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물방울 모양
데라치 하루나 지음, 김지연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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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물방울모양 #데라치하루나 #문예춘추사 #서평

기억은 물방울 모양. 데라치 하루나 지음/김지연 옮김. 문예춘추사. 2026.

물방울. 영원. 영원이란 말이 그리 쉬운 단어가 아니라는 것을 이 소설을 읽으며 느꼈다. 쉽게 영원이란 말을 쓰기에는 그 포함하고 있는 의미가 클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원이란 그만큼 한 사람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부분이 아닐 테니까. 끝없이 이어지는 시간, 그 시간이 모두 지나도 절대, 변하지 않을 어떤 상태. 그런 상태를 감히 함부로 말할 수 있지는 않을 것 같다.

장롱 속에 잠들어 있는 보석을 꺼내 새롭게 재탄생시키는 일을 하고 싶다. 그렇게 해서 손에서 손으로 계속 이어지면서 영원히 사랑받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다. 그러면 형태가 달라져도 보석과 귀금속은 계속 남는다. 그건 내가 한 일이 영원히 남는다는 뜻이다. 난 '영원'에 닿고 싶다, 다카미네에게 들었던 그 말을 다무라 선생님에게 하지는 않았다.(112쪽)

어쩌면 이들 4명의 친구들이 각자 자신의 삶을 살아내는 데에 있어서는 어쩌면, 각자가 갖고 있는 자신의 삶에 있어서의 영원을 찾아나가는 과정이 있었던 것이지 않을까 싶다. 다카미네가 만든 물방울 무늬의 로고도 그런 의미였을 것이고, 그런 의미를 옆에서 내내 지켜보며 그 여정에 함께했던 나가세도 그랬던 것 같다. 모리와 시즈쿠의 삶도. 이들에게 있어서의 시간은 결국, 그 영원에 닿기 위한 그들의 노력이었을 것 같다.

이 소설은 과거로, 또 다시 과거로 거듭 돌아가는 구성이 독특했다. 어떨 때는 과거의 이야기를 실마리삼아 다시 앞으로 돌아가 이야기를 새롭게 이해하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답답한 독자라면 소설을 거꾸로 읽을 수도 있겠다는, 시간순서대로 읽는 순서를 바꾸어 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나는 이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 어쩌면 시간순서대로 읽었다면, 처음부터 많은 이야기를 한꺼번에 전해주고 시작하게 됐을 수 있다. 하나씩 과거의 내막을 쫓아가며 각 인물들이 쌓아온, 지금까지의 역사를 살펴볼 때에 그들을 조금씩 더 잘 알아가게 되는 방법이 되는 것 같았다. 이들에게 어떤 관계와 이야기와 상황이, 그리고 그런 관계 속에서 이들이 끝까지 놓지 않고 있던 것이 무엇인지도 어렴풋이 더 잘 알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더 아프고 더 불확실하고 또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과거로 되짚어 가는 것이 불안과 고민을 안겨줄 수 있지만, 그런 불안과 고민이 인물들이 겪고 지나가야했던 과정이라면 기꺼이 감수할 수 있어야 하니, 그런 과거로 가는 경험이 더 좋았다.

이들을 지켜보며 솔직히, 독자로서 걱정하지는 않았다. 이들이 서슴없이 서로를 대하고, 또 진심으로 서로를 배려하고 위하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 그 관계를 돈독하고도 찐하게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으니까. 이들에게 또 다른 어떤 상황이 펼쳐지더라도 기꺼이 그들이 가는 그 방향의 삶의 모습을 또 담담하게 지켜볼 수 있을 자신이 있었다. 그만큼 든든한 마음이 들었다.
제목이 <기억은 물방울 모양>이다. 과거로 과거로 돌아가는 이야기 속에서의 기억이 물방울 모양의 영원에 닿아가는 이야기라는 뜻일까. 내 맘대로 해석해보고 혼자 고개 끄덕여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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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관계 특이사항 있음
마민지 지음 / 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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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관계특이사항있음 #마민지 #먹먹단 #출판사클 #서평

가족관계 특이사항 있음. 마민지. 출판사클. 2026.

왜 먹먹단이라고 하는지 글을 읽으며 알았다. 아, 이 이야기를 어떤 방식으로 풀어 설명해야할까 고민이 됐다. 그리고 미처 다 읽지 못한 지점에서 또 어떤 '가족관계 특이사항'을 발견하게 될지, 벌써부터 먹먹해져온다. 과연 가족이란 어떤 사람들인 걸까, 어떤 관계이고 또 어떤 마음과, 그리고 사랑이 있어야 가능한 것일까. 과연 나는 지금껏 가족에 대해 어디까지 생각해왔을까. 가족관계에 있어서의 특이사항을 어느 만큼 감당할 수 있을까. 가만히 생각해보게 됐다.
사전을 찾아봤다. 가족. '주로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 또는 그 구성원. 혼인, 혈연, 입양 등으로 이루어진다.'라고 뜻풀이가 되어 있다. 가장 일반적인 정의라고 생각한다. 부부를 중심으로. 나의 가족도, 이 글 속의 가족도. 부부를 중심으로 그 자식들로 이루어지는 집단과 그 구성원. 그 구성원이 혈연으로 혹은 다른 방식으로 연결되었을 때, 가족이라는 이름에 얽히는 의무와 책임이 동반된다. 그리고 그 책임은 누가 억지로 지우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당연한 듯 갖게 된다.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일부러 그래야한다는 생각이 지배하는 순간, 가족의 관계는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우리가 가족을 떠나보낸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이다. 이건 누가 억지로 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레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 생기는 마음이지 때문에. 억지로 시켜도 이 정도일 수는 없을 것이다. 감히 무엇으로 이 감정과 마음을 대신할 수 있을까. 특히나 갑작스럽게,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맞닥뜨려지는 비극은 우리의 삶을 무척 힘들게 만든다.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슬픔이라는 것이 있기는 할까. 어느 경우에도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아픔은 특히 가족으로부터 오게 되어 있다. 그러니, 섣불리 짐작할 수 있다고, 다 이해할 수 있다고도 말 못한다. 저자의 상황을 그저 숨 꾹 참고 천천히 따라가주는 수밖에. 별달리 내가 할 수 있는 방도가 없어 보인다.
2020년이 시작되던 즈음으로 기억한다. 전세계에게 닥친 전염병의 위기 상황. 그 상황을 어떻게 지나오는가는 개인이 무엇을 잘했다고 해서 혹은 잘못했다고 해서 일어나는 일들이 아니었다. 그저 나에게 해당사항이 없기를 바라는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어 보이는, 그런 상황이었다. 어느 누구에게도 일어날 수 있었던 일이라는 것이다. 저자가 견뎌야했던, 감당해야했던 그 마음이 어떨지 다 알 수조차 없다. 어떤 황망함과 안타까움이 일어났을지, 그래서 어떻게 그 시간을 지나왔어야했을지, 감히 함부로 말도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한다. 그만큼, 우리의 삶이 예상 범위 내에서 일어날 수가 없다는 것이 안타깝고 무섭기도 하다.
이 모든 상황을 기억하고 기록하고, 그 흔적과 자취를 쫓는 것은 그만큼의 의미가 있다는 것을 이 글을 읽으며 강하게 느꼈다. 특히 엄마의 기록과 기억을, 그 안에서 엄마의 마음과 생각을 읽어내려는 그 자체가 의미있고 소중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모든 마음이 곧 사랑이겠구나 싶었다. 사랑의 다양한 모양과 색깔 중 가장 아름답고도 화려한 형태를 갖고 있는 사랑, 그것이 바로 가족의 사랑이겠구나.

유품을 하나씩 꺼내어 보면서 엄마를 추억하고, 내가 몰랐던 엄마의 모습을 알아가는 것은 나만의 애도 시간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나에게 즐거움을 선사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난생처음 보는 물건을 발견하면 마치 남의 일기장을 몰래 훔쳐보는 것만 같았다.(69쪽)

이번 기회에 생각해보게 된다. 과연 나에게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나는 어떤 상태가 될까. 어떤 마음으로 어떤 행동을 하고 또 어떤 생각들을 갖게 될까. 내가 가족에 대해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발견하기를 바라고 또 어떻게 기억하고 기록되기를 바랄까. 내가 이 모든 감정 속에서 할 수 있는 사랑의 모습은 무엇일까. 우리 모두에게 이런 상황이 오지 않을 거라고 말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모두 이런 이별을 준비해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준비한다고 더 나아지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그때 이 이야기가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떻게 가족을, 사랑을 대해야하는지에 대해, 그 마음을 헤아려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출력물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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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말했다 ㅣ 상상 동시집 40
장철문 지음, 최정인 그림 / 상상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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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말했다 #장철문_시 #최정인_그림 #출판그룹상상 #상상동시집

거꾸로 말했다. 장철문 시/최정인 그림. 상상. 2026.
_상상 동시집40

동시를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자꾸 웃게 된다. 괜히 동시와 함께 나도 예뻐진다. 마음이 예뻐지고 생각이 예뻐지고 기분이 이어진다. 동시는 그렇게 사람을 자연스레 예쁘게 만든다. 그래서 기분이 좋아진다. 예쁜 사람이 되는 가장 쉬운 방법, 동시를 읽는 것이다.
이 동시집을 읽으면서도 내내 기분이 예뻐졌다. 다른 말로 나쁜 마음을 먹지 않게 된다고나 할까. 동시의 내용을 따라가며 나도 그 세계로, 그 마음으로 덩달아 함께해야할 것 같은 마음이 생긴다. 이런 아름다운 단어와 글을 읽으면서 어찌 다른 나쁜 생각을 갖게 될까. 아마 어느 누구도 쉽게 마음을 바꾸기 힘들 것이다. 그저 동시가 전해주는대로 나의 마음과 생각을 동시에 맡기는 수밖에. 동시 앞에서 모든 때묻은 생각과 어른의 속된 마음이 무장해제된다. 그래서 동시를 읽으면 웃게 되고 기분이 맑아진다. 동시와 더불어 나도 그 동시 속 아이의 심정을 따라하게 된다. 같이 깜짝 놀라기도 하고 또 궁금해하기도 하고. 웃기도 했다고 슬퍼하기도 한다. 마음이 움직이고 속이 울렁거리고, 기분좋은 감정의 기복이 생긴다. 이러니 동시를 안 읽을 수가 없다.

하나 마나 한 말이지만,/내가/나라고 부르는 얘야,/
너한테 분명히 해 둘게//
아무 때나 웃지 마,/어색할 때는 그냥 있어도 돼
_'거꾸로 말했다' 중

그러니까 말이다. 그냥 있어도 되는데 우리는 그냥 있는 걸 부담스러워하고 또 불안해한다. 그냥 있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에 빠진다. 내가 제일 잘 안다. 괜찮은지 아닌지, 됐는지 안 됐는지... 그러니 내가 나에게 당부하게 되는 것이다. 그냥 있어도 되니까, 그냥 있으라고. 나한테 해주는 말 같았다.

어두컴컴해서 무서웠지만/혼자 있고 싶은 마음이 컸어//(...)
나는 다 볼 수 있지만/아무도 날 볼 수 없었어
_'안 가르쳐 줘' 중

숨고싶어질 때가 있다. 다들 모여있는 곳에서 내 의자의 높이를 한껏 낮추고 남들 눈에 띄지 않도록 깊숙하게 내 몸을 웅크리고 싶어지는 날이 있다. 귀도 닫고 입도 닫고, 나의 감각과 존재도 닫고, 그저 나를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나도록 만들고 싶어지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 어딘가에 혼자 나를 덩그러니 던져두고 싶어진다. 한숨 돌리도록, 쉴 수 있도록, 가만히 나 자신만을 온전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그런 시간을 지나고나면 좀 낫다. 나를 혼자 둘 곳, 그곳은 나만 알면 된다. 쉿! 비밀이다. 다른 이 누구라도 알게 하지 않겠다.

준기가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부리로 가슴깃을 다듬었다/
목을 꺾어/슬쩍/준기 날개깃을 다듬어 주었다//(...)
준기가 옆으로 두 발짝/통통 갔다//
나도 그렇게 했다/
준기가 한 발짝 통 갔다/나도 그렇게 했다//
준기가 멀뚱하게 있는 척/아닌 척, 슬쩍/
내 목깃을 다듬어 주었다
_'전깃줄에 놀러 갔다' 중

아무렇지 않게 서로가 서로에게 통통 다가갈 수 있다는 것, 은근슬쩍 목깃을, 날개깃을 다듬어준다는 것, 말하지 않아도 아는 마음이지 않을까. 무심하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하지만 그러는 행동의 마음은 이미 충분히 서로에게 가 닿아 있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기꺼이 내 마음이 몽글몽글해지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어찌 내 마음이 움직이지 않을 수 있을까. 나도 누군가의 옆에 통통 다가가, 깃을 다듬어줘야지. 마음이 들썩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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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나잇 헤어살롱 ㅣ 사계절 1318 문고 154
남예은 지음 / 사계절 / 202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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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나잇헤어살롱 #남예은 #사계절출판사 #사뿐사뿐 #서평

굿나잇 헤어살롱. 남예은 장편소설. 사계절출판사. 2026.

누군가를 구한다는 것, 그 누군가를 위해 위험을 기꺼이 감수한다는 것은 그만한 가치와 의미가 있는 것이다. 어떤 행동을 할 때에는, 그 선택에 앞서 분명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순간 나도 모르는 사이 결정되는 듯 보이기도 하지만, 그 순간의 선택은 이미 마음 속에 내재되어 있던 생각과 결심이 문뜩 겉으로 드러나기 마련인 것이다. 이건 단순한 관계나 마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더 깊숙하고도 내밀한 이유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이 소설 속 이들이 품고 있는 마음이 바로 그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굿나잇 헤어살롱의 삼인조 헤어 스타일리스트. 이들은 결코 괜히 삼인조가 아니다. 삼인조라고 할 때는 그 누구라도 빠져서는 삼인조가 완성될 수 없다. 3명의 인물이 각자 자신의 위치를 잘 지키고 제 역할을 다할 때, 삼각형의 구도가 완벽하게 맞아 돌아갈 때, 그래서 안정적인 역할 수행이 이루어졌을 때, 온전히 삼인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누구라도 한순간 삐끗, 잘못되기라도하면 이들의 완벽한 구도는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이들이 같은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자 할 때 삼인 구조가 흐트러지지 않고 유지될 수 있다. 다른 마음을 먹는다거나 다른 길로 가기 위해 혼자 방향을 틀게되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인 것이다. 하지만 마음이라는 것이 어디 쉽게 맞춰질 수 있는 것일까. 각자 자신만의 생각이 분명하고, 또한 자기 자신에 대한 고민과 궁금증을 한껏 갖고 있는 경우라면, 자신의 문제를 뒤로 미루고 이들 공동의 문제만을 쫓아 움직인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은 남다르다. 서로가 서로를 구한다. 구해야할 이유도 분명하다. 이들은 삼인조니까. 서로의 마음이 서로 얽혀 있으며, 그 얽힌 마음을 풀 생각이 없다. 기꺼이 나설 줄 알고 먼저 달려들 줄 안다. 물론 무엇이 옳고 그른가도 잘 알고 있다. 자신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기, 그 선택을 향해 고민하지 않고 나서기, 무엇을 위해야하는가를 분명히 알기, 그리고 기꺼이 어떤 것도 감수하기. 망설임이나 주저함이 있지 말아야하며, 어느 순간에도 용기를 가져야 한다. 어느 순간에는 고민이 되고 판단에 자신이 없을 수는 있다. 하지만 그것이 이들의 행동을 막는 방해가 되지는 않는다. 삼인조의 위세가 사그러들지 않을 수 있도록, 이들은 기꺼이 제 몫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그리고 서로 덕분에 웃게 된다. 웃을 수 있게 된다.

흥미롭고 재밌는 소설이었다. 긴장도 됐고 섬뜩하기도 했다. 인상을 쓰고 보게 되다가도 안도의 한숨을 쉬게 만들었다. 그래도 내내 삼인조가 만들어내는 관계의 구도가 안심하게 만들었다. 이들이 향하는 서로에 대한 마음이 결국 이들이 해결해야할 일들을 하나씩 해내도록 격려하고 응원해주고 있었다. 다른 이들이 아닌 서로가 서로에게 보내는 마음이 이들을 기꺼이 움직이게 만들고 희생하게 만들고, 그래서 용기를 갖고 나설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그러니 그저 흐뭇하게 바라보게 될 수밖에.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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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와 애벌레
안녕달 지음 / 창비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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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와애벌레 #안녕달 #창비 #그림책추천 #서평

복숭아와 애벌레. 안녕달 그림책. 창비. 2026.

책을 펼치면서부터 이미 벌써 복숭아의 달콤한 향과 찐득하게 끈적끈적한 단물이 느껴지는 듯하다. 복숭아의 맛있는 분홍색도 먹음직스럽다. 한입 와구, 베어물면 좋겠지만 애벌레를 만난다면 순간 멈칫하게 될 것 같다. 더군다나 애벌레가 복숭아를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야호! 환호성을 지르며 망설임 없이 복숭아 안으로 뿅,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아, 얼마나 흥분될까, 얼마나 재밌을까, 얼마나 달까. 특히 물복숭아라면 주르르르륵 줄줄 흘러내리는 복숭아물 사이사이로 마음껏 이리저리 다닐 수 있을 것 같은데. 미끌미끌 어디든 미끄러져다닐 수 있는 길을 이리저리 만들며 신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복숭아는 여름의 맛이다. 한껏 달아오른 단맛을 한입 가득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여름의 맛. 한여름의 더위와 복숭아의 단맛은 참 잘 어울리는 한쌍이다. 손이 끈적거려지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여름의 맛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여름에만 맛볼 수 있는 맛인 것이다. 그런 여름을 잘 보내고나면, 잘 자라게 된다. 여름을 잘 지나 어느새 훌쩍 커버리게 된다. 무엇이 될지 알 수 없지만, 무엇이 되어도 좋은 여름 다음의 계절을 기다리게 된다. 아마 여름이 지나고나면 알게 되겠지, 무엇이 되는지. 지나고나면 어쩌면 서운할 수도 있다. 그 여름의 맛을 다시 느끼고 싶은 아쉬움과 그리움으로.

'복숭아와 애벌레'와 함께 기분 좋은 상상속 세상을 경험하고 나니,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그리고 잠깐 지난 여름을 떠올리게 된다. 난 어떤 여름을 보냈지? 나의 여름은 복숭아향 가득한 시간이었나? 애벌레와 함께 상상할 수 있었던 여름이었나? 나의 여름의 복숭아맛은 얼마나 달콤했나? 여름의 더위 못지 않게 복숭아의 단내가 몸을 노곤노곤하게 녹여주는, 그 순간을 사랑할 줄 알았나?

안녕달 작가님의 그림책이 이미 내 손에 놓여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분명 쨍한 여름이었을텐데도 따스하고 포근했다. 아무래도 여름을 그냥 보내기 아쉬운 것 같다. 괜히 나도 살며시 머리맡에 복숭아를 놓고, 가만히 눈 감고 생각에 잠기고 싶다. 여름이 여름이어서, 복숭아 향 가득한 여름이어서 좋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선물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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