져다 준다는 핑계를 삼아, 

이때가 기회다 싶어 찾아가 다짜고짜 머리채라도 잡는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데요,

노인의 품격을 말해주듯 정중하게 그러나 첩인 너를 인정하지 않겠다는듯이 메모와 함게 모리 가오루에게 보냅니다. 




여기서 또하나 중요한 건 오시 하나의 태도예요. 

대부분의 사람 같으면 흥분하거나 울부짖거나 큰소리를 냈을 텐데, 

그녀는 절도 있는 태도로 모리 가오루에게 사후이혼을 선언합니다.

내가 버렸으니 네가 가져라라는 식으로 통쾌한 복수를 날리죠.


이유는 단순해요.

그 남자의 아내였다는 사실을 하루라도 빨리 지우고 싶고, 그 사실이 무척 부끄럽기 때문이라는 거죠.

그것이 오시 하나가 내 멋대로 사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고령자가 이런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노년은 가족에게 기대는 시기, 주어진 역할을 다한 후의 여생 등으로 여겨지잖아요.

주인공은 남편의 배신 앞에서 피해자가 아니라,

"내가 버렸으니 네가 가져라"라고 말하는 능동적인 선택을 함으로써,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삶의 주체로서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요.

주인공의 이런 사고 방식이 손주들과도 잘 통하며 세대를 아우르며 공감할 수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와조는 도리에서 벗난 길이든 조강지처든 뭐든 간에 자신을 우선시했어요.

대단한 각오였다고 생각해요.

사십 년 넘게 끝까지 속일 정도로,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잘 처신하며 스스로를 관철한 거예요.

언제 마지막이 와도 아무 후회 없는 삶이었겠죠.

그러니 망설임 없이 인연을 끊을 수 있어요."


저는 이 대목이 참 인상 깊었어요. 

분노나 비난만이 아니라, 남편의 삶을 “끝까지 자기 자신을 관철한 사람”이라고 해석하는 대목이거든요. 

상처를 받은 아내로서가 아니라, 

한 인간을 냉정히 바라보는 듯한 그 태도가 오히려 더 품격 있어 보였어요.




작품 속에는 주인공인 오시 하나가 재능도 없는데 자신이 화가라도 된냥 꾸미지도 않고 그림만 그려대는 며느리 유미를 묘사하는 장면에서 외면을 소홀히 하는 태도를 경멸하는 표현이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는데요, 

외적인 미와 거리가 있는 사람들을 싸잡아 비난하는 듯해 거북스러울 수 있으나 

'젊음 = 아름다움, 나이 듦 = 추함 '이라는 

나이 듦과 아름다움에 대한 우리 사회의 고정관념에 대해 반문하는 메세지인 것 같아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아름다움이란 결국 겉과 속이 함께 어우러진 조화스러움이 아닐까? 

늙을수록 존경받는 사람은 단정히 꾸민 외모와 함게 품격 있는 태도를 지닌 사람이 아닐까?

멋지게 산다는 것은 단순히 겉모습이 젊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존엄을 지켜내는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어요.

『오시 하나, 내 멋대로 산다』는 패셔너블한 할머니 이야기가 아니라,

노년의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 품격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책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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