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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작은 것들로 - 장영희 문장들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24년 12월
평점 :
샘터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 입니다
장영희 작가는 영미 문학가이자 수필가로서 '문학의 숲을 거닐다'의 인기로 '문학 전도사'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생후 1년 만에 두 다리르 쓰지 못하는 소아 마비 1급 장애인이 되고,
암투병을 하면서도 희망과 긍정의 마음을 잃지 않고, 세상 사람들에게 희망과 긍정적인 삶을 보여 주면서
책과 일간지 칼럼을 통해 희망과 감동을 선사하시고 2009년 5월 9일 57세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삶은 작은 것들로' 는 장영희 작가의 작가의 생전 작품들 중에서 작가가 고르고 골라 좋은 말, 예쁜 말, 유익한 말, 누군가의 마음에 깊이 남길 수 있는 말을 다하려고 노력했던 보석같은 문장들을 묶어 놓은 책입니다.
'삶은 작은 것들로' 는
자연 / 인생 / 당신 / 사랑 / 희망 이라는 5가지 주제로 장영희 작가의 문장들을 묶어 놓았습니다.
그 중 몇가지만 소개해 볼께요.
어린 아이의 마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눈이 오는 듯싶더니, 하룻밤 자는 사이에 갑자기 세상에 페인트칠을 다시 한 듯, 회식빛 세상이 현한란 색깔의 꽃 벽으로 변했다. 자세히 보면 마치 인상파 화가의 붓결처럼 나뭇가지마다 초록빛 점들이 찍혀 있다.
······
건우와 내 말투 사이에 다른 점이 있다면 감탄사였다. 특히 자연에 대한 반응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흐드러지게 핀 백일홍 나무를 보더니 "이모, 빵! 하고 폭죽이 터졌나 봐!" 하지를 않나,
하늘을 보고는 "와, 이모, 저거 봐. 하늘 되게 크지? 와, 저 구름 좀 봐, 춤추는 하마 궁둥이 같아!"하고 신기해하는 것이었다.
또 한번은 뜰에 구부리고 앉아 나무젓가락으로 땅을 쑤시다가 이렇게 말했다.
"이모, 이 작은 게, 점만한 게 움직 여! 와, 이것도 생명이 있나 봐!"
다섯 살 짜리 어휘 속에 '생명'이라는 말이 들어 있는 것이 신기했다.
······
이 '어린아이 마음'은 불행하게도 살아가면서 삶의 무게에 짓눌러 우리 속 깊숙이 숨어 버리기 일쑤이지만 아주 사라지는 것은 아니어서, 아무리 악한 사람이라도 마음 속 어딘가에는 아름다운 것을 보고 감탄할 줄 알고, 불쌍한 것을 보고 동정할 줄 아는 여리고 예쁜 마음이 있다는 것이다.
······
장영희 작가가 5살짜리 조카 건우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낀 어린 아이의 예쁜 마음을 보고 있으니,
지금은 사춘기의 시크함을 갑옷처럼 두르고 있는 아이들 어릴때가 생각이 나더라구요.
바뀌는 계절, 변하는 날씨, 길가에 핀 풀꽃 하나, 잡초 하나도 관찰하고, 감동하고, 주워워고 하면서 했던 예쁜 말들이 떠올라 입가에 미소가 번지네요.
저에게도 5살 짜리 조카가 있어요.
지난 여름 억수로 쏟아지는 장마비를 뚫고 가족 모임 장소로 오던 중 차 안에서 그런 말을 했대요.
"와, 비가 엄청 많이 온다. 와, 비는 좋겠다,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까!"
라고 비를 부러워했다는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나이 들어가는 일
어떤 이들은 나이 들어 가는 일이 정말 슬픈 일이라고 한다.
또 어떤 이들은 나이 들어 가는 것은 정말 아름다운 일이고 노년이 가장 편하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살아 보니 늙는다는 것은 기막히게 슬픈 일도, 그렇다고 호들갑 떨 만큼 아름다운 일도 아니다.
그야말로 젊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냥' 하루하루 살아갈 뿐, 색다른 감정이 새로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또 나이가 들면 기억력은 쇠퇴하지만 연륜으로 인해 삶을 살아가는 지혜는 풍부해진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도 실감이 안 난다. 삶에 대한 노하우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단지 삶에 익숙해질 뿐이다.
말도 안 되게 부조리한 일이나 악을 많이 보고 살다 보니 내성이 생겨, 삶의 횡포에 좀 덜 놀라며 살 뿐이다.
하지만 딱 한가지, 나이 들어 가며 내가 새롭게 느끼는 변화가 있다.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세상의 중심이 나 자신에서 조금씩 밖으로 이동하기 시작한다.
나이가 드니까 자꾸 연로해지시는 어머니가 마음 쓰이고,
파릇파릇 자라나는 조카들이 더 애틋하고,
잊고 지내던 친구들이나 제자들의 안부가 궁금해지고,
작고 보잘것없는 것들이 더 안쓰럽게 느껴진다.
그러니까 나뿐만이 아니라 남도 보인다.
한마디로 그악스럽게 붙잡고 있던 것들을 조금씩 놓아 간다고 할까, 조금씩 마음이 착해지는 것을 느낀다.
나이 들어가는 일은 젋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그냥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다라는 말에 큰 공감이 됩니다.
무엇이든 이룰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스무살 무렵부터 25년이 넘는 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기억은 어제처럼 생생하고 호기로웠던 두근거림도 생각나요.
지난간 세월만큼의 시행착오로 다듬어지고 무엇이든은 아니지만 어느 부분은 더욱 잘할 수 있게 되었죠.
그렇지만, 나이가 든다고 하루 아침에 솔로몬의 지혜를 갖는 것도 아니더라구요.
연로하시고 편찮으신 부모님이 걱정되고, 안쓰럽고,
키워야 할 자식들이 버겁고,
여전히 처음 살아보는 하루 하루를 경험하며 실수를 줄여가고 있는 진행형 인생이더라구요.
저는 착해진다기 보다는 유해진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 같아요.
한동안 연락이 소원했던 친구의 입장이 이해가 되고,
보이지 않는 사연이 궁금해지더라구요.
나이가 먹은 아줌마들이 금새 말틀 트고 친구가 될 수 있는 이유
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펼쳐 든 순간부터 단숨에 읽어 내려간
'삶은 작은 것들로'는 글 하나 하나가 가슴 깊이 와 닿는 말들이였어요.
삶이 지치고, 무미건조하다고 느껴질 때 마음을 채워주는 말들이 담긴 이 책을 펼쳐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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