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매 순간의 선택은 사랑이었으리라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ㅣ 문학동네 청소년 66
이꽃님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8월

티저북으로 앞부분을 살짝 읽었었다.
그런데 그 여운이 뜨거운 한 낮의 태양 아래 오래 서 있었던 나의 살갖의 얼얼함처럼 한참을 함께했다. 잊을 수 없는 지오와 찬이의 여름이야기였기에..
티저북 뒤로 지오와 찬이의 여름이 궁금했다. 그들의 성장이 궁금했다.
그런데 완독을 하고 나니 지오와 찬이의 여름이야기보다 잔잔히 다가오는 위로였고 쉼이란 생각이 든다.
살아가다보면 뜨거운 태양 아래 한참을 서 있어야 할 때도 있다. 모든 것을 불태워버릴 듯한 강렬함을 그저 온몸으로 받아야할 때가 있다. '왜 나만' '어떻게 하나?' 억울하기도 하고 막막하기도 한 그런때가 있다. 그런 삶에 조용히 다가와 그늘이 되어주는, 함께 서 있어주는 그런 이야기이지 싶다.

무엇보다 지오와 찬이의 억울함 가득한 아픔의 그 시간을 통해 알고보면 세상은 뜨겁지만 따뜻하기도 하고, 외롭지만 결코 혼자가 아니었다는 것을 전해준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나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펼쳐진 세상이 나의 지구가 아니였다.
나의 시선이 닿지 않은 그 곳에 나를 위해 애타게 기도하며 응원하는 손길들이 있었다.

지오 아빠의 숨겨진 선택.
온 우주였던, 자신의 전부였던 것을 포기하며 짊어진 삶의 무게!
지오 엄마의 사랑의 선택.
그 누구에게도 뺏기기 싫었던, 작은 생명을 지키고 싶었던 사랑의 무게!
어쩔 수 없었던 선택.
그 누구도 대신 해 줄 수 없었던 꼬마아이의 추위와 배고픔의 겨울 어느 날, 그 꼬마아이의 실수를 가슴에 묻어야 했던 할머니의 가슴아픈 포기!
당연하다 여겼던 선택.
모두의 가슴에 큰 짐으로 가두어 놓았던 그 무거움은 누군가를 위한 배려라고 굳건히 믿었던 마을 사람들의 믿음!
모든 선택들이 지오와 찬이의 숨겨진 여름이야기였다. 누구나 마주할 수 있는 선택의 순간 그 선택의 대가는 늘 100%일수는 없다. 그저 선택받지 못한 그것에 대한 미련과 아픔일지라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우리네 이야기는 아닐까? 마지막 장을 덮으며 생각해본다. 살아간다는 것, 살아낸다는 것, 버티고 있다는 것, 이 또한 지나간다는 것..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건 사랑일지 모른다는.. 삶의 선택의 순간순간은 사랑이었고 그 선택의 결과는 감사와 은혜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