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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일의 레시피
이부키 유키 지음, 김윤수 옮김 / 모모 / 2024년 12월
평점 :
모모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 입니다
죽음이라는 것은 인생을 살면서 한번은 꼭 맞이하게 되는 일이지만,
그 시기가 언제인지 알 수 없어서 준비라는 말이 어색하기만 한 것 같아요.
준비 없이 맞이한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준비를 했다고 한들 소중한 이를 떠나 보내는 상실감이 덜하진 않겠지요.
49일의 레시피는
상실감에 주저앉은 가족들에게 다시 일어설 기운을 선물한 엄마의 특별한 처방전에 대한 이야기랍니다.
엄마라는 낱말은 한가지 뜻을 가지고 있지만,
소리 내어 불러 보는 "엄마~"라는 음성에는 아주 많은 이야기가 담긴 것 같아요.
그래서 눈물 나요... ㅠㅠ
유리코가 어렸을때 돌아가신 친엄마 대신 맞이한 새엄마 오토미.
유리코가 오토미 엄마를 부르는 애칭 "옴마"
옴마라는 말은 뭔지 모르게 친근감과 밝음이 느껴집니다.
우리나라의 "엄니~", "어무이~", " 어매~" 와는 또다른 느낌으로 말이죠.
2주전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오토미 엄마의 장례식 이후,
료헤이 아버지는 엄마에 대한 미안함 때문인지 자포자기한 사람처럼 살아가고 있어요.
그때, 엄마에게 받은 유언을 전하겠다고 나타난 노랑머리 이모토.
엄마의 작업실에서 찾은 책자!
생활 레시피에는 요리, 청소, 세탁, 미용, 기타 항목으로 나뉘어서
히나마쓰리 레시피, 생일 레시피 같은 제목 밑에 요리법 등이 일러스트로 설명되어 있어요.
거기에 장례식 날 레시피, 49일의 레시피가 쓰여 있습니다.
엄마의 유언은 49재에 독경과 분향은 필요 없고,
카드에 써진 레시피의 요리를 준비해 모두 함께 즐겁게 먹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남편 히로유키는 바람을 피웠고, 상대가 남편의 아이를 가졌기에
본처인 유리코는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고 집을 나와 아버지의 집으로 왔어요.
그 어느 때보다 엄마의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지금이지만, 엄마는 없기에 그 그리움은 더욱 큽니다.
어떠한 이유로도 설명이 되지 않는 일이 불륜이라고 생각하는 1인이라,
히로유키의 변명이 너무 뻔뻔하다고 생각되어서 대신 화를 내주고 싶을 정도였어요.
혼자서 조용히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이러한 상황에 혼자 내버려 둔다면 더 깊이 빠져 우울감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거예요.
엄마의 49재 대연회를 아버지, 이모토, 하루미와 함께 준비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연회에 쓸 엄마의 발자국을 준비하는 동안 돌아가신 엄마에 대한 취재를 하는 모습들이 나옵니다.
엄마는 리본하우스에서 그림 일기를 가르치면서,
리본하우스에 있는 아이들이 스스로 자립하여 생활할 수 있도록 생활에 필요한 지혜를 함께 가르쳤어요.
리본 하우스는 병이라고 진단받지 않은 상태에서 마음의 상처를 받거나 뭔가에 의존하게 된 여성들을 지원하는 곳으로 자립과 자율을 익혀서 졸업하면 가능한 연락하지 않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엄마의 대연회에 초대할 수 없지만, 리본 하우스의 전 원장이자 엄마와 가까이 지낸 사토미씨가 엄마와 자신은 뜀틀을 잘 넘을 수 있게 도약하는데 도움이 되는 발판과 같은 '테이크 오프 보드'와 같은 존재라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테이크 오프 보드!
저는 이 의미에 대해서 곱씹어 생각해 보았어요.
아이들이 사춘기에 접어 들고, 저와 자주 부딪히기도 하지만 스스로 하는 일들이 많아진 시기인 요즘..
꾸준히 직장을 다니고 있는 친구들과 제 스스로를 자꾸 비교하게 되었거든요.
내가 하는 일에 경제성을 따지고, 내가 맡은 역할의 가치를 스스로 깎아내렸는데...
저는 저희 가정내에서 테이크 오프 보드를 수행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었던 거예요.
49재 대연회에 쓸 엄마의 연표를 완성하면서, 모두 각자의 인생에 대한 답을 찾고 있었어요.
엄마의 지혜는 곁을 떠나도 빛을 발합니다.
엄마는 없지만, 엄마의 레시피대로 만들어 그맛이 그대로 느껴지는 음식들을 먹으며 엄마를 추억할 수 있게 해주고 있으니까요.
문득, 엄마가 생각이 나요.
요리 솜씨가 좋은 엄마가 요리 들 중 제가 좋아하는 요리들은 이제부터라도 엄마의 레시피를 배워 적어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리고 답을 찾은 유리코와 히로유키의 미래를 응원할게요.
이해되지 않아도 사랑의 방식은 다르니까요.
떠나간 사람과 남겨진 사람이 나눌 수 있는 생애 가장 애틋한 사랑의 방식,
엄마를 추억하며 연표를 만들어 49재에 슬픔보다는 엄마의 레시피로 만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나누어 먹으면서 모두 즐거운 추억을 간직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저의 죽음 뒤에도 저의 가족이 이렇게 할 수 있으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부터라도 가족에게 남길 엄마의 레시피를 만들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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