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노래한다
이주혜 지음 / 다람 / 2026년 7월
평점 :
#나는노래한다 #이주혜 #다람 #서평단 #책추천
나는 노래한다. 이주혜 장편소설. 다람. 2026.
할리, 유키, 로사. 세 여자의 이야기가 흡입력 있게 전개되는 소설이었다. 소설의 남은 분량이 줄어드는 것이 아쉬웠다. 로사의 독백과 같은 이야기에서 오히려 담담해지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감정이 크게 요동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여운이 남았다. 분명 하나의 소설이지만 세 편의 소설을 읽은 것 같았다. 아마도 1인칭 소설의 묘미를 충분히 소설 속에 녹여냈기 때문이지 싶었다. 각자의 이야기, 하지만 그 각자의 이야기가 함께 어우러지면서 모두의 이야기가 될 수 있었기 때문에, 독립적이면서도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만들어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소설의 구조적 연결이면서 동시에, 세 여자(어쩌면 사크시를 포함한 네 사람)의 연대이기도 할 것 같았다.
성을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학생의 이름은 유키입니다. 유키는 일본어로 다행 혹은 행복이라는 뜻입니다. 저와 함께 유키의 행을 빌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두 분이 유키의 삶에 더해주신 용기에 힘입어 저 역시 용기를 내어 말씀드리자면 제 이름 사크시는 인도어로 목격자 혹은 증인이라는 뜻입니다. 저와 더불어 유키의 목격자이자 증인이 되어주신 두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196쪽)
각자가 갖고 있는 상처가 안에서부터 곪아 터져나올 때가 있다. 상처라는 것은 아픔을 동반하게 되고, 그 아픔을 스스로 감당하려다 오히려 통증에 사로잡혀 겨우 지탱하고 있던 몸 전체가 크게 흔들릴 때가 있다. 그때, 누군가가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잠시 손을 잡아주거나 혹은 넘어지지 않도록 기댈 등을 내어주기만 해도 다시 중심을 잡고 지탱할 수 있는 힘을 끌어모을 수 있게 된다. 이 소설 속 이들이 바로 서로에게 그런 존재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에 직접 이야기하고 나눌 수는 없어도, 극히 개인적이고 또 숨기고 싶어도, 어느 순간에는 그 속엣말을 털어놓으며 마음의 안심을 갖고싶어질 때가 있다. 어디에서도 나를 인정하지 않을 것 같은 휑한 허전한 속에서도 분명 따뜻한 온기는 찾아올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이런 온기가 소설에서 전해졌기에 여운이 오래 남은 것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들 모두가 다시 나아가는 선택을 했다는 것, 그래서 그 다음을 떠올릴 때 마음이 사뭇 놓인다는 것도 한몫 하고 있을 것이다. 물론 이들의 과거는 각자가 자신의 방식으로 다독이고 감싸안아주고 있다. 대놓고 그들의 삶에 개입하거나 들어서지 않는 딱 그 정도의 선을 지켜주고 있다. 만약 이들이 이 선 이상으로 넘어서게 된다면 오히려 지금과 같은 평온함이 오래 유지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딱 여기까지. 이쯤에서 서로에게 각자의 삶을 존중하고 내어주는 그 지점이 참 절묘하면서도 알맞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니 서로가 서로에게 존재만으로도, '목격자이자 증인'인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노래한다>의 '나'가 중요했던 소설이었다. '나'라는 주체로서의 삶과 시선과 감정과 또다시 삶이, 이 소설을 읽는 독자도 '나'로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나도 '나'로서 노래할 수 있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