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 노동은 누가 하는가 - 보이지 않아도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인지노동'의 불평등
앨리슨 데이밍거 지음, 전경훈 옮김 / 한겨레출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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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노동은누가하는가 #앨리슨데이밍거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12기

머릿속 노동은 누가 하는가. 앨리슨 데이밍거/전경훈 옮김. 한겨레출판. 2026.
_보이지 않아도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인지노동'의 불평등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당연히 노동은 겉으로 드러나는 노동 행위의 물리적 시간과 과정으로만 판단된다고 생각했었다. 퇴근 후 집안일을 돌보는 시간, 겉으로 보이는 시간, 누가 무엇을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의 확인 가능한 부분으로만 여기고 있었다.

오늘날의 가족에서 성별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시간 사용과 더불어 정신 사용까지 포괄해 설명할 수 있는 확장된 가사노동을 사회학이 필요하다.(284쪽)

이 책을 읽으며 비로소 노동은, 일이란 겉으로 보이는 시간 사용만이 아닌, 정신 사용하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이제서야 깨닫게 됐다. 왜 그동안 생각조차 하지 않았냐고, 한방 맞은 느낌이었다.
책을 읽기 전 제목을 보면서도 당연하게 '노동'이란 단어에 초점을 맞춰 생각했었다. 그래, 노동은 누가 하는 거지? 보이지 않는 노동의 불평등이 무엇이지? 하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무릎을 쳤다. 사실은 '머릿속'에 강조점이 있었구나! '인지노동'이란 단어가 그제서야 제대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나서, 표지에 나열되고 있는 노동의 목록들이 결국,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확인할 수도 없는 목록들이라는 걸 알게 됐다. 우리는 끊임없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인지노동'을 쉴새없이 하고 있는 중이구나, 하는 것도 함께 느끼게 됐다.

우리가 가사노동을 이해할 때 비육체적 형태의 노동을 배제한다면, 가정생활에서 나타나는 성별 차이의 전체 모습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다.(280쪽)

당연히 책을 읽으며, 나의 경우는 어느쪽인가를 가늠하기 시작했다. 책 속 사례들을 살피며 나는 '남성 주도 커플'일까 '여성 주도 커플'일까, 아니면 '균형 커플'일까를 곰곰이 생각해봤다. 결론으로, 결혼 생활 20년이 넘은 이 지점에서, 15년 정도는 당연하게도 '여성 주도 커플'이었다. 그러다 지금은 일정 부분 조금씩 그 역할을 넘겨주려 애쓰고 있기는 하다. 여성인 내가 의도적으로 많은 부분에서 나의 역할을 회피하고 있기도 하고, 이제는 자녀 양육의 일이 많이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많은 부분에서의 인지노동을 하도록 만드는 노력을 하고 있기도 하다.

"더 능률적이다", "더 빠르다, "더 낫다" 같은 표현들이 초인 유형 여성의 식사 계획하기와 아이 돌보미 찾기부터 선물 고르기에 이르는 과업 수행을 정당화했다.(...) 초인 유형 여성의 우월한 인지노동 역량은 그녀의 DNA에 쓰여 있는 예정된 결론이기보다는 여러 해에 걸쳐 계발되고 사회적 힘에 의해 강화된 과정들의 정점으로 보였다.(173-174쪽)

보통 여성이 가정 내 많은 부분을 담당하게 되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이지 않을까. 더 잘한다고, 더 효율적으로 빨리 일이 진행된다고, 대부분의 역할을 여성에게 부여하는 관점. 심지어 여전히 아직도 한국사회는, 과거 봉건적인 사고방식의 근간을 완전히 뽑아내지 못하고 집안의 일을 여성의 일로 간주하는 지점이 다분하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주부'라는 단어를 여성과 연결지어서만 사용하는 편견이 단적인 한 예라고 생각한다.

요컨대 남성 주도 커플은 단순히 '성별이 뒤바뀐' 여성 주도 커플이 아니었다. 오히려 남성 주도 커플은 전통과 변화의 요소들을 뒤섞고 있었고, 대부분은 그들의 비전통적 방식과 세상의 규범 및 구조 사이에서 마찰을 겪었다.(216쪽)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성에 대한 역할 부분의 편견이 얼마나 공고한지 느끼게 된다. 불평등에 대한 인식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도록 사회는 많은 부분에서 성에 대한 차별을 당연하다는 듯이 일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성에 따른 불평등, 성적 차별이란 단어가 익숙해지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저자는 반드시 50:50의 역할이기를 바라는 건 아니라고 했다. 다만 어떤 이유를 설명할 때, '여성이니까'가 답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성에 대한 차별을 가사노동을 역할, 특히 인지 노동에 대한 사회적 차별로 연결시켜 이야기하고 있는 책을 처음 만났다. 그래서 놀라웠고 또 당황스러웠으며, 나의 기존 생각을 깰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이 책의 제목에 주목하게 됐다. 머릿속 노동, 인지노동. 꼭 기억해야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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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일의 로마법 수업 - 원하는 대로 살아갈 권리를 위한 한동일의 삶을 위한 수업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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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일의로마법수업 #한동일 #흐름출판 #서평 #책추천

한동일의 로마법 수업. 한동일. 흐름출판. 2019(개정 2026)
_원하는 대로 살아갈 권리를 위한

'법'이라는 가장 오래된 언어로
오늘을 읽고 공동체를 다시 세우다
_추상적이고 막연한 인간의 소망과 기대는
어떻게 구체적이고 또렷한 현실이 되는가

표지에 적혀 있는 문장을 그대로 옮겨보았다. '법'에 대한 이야기, 그것도 '로마법'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생각해봐야할 지점이 무엇일까.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다시 로마법을 이야기하고, 그 로마법을 통해 다시 지금의 우리가 살아가는 삶을 이야기하는 것. 이 책을 지금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는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에 있었다.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이야기에 있었다.

오늘날 우리가 로마법을 다시 살펴보는 것은 단지 현재 법의 원천을 찾기 위해서만은 아닙니다. 로마법을 통해 인간을 둘러싼 바뀌지 않는 환경과 존재의 태도를 돌아보고, 법을 통해 역사를 인식하고자 함이지요.(222쪽)

우리의 현재가 과거와 이어져있을 수밖에 없고, 미래를 향해 가기 위해서는 당연히, 끊임없이 과거가 되어가는 현재와 맞물려 역사를 되짚어보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그러니 지금 로마법을 통해 과거를 들여다보는 것은, 현재를 통해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그 시작을 알기 위해 딱 적합한 일이 될 것이다. 다만 우리의 역사는 왜이리도 약자에 대한 차별이 극심했을까, 우리의 역사가 불평등에서부터 평등해지기 위한 오랜 시간과 노력의 투쟁일 수밖에 없는 건, 이 또한 역사가 갖고 있는 특징인 것일까. 내내 일정부분은 화가 나고 또 일정부분은 어이가 없고 또 일정부분은 여전히 끝나지 않고 있는 현재 진행형의 이야기로 읽혀 슬폈다.
단적으로 "당신은 자유인입니까, 노예입니까?"라는 질문이 인간을 인위적으로 나누어 구분하겠다는 전제에서 비롯된다는 것에서 씁쓸한 감정이 들 수밖에 없었다. 성에 따라 여자와 남자를 구분하고, 지위와 신분으로 나누고, '법'이라는 문서 안에서 사람을 대놓고 차별하고 심지어 인간에 대한 존중마저 남아있지 않았던 모습이, 지금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웠다. 태어날 때부터 모든 것이 정해져 있고, 심지어는 범죄자마저 타고나는 것이라고 접근하기 시작한다면 과연 인간은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었던 것일까, 그들의 논리 안에서 어떤 인간들로 사회를 유지하고 싶었던 것일까, 싶었다.
그러면서도 내내 출산과 관련해서는 지독하게도 국가주의적인 관점으로 계산하고, 조금이나마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매춘을 허용하는 사회에서, 과연 우리가 배워야할 지점이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단순히 과거 역사의 흐름이, 사회의 상태가 어떠했는가에 감정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그런 사회의 과거가 우리에게 현재 어떤 면을 시사해줄 수 있는지, 지금 우린 어떤 관점으로 로마법을 바라보고 해석해야하는지를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우리는 역사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우리의 삶과 연속성을 가지는 과거의 시간은 어디쯤이며, 오늘 내 앞에 닥친 암담한 문제와 위기를 해결하는 데 옛 사람들의 원칙과 철학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요?
로마법 수업은 곧 인간학 수업입니다.(255쪽)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 사회의 일관된 흐름과 방향을 정립하기 위해 법은 제정될 것이다. 그리고 그런 법에 의해 움직이는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우리는 살아가게 된다. 과거를 이미 경험한 우리가 '인간'으로서의 품격을 지킬 수 있는 그 다음의 대응은 어때야할지, 잘 생각해봐야할 때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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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끝
김성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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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끝 #김성일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12기

시간의 끝. 김성일 장편소설. 한겨레출판. 2026.

무서웠다. 이런 세상이 온다면 과연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생각도 함께 하면서 소설을 읽어나갔다. 소설 속의 이야기야, 하고 소설로 읽어야 하는데, 자꾸만 실제와 혼동이 됐다. 때때로 현실로 돌아와 안심하려는 노력을 해야만 했다. 그만큼 현실처럼 여겨졌기 때문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이 아주 허무맹랑하기만 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아서 그랬을 수도 있다. 괜히 밤에 읽다가 주변을 둘러보게 됐고, 밤하늘의 달을 찾게 됐다. 파괴된 달, 달의 파편을 보는 마음은 어떤 것일까. 온전하게, 안전하게 떠 있는 달을 보며 한참을 안심했다. 유독 이 소설이 나를 소설 속으로 더 깊게 데려가고 있었다.

형사, 교주, 수학자. 이들의 순환구조를 마지막에 눈치채고, 너무 놀랐다. 1차 시간과 2차 시간 안에서 이들이 만들어내는 시간이 어떻게 맞물려 돌아가게 되는지를 살피며, 소름이 돋았다. 심박수가 빨라지고 이들의 운명을 가늠하기 위해 빠르게 머리를 써야한다는 긴박감이 생겼다. 내가 대신 해결해줄 수 있는 지점이 있지도 않은데, 이 수학적 계산식 안에서 이들이 어떤 삶의 운명으로 톱니바퀴가 돌아가고 있는지, 그 운명이 참 모질다는 생각도 했다.

과거와 현재도 미래도 요그 소토스 안에서 하나다.

요그 소토스. 궁금해서 찾아봤다. 크툴루 신화의 우주적 존재(외부신)로, 시공간 바깥에 있으면서 동시에 모든 시공간을 포함하는 것. 모든 시간과 공간에 존재하며, '그 문을 아는 자', '관문 그 자체', '열쇠이자 문지기'로 불리며, 과거 현재 미래가 그 안에서 하나로 이어진다고 묘사된다고 한다. <<네크로노미콘>>, 크툴루 신화에 등장하는 가상의 책이자 마법의 책, 그 책에 적혀 있는 주술. 그래서 이 주술을 통해 시간은 끝없이 돌고 도는 것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영과 지호는 이 운영의 소용돌이 안에서 1차, 2차 시간 속을 헤매게 되는 것이다.

"두 사람은 시간의 끝까지 함께하기로 맹세합니까?"
결월산 교수는 몰골과 달리 침착하고 낭랑한 처음으로 말한다. 수영과 지호는 동시에 대답한다.
"네."
"네."
"이제 두 사람은 하나가 되었습니다."
수영과 지호는 서로 꼭 안고 입을 맞춘다. 그때 가슴께에 무언가 뜨거운 것이 느껴진다. 이정래를 찔렀을 때와 똑같은 기분이다.(227쪽)

어쩌면 이 꿈이 두 사람의 운명의 끈을 이어주는 열쇠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뒤늦게 했다. 이들은 결국 끝까지 함께할 수밖에 없는 운명 안에서 각 시간은 넘나들며 그들에게 주어진 삶의 의미를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 끝의 순간이 오기 전에는 이 모든 것을 알아채지 못할 것이겠지만, 그 끝의 순간에서 다시 시작되는 운명을 스스로 받아들이고 이끌어나가야한다는 것만은 이들이 모두 충분히 인지하고 받아들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을 이어주는 끈은 결코 끊어지거나 사라지지 않을테니까.

이 소설에서 궁금했던 지점은, 그래서 달은 왜 파괴된 것일까였다. 누가 파괴했으며, 파괴를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는 과연 무엇일까 하는 것이었다. 달이 파괴되어 파편으로 하늘에 떠있다는 것은 기존의 달이 하고 있던 역할도 조각된 상태로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그렇다면 달을 통해 만들어졌던 하루의 시간 간격이나 한 달의 개념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빠르게 움직이는 하루의 시간 안에서 결국 시간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그 모호해지는 사이에 1차 시간과 2차 시간의 경계가 허물어지며 그 사이에서의 어지러운 시간 간의 혼선이 자연스레 시간의 끝이면서 동시에 시작을 만들어내는 통로, 문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그 모든 시간의 어그러짐의 시작이 달의 파괴였을 거라는 게 나의 추측이다. 그러니, 내내 달에 집착하고 그 달의 형태에 따라 많은 사건이 펼쳐지고 그 안에서 시간과 시간을 넘나들어 다시 시간의 끝으로 수렴되는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굉장히 잘 짜여진 소설 한 편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수많은 소설을 읽었지만 최근 읽은 소설 중 단연, 플롯과 사건 간의 유기적 구조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면 독자가 긴장을 늦출 수 없도록 만들어주고 있는 소설이었다. 다 읽은 후 와, 하는 감탄이 자연스레 나올 정도였다. 읽는 내내 만들어냈던 공포의 분위기와 두려움의 감정, 후반부로 가면서 끌려다니게 되는 높은 강도의 긴장, 다 읽은 후 감탄까지. 한 순간도 쉽게 독자를 내버려두지 않는구나, 싶었다. 덥하고 습한 여름에 정신이 번쩍 나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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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노래한다
이주혜 지음 / 다람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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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노래한다 #이주혜 #다람 #서평단 #책추천

나는 노래한다. 이주혜 장편소설. 다람. 2026.

할리, 유키, 로사. 세 여자의 이야기가 흡입력 있게 전개되는 소설이었다. 소설의 남은 분량이 줄어드는 것이 아쉬웠다. 로사의 독백과 같은 이야기에서 오히려 담담해지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감정이 크게 요동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여운이 남았다. 분명 하나의 소설이지만 세 편의 소설을 읽은 것 같았다. 아마도 1인칭 소설의 묘미를 충분히 소설 속에 녹여냈기 때문이지 싶었다. 각자의 이야기, 하지만 그 각자의 이야기가 함께 어우러지면서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었기 때문에, 독립적이면서도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만들어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소설의 구조적 연결이면서 동시에, 세 여자(어쩌면 사크시를 포함한 네 사람)의 연대이기도 할 것 같았다.

성을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학생의 이름은 유키입니다. 유키는 일본어로 다행 혹은 행복이라는 뜻입니다. 저와 함께 유키의 행을 빌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두 분이 유키의 삶에 더해주신 용기에 힘입어 저 역시 용기를 내어 말씀드리자면 제 이름 사크시는 인도어로 목격자 혹은 증인이라는 뜻입니다. 저와 더불어 유키의 목격자이자 증인이 되어주신 두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196쪽)

각자가 갖고 있는 상처가 안에서부터 곪아 터져나올 때가 있다. 상처라는 것은 아픔을 동반하게 되고, 그 아픔을 스스로 감당하려다 오히려 통증에 사로잡혀 겨우 지탱하고 있던 몸 전체가 크게 흔들릴 때가 있다. 그때, 누군가가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잠시 손을 잡아주거나 혹은 넘어지지 않도록 기댈 등을 내어주기만 해도 다시 중심을 잡고 지탱할 수 있는 힘을 끌어모을 수 있게 된다. 이 소설 속 이들이 바로 서로에게 그런 존재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에 직접 이야기하고 나눌 수는 없어도, 극히 개인적이고 또 숨기고 싶어도, 어느 순간에는 그 속엣말을 털어놓으며 마음의 안심을 갖고싶어질 때가 있다. 어디에서도 나를 인정하지 않을 것 같은 휑한 허전한 속에서도 분명 따뜻한 온기는 찾아올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이런 온기가 소설에서 전해졌기에 여운이 오래 남은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들 모두가 다시 나아가는 선택을 했다는 것, 그래서 그 다음을 떠올릴 때 마음이 사뭇 놓인다는 것도 한몫 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이들의 과거는 각자가 자신의 방식으로 다독이고 감싸안아주고 있다. 대놓고 그들의 삶에 개입하거나 들어서지 않는 딱 그 정도의 선을 지켜주고 있다. 만약 이들이 이 선 이상으로 넘어서게 된다면 오히려 지금과 같은 평온함이 오래 유지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 이쯤에서 서로에게 각자의 삶을 존중하고 내어주는 그 지점이 참 절묘하면서도 알맞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 서로가 서로에게 존재만으로도, '목격자이자 증인'인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노래한다>의 '나'가 중요했던 소설이었다. '나'라는 주체로서의 삶과 시선과 감정과 또다시 삶이, 이 소설을 읽는 독자도 '나'로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나도 '나'로서 노래할 수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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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사회 프로젝트 - 노동과 여성·청년이 만나면 세상이 바뀐다
조돈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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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사회프로젝트 #조돈문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12기

평등사회 프로젝트. 조돈문 지음. 한겨레출판. 2026.
_노동과 여성 청년이 만나면 세상이 바뀐다

부제에서처럼, 노동과 여성, 그리고 청년이 만나 서로 연대하면, 세상이 바뀔 수 있을까? 과연 우리 사회가 이 책에서 그리는대로 변화를 수용해줄 수 있는 사회가 맞기는 할까. 우선, 나도 기본적으로 이 사회가 평등해질 수 없다는 회의를 강하게 갖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내내 느끼게 됐다. 우리 사회는 어차피,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평등해질 수 있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이 책에 제시하고 있는 방안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다 읽고난 다음에도, 바꾸지 못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 내가 이렇게 부정적인 사람이었다니. 한편으로는 나의 생각을 희망적으로 만들어주지 못하는 사회를 탓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조금 더 강하기는 했다.
그리고 또, 평등이란 단어 자체가 갖고 있는 모순이 있다고도 생각한다. '권리, 의무, 자격 등이 차별 없이 고르고 한결같음.'이라니. 이미 모든 곳에서 계급과 등급과 부와 또 온갖 층위를 만들어내는 모든 요소들로부터, 우린 충분히 차별받고 있고 다른 대우를 받으며 다른 처지에 놓여 있다. 어떤 방법으로도 지금의 공고히 구축된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은 없어 보인다. 다만, 조금 나아지는 방향으로의 모색은 가능하겠지, 지금보다 단 반 발짝이라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면 그 작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다시 가볼 수는 있을 것이다.

이미 저자가 사전 공지해준 것과 같이, 이 책에 나오는 무수히 많은 통계 자료가 수치는 한편으로 지금의 사회가 얼마나 쉽지 않은 사회인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드는 자료가 없지만, 그런 자료들이 쌓여 지금의 사회를 정면에서 직시할 수 있다면 거부감을 잠시 접어두고 각 수치가 말하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확인해줄 필요는 충분할 것이다. 또한 이미 검증되었다면 스웨덴의 모델을 발판삼아 한국식 모델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 최소한 지금의 격차나 간격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의 방법 모색이 필요할 것이다.
결국 노동과 평등의 관계에 대한 고찰을 통해 우리 사회가 노동을 대하고 있는 방식, 노동자와 노동이 이 사회에서 갖고 있는 역할이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회복, 혹은 수정 발전되어야 하는가에 따라 불평등사회와 평등사회의 결과값이 달라질 것 같다. 아무리 좋은 모델이 있고, 많은 부분에서 충분히 투자하고 또한 변화의 가능성을 향해 개혁이든 변혁이든 하나가 충분한 준비가 되어있다 하더라도, 이 모든 것은 곧 사람이 하는 것이고 사람이 만들어내는 사회가 하는 일인지라, 어느 것 하나 확신에 찬 논리를 펼쳐나가기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다시 회의감이 밀려오는 지점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안 될 거라는 부정적 결론을 사전에 결정한 채 지금의 상황을 계속 끌고가는 것은 오히려 퇴보의 길을 가는 것과 다르지 않을테니, 그것만은 선택지에서 빼야하지 않을까. 그리고 어떻게 되었든, 다양한 방식을 총동원하여 더 나은 평등의 수준에 도달하기 위한 인식을 바꿔나가야하지 않을까. 이 책을 읽으며 내내 스스로에게 반복적으로 해주려 했던 말은, 나의 인식부터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 모든 시도와 노력이 의미없어지게 될 것이라는 거였다. 나 하나의 생각조차도 바꿀 수 없다면 이 모든 연구가소용없는 일이 될 테니까. 마음을 단단히 바로잡아야 한다는 다짐을 반복하게 되었다.

덧-
저자의 연구와 방대한 자료가 압도하는 책이었다. 이 연구가 연구로만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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