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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힐 ㅣ 스토리에코 2
하서찬 지음, 박선엽 그림 / 웅진주니어 / 2025년 4월
평점 :
모래언덕(sand hill)일까?
디디면 디딜수록 빠져들고 허물어지는~
아니면 sand heel일까?
뾰족한 여자굽처럼 불안해보이고 날카로운~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다.
지훈의 가정은 아프다.
부모의 잦은 싸움에 의지할데라곤 형밖에 없는 지훈. 그런 형이 눈 앞에서 사고를 당했다.
"비가 오는 날 아이 두명이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어요. 둘 중에서 빨리 가는 아이가 죽을까요? 늦게 가는 아이가 죽을까요?"
"그건 확률이 아니야. 운명이지"p34
엄마이고 아빠이고 친구이던 형이 나때문에 사고를 당했다는 무거운 마음.
최초 목격자가 고개만 옆으로 돌려주었더라면..이라는 의사의 말에 더욱 가슴이 옭아매진다.
그런 지훈은 그렇게 숨만 쉬는 형과 엄마를 한국에 두고 아빠와 중국으로 가야했다.
진시황과 그 병사들을 입버릇처럼 말하며 아들을 쪼아대는 아빠.
지훈의 삶에는 관심이 없다. 그저 사람들의 이목이 중요하다. 자식하나 성공하지 못한다면..
그게 그리 중요한가?
중국의 한 사립학교.
책의 첫 장면이 가슴을 꽉 죄인다.
얼마나 가기 싫었으면..
얼마나 버티고 싶었으면...
모든 걸 포기하고 운동장에 널부러져 힘껏 땅을 잡았을까.
첫 장면부터 가슴이 조여온다.
왕따. 찐따..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축구 골대가 아닌 지훈이 타겟이 되지만 어른들은 착각이라한다.
투명인간 취급당하는 또 한 명의 한국인 아이, 라희는 같은 한국인 선배님들 무리에 끼기 위해 몸부림치며 살아간다.
지훈과 라희의 순간 순간에 어른들은 관심이나 있었을까?
가제본이어서
휘몰아치는 모래 속에 파고 들어 헤어나올 수 없을 것 같은 지훈과 라희의 삶의 일부분밖에 만날 수 없었다.
그러나 그 짧은 글 안에 가정불화, 다문화(이주배경)학생들의 녹록치않은 학교생활, 학교폭력과 방관자의 모습, 부모의 욕심과 아이들의 외로움, 버텨내는 삶과 작은 꿈틀거림이 가득하다.
가슴저림과 아픔이 한가득인 가제본은 희망이라곤 눈꼽만큼도 보이지않는다.
과연 지훈은 이 모진 삶을 어떻게 이겨낼까?
나라면 저 삶에서 무엇을 선택할 수 있을까?
내게 용기라는게 있을까?
두렵고 떨리지만 어쩌면 나는 모든 것을 포기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무서워졌다.
현장에 있는 내가 눈감아버리고 외면하는 짧은 순간, 누군가는 삶을 포기할 마음을 먹을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작은 외침에 너의 착각일거라는 귀차니즘 섞인 어른들의 외면과 회피가 얼마나 절망스러울까...
괴롭힘이라는 걸 알지만 그 무리에 속해야한다는 굳은 마음에 누군가에게 가해자가 되고 있는 그 (어쩔 수 없는) 잘못된 신념까지..
모두 어른들의 잘못이다.
모두 어른들의 탓이다.
모두 어른들의 몫이다
그래서 나는 어떤 어른일까ㅜㅜ
책을 덮으며 묵직하게 다가오는 아픔에 나는 다시 갈등한다.
나는 어떤 어른인가?
나는 어떤 선생인가?
나는 어떤 엄마인가?
조미자작가님의 #크랙_조미자 이 자꾸 생각났다.
한권의 책속에 담긴 아픔이 숨쉴 수 없게 묵직했고,
희망의 불씨조차 없어 보이는 삶에 작은 촛불이 되어주고 싶어졌다.
완성된 작품 안에는 희망이, 숨틀 수 있는 숨구멍이 담겨있길 간절히~ 바래본다.
"꿈보다 탈출이 먼저야. 너도 데려갈께. 야자수 밑에서 콜라나 마시자"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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