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공원에서 만나 도넛문고 13
오미경 지음 / 다른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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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한공원에서만나 #오미경 #소설 #다른출판사 #서평단 #서평 #책추천

망한 공원에서 만나. 오미경 소설. 다른출판사. 2025.

망 공원. 사람은 자신의 상황에 빗대어 다른 것들을 보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 딱 맞는 것 같다. 수하에게 있어서 지금은 딱, '망'으로 읽기 쉬운 상황이니까. 그런 상황을 다시 '희망'으로 읽을 수 있도록 해준 존재가, 공원에서 만난 존재들이다. 처음엔 <망한 공원에서 만나>가 무슨 뜻일까 무척 궁금했다. 공원이 망할 수가 있나, 망한 공원에서 무슨 험악하고 무서운 일이 벌어지는 건 아닌가, 자칫 공원이란 곳이 생각보다 음침할 수도 있어서, 인적이 드물어지는 공원에서의 일이 조금은 불안하기도 했었다. 책을 읽기 전 제목만 봤을 때의 생각이 그랬다는 거다. 그런데, 그런 생각과는 다르게 책의 표지가 너무 예뻤다. 이런 예쁜 표지의 이야기가 험악한 이야기로 채워져있으면 안 되지 싶었다. 그리고 나서 읽은 책의 내용은, 그런 모든 불안과 걱정을 사라지게 만들기 충분한 이야기들이었다.
특히 이 소설에서 가장 마음에 들던 부분이, 수하가 이온과 민들레를 만나고 교실에서 웃게 되는 장면이다.

민들레는 다리를 들어 튼실한 허벅지를 보인 뒤, 뒤돌아 단단한 엉덩이를 손으로 두드렸다. 수하는 엄지 척을 하며 처음으로 입을 크게 벌리고 웃었다.(103쪽)

지금 수하에겐 이렇게 웃을 일이 없다. 집, 부모님, 이사와 전학, 그리고 삼각형의 방까지. 그래서 답답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뛰쳐나와 공원을 향했던 것이고, 그런 이유에서 더욱 웃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아이들 덕분에 수하가 웃었다. 이미 이 웃음으로 수하가 마음 속에 담겨 있던 어둠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고, 이것이 시작이 되어 수하의 마음의 빗장도 조금씩 열릴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걸 보면, 사람의 마음을 풀어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은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은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어 있고, 또 사람과 고양이의 연결이 다시 사람을 이어주고 있다. 그리고 그런 이어짐의 마음이 사람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면서 그 사람들의 마음을 풀어주고 있다. 슬픔이나 아픔을 한 가지 이상씩은 가지고 있는 사람들. 이 사람들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따뜻해질 수 있었던 것이 바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게 되고 전해받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가능할 수 있었던 희망 공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에게서 위로받는다는 것이 딱 맞는 소설인 것이다.

이런 '망한 공원'이라면 나도 그 공원으로 매일 산책을 나가고 싶다. 공원에서 마주치는 사람들과 가볍게 인사를 하고, 불편하고 어려운 이에게 기꺼이 손을 내밀어주고, 그들과의 연결을 통해 다시금 따뜻함을 전달받고 싶다. 다시 회복할 수 있는 기운을 받아 그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고 싶다. 그런 산책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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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추억은 이곳에 남아
비르지니 그리말디 지음, 박주리 옮김 / 저녁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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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추억은 이곳에 남아. 비르지니 그리말디 소설. 저녁달. 2025.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존재가 이 세상에 딱 한 명만 있어도, 살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리 고통스럽고 아픈 기억이어도, 그 기억 안에 단 한 순간만이라도 따뜻한 순간이 존재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숨 쉴 구멍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엠마와 아가트 자매에게 있어서 할머니는 그런 존재였고, 엠마에게 있어 아가트는 그런 언니였다. 그리고 아가트로 인해 엠마는 버틸 수 있었다. 불안을 잠재울 수 있는 방법으로 가장 쉬운 방법이 그런 존재를 찾는 것, 그 존재의 품으로 들어가는 것, 그 따스한 온기를 느끼는 것이었고, 이들은 서로에게 기꺼이 그런 기댈 곳이 되어 주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이들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그래서 서로가 의지할 수 있도록 온 마음을 다했다.
그래서인지, 이 소설을 다 읽고난 뒤 두 자매가 티격태격 했던 모든 순간들이 다 애틋하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이들은 이미 마음 가득 서로에 대한 사랑과 애정을 듬뿍 안고 있었고, 그 사랑의 방향이 서로에게 향해있었던 것이다. 여차하면 언제든 서로를 위해 자신을 내던질 준비가 되어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이들이 어린시절을 지나오면서 버기기 위한 생존 방법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각자가 안고 있던 마음의 아픔을 들키지 않기 위해, 그리고 서로에게까지 그 고통이 넘어가게 놔두지 않기 위해. 그러니까,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 서로의 마음이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엠마가 아가트에게 제안한 이유를 알게 된 순간, 가슴이 뭉클해지고 코가 찡해졌다. 그리고 왜 소설의 제목이 <우리의 추억은 이곳에 남아>인지 그제서야 알았다. 이들이 '이곳', 즉 할머니와의 모든 추억이 담겨 있는 공간에서 느끼는 안정감이 있었을 것이고, 이곳은 바로 그 안정감 안에서 이들은 어느 무엇으로부터도 공격받지 않을 수 있는 안전지대가 되었던 것이다. 이들은 지금까지의 삶을 살아오면서 순탄하지만은 않은 삶을 살아왔다. 그리고 그런 삶으로부터 언제라도 도망칠 수 있고 마음 편안해질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삶의 힘겨운 순간들마다 이곳을 떠올리며 버텼고, 이곳으로 향하는 마음만으로도 안심할 수 있었다는 것이, 이들이 이 공간의 마지막을 함께하고 싶었던 매우 중요한 이유인 것이다. 가장 평온할 수 있는, 모든 사랑의 마음이 넘쳐날 수 있는 곳, 누군가의 보살핌으로 따뜻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 할머니의 집이었던 것.
공간이 갖는 의미가 그래서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집'이라는 공간은 늘 사람을 품고 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집은 그냥 단순히 공간의 의미만을 담고 있지 않고 그 집의 사람과 함께 존재하기 때문에, 집은 곧 사람이기도 한 것이다. 그래서 사람이 존재하지 않아도 존재했던 추억을 고스란히 갖고 있기 때문에 공간은 사람을 오래도록 품고 그 추억이 머무르게 되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엠마가 아가트에게 할머니 집에서의 시간을 제안했던 것도, 그래서 함께 그 시간을 보내며 확인할 수 있었던 마음도 모두 다 이런 이유 때문인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시간들마저도 엠마가 아가트에게 남겨두고 싶었던 추억의 한 부분이었을 것이다. 그런 언니 엠마의 마음이 강하게 느껴져 더욱 감동적인 이야기가 되었다.

하지만 나는 서 있다.
더 나아가, 나는 살아 있다.
언니 말이 맞았다. 잭의 죽음이 영화의 끝은 아니다.
아직도 연기해야 할 장면이 산더미처럼 남아 있다.(342쪽)

아가트에게는 앞으로 살아갈 수 있게 만들어주는 추억이 많다. 그 추억들을 만들어준 이들 덕분으로 아가트는 또 그 다음을 잘 살아낼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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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층 너머로 꿈꾸는돌 44
은이결 지음 / 돌베개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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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점오층너머로 #은이결 #돌베개 #서평단 #서평 #책추천

2.5층 너머로. 은이결 장편소설. 돌베개. 2025.

2.5층. 이 공간이 어떤 공간일까 머릿속으로 상상하게 된다. 2.5층의 계단에 앉아있을 아진이의 모습과 마음도 상상해본다. 아진이가 이 공간에서 보내는 시간은 얼만큼의 크기로 아진이를 감싸고 있을까. 아진이가 이곳에서 보고 느끼게 되는 모든 것들에서, 아진이는 또 어떤 크기의 공간을 상상하고 있을까. 그리고 아진이가 이 공간에서 만나고 싶은, 그리고 말하고 싶은 이는 과연 누구일까.

누군가를 잃는다는 것이 어떤 감정일지, 그것도 가까웠던 가족과 친구일 경우 어떤 마음으로 이 모든 것을 감당할 수 있을지, 짐작이 쉽지 않다. 아진이에게는 세나의 일이 처음이 아니었고, 처음이 아니었기에 더욱 아진이의 마음을 심하게 흘들어놓을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더욱 세나의 일에 집착하고 더 강한 감정에 흔들릴 수밖에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는 대수롭지 않은, 심지어는 관심 밖의 별 거 아닌 일이 될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너무도 중대해서 삶의 중심이 흔들리는 듯한 강한 충격의 일이 되고, 그 후유증이 무척 커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정도일 수도 있다. 아진을 보는 외부의 시선은 전자의 경우일지 모르나, 세나를 보던 아진은 후자의 경우에 해당될 것이다. 아진이가 세나와 그렇게 헤어지면 안 되는 것이었다.
아진의 마음에 세나가 어떤 모습으로 남게 될 지, 아진 스스로도 세나와의 시간 속에서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이것은 아진이 엄마를 떠나보낼 때와 마찬가지이다. 아진이 엄마의 마지막 모습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게 될지, 아마 어른이나 떠나는 이는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다. 세나 역시도 아진과의 마지막이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지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쩌면 이건 모두 살아 남은 자만이 갖게 되는 책임의 무게일 수 있다. 엄마의 마지막, 세나와의 마지막을 아진이 자연스레 자신의 목소리와 생각으로 정리할 수 있게 되기까지 무수히 많은 감정과 일들을 감당해냈어야했고, 그런 시간들의 과정을 통과해나가야만 그 다음의 어른의 세계로 진입해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물론, 어른의 세계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 정답이거나, 혹은 어른의 세계가 목표 도달 지점은 것은 아니지만.)

저마다 혼자 보내는 시간이 있다. 자전거를 타고, 개와 산책을 하고, 담배를 피우면서. 2.5층에서 너를 만나는 나, 정원과 동물을 공들여 돌보는 옆집 아저씨, 이웃집 옥상으로 건너와 현실의 시름을 덜어 내는 해미 언니,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혼자여서 마음을 놓고 있다가 어쩌다 시선이 겹치면 모른 척해주면 된다. 우리가 각자 보낸 시간을 지나 아침이 오고 있었다.(172쪽)

어쩌면 이 2.5층은 2층과 3층 사이에 끼여서 오히려 2층도 3층도 내다보고 관여할 수 있는 공간이 될 것 같다. 그래서 이 공간이 현실과는 한 걸음 벗어나 있고, 또 그런 공간적 분위기 속에서 실제 감당하기 힘든 모든 것들을 스스로 치유하고 내면화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혼자 안으로만 파고 들어가 자신을 자신이 괴롭혀나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이들의 삶에 관여하고 또 그 안에서 살기 위한 방도를 찾게 되는 모습은 곧, 지금까지의 아픔과 고통을 어떻게 극복해나갈 수 있을 것인가, 어떤 단단한 힘을 얻어 다시금 그 다음을 향해 살아갈 수 있게 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모습과 닮아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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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의 진화 - 최초의 이민부터 워킹 홀리데이까지 호주 이민사로 읽는 한국 근현대사
송지영 지음 / 푸른숲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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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의진화 #송지영 #푸른숲 #서평단 #서평 #책추천

이민의 진화. 송지영 지음. 푸른숲. 2025.

우선, 저자의 삶 자체가 이민의 삶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의 삶이 해당 분야에 대한 연구로 이어지면서 그 진심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민의 역사는 오래되었구나. 우리가 생각하기 그 이전부터 많은 이유로 나라를 떠나 살고자 하는 의지를 실천했던 이들이 있었구나, 느꼈다. 분명, 제 나라를 떠나 나른 나라로의 삶을 결정하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리고 어떻든, 자의든 타의든 제 나라에서 살 수 없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의 이민을 결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을 전체적으로 살피면, 그런 이민의 삶이 녹록하지가 않다. 당연한 것이겠지. 자신의 터전을 버리고 전혀 알 수 없는 곳에 다시 터전을 잡는다는 것이 어찌 쉬울까. 특히 후반부에서도 계속 반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처럼, 언어의 장벽은 생각보다 크다. 그리고 인종 차별도. 그러니, 여러 극복할 수 없는 조건들을 감수하고 제대로 삶의 중심을 잘 잡아나간다는 것은 대단한 용기와 도전 없이는 힘든 일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민은 계속 될 것이라는 거다. 그렇다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뭘까?

이 책에 대한 설명을 봤을 때 가장 먼저 떠올랐던 작품이 <안민가>였다.

임금은 아버지요
신하는 사랑을 주는 어머니요
백성은 어린아이라고 하신다면
백성이 사랑을 알리라
꾸물거라며 사는 물생
이들을 먹여 다스려서
이 땅을 버리고 어디로 가리 한다면
나라 안이 유지될 줄 알리라
아아, 임금답게 신하답게 백성답게 한다면
나라 안이 태평할 것이리라 _<안민가>, 충담사

이 작품은 나라를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에 대해 왕에게 충언하는 노래이다. 나라가 태평하려면 백성이 나라를 떠나지 않게 해야한다는 것인데, 자꾸만 백성이 떠나려고 한다면 이것은 당연히 개인의 문제일 수만은 없는 것이다. 결국 백성이 잘 살 수 있는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더 잘 살 수 있는 곳으로의 이주를 선택하는 것이고, 이민을 결심하게 되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나라가 그만큼 살 수 있는 환경이 되지 못한다는 것에 문제의 시작이 있는 것이다.
나라의 위기, 전쟁, 가난, 차별, 삶의 환경과 교육, 그리고 기타 다양한 이유로 사람들을 밖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여기보다 더 나을 저기를 꿈꾸며 많은 이들이 이민 중인 것이고. 특히 청년들은 어디에 자신의 삶의 뿌리를 내릴 것인가를 결정해야 하는 시기이기에 더욱 고민과 방황과 시행착오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청년 이전 부모 세대로부터 결정된 사항이라면 그에 따른 생각이 연결되어 나타나는 것일 수 있으나, 스스로 자신의 이민을 선택하고 실행한 이들의 결정은 어떤 의미가 있을지를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어떤 이유가 되었든 이민의 과정은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한국에서의 삶이 꽤 좋은 삶을 보장해주는 것이라면 더욱 강하게 말할 수 있을 것이지만, 이민의 힘듦 못지 않게 한국에서의 삶도 더욱 더 힘든 것이 사실이기에, 이민만이 많은 우여곡절과 문제들에 안타깝다고만 할 수는 없다. 이 책은 이민을 결정한 청년들의 삶을 중심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삶이 뜻대로 되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민의 선택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뚜렷한 해답이 있는 삶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쨌든, 이 모든 것은 선택의 문제일 것이고 이 선택의 과정을 어떻게 잘 운용해 나갈 것인가가 중요한 숙제가 될 것이다. 저자가 마지막에도 당부했듯, 누군가의 이야기에만 이끌려 움직이기보다는 직접 스스로 찾아 확인하고 찾아 나갈 줄 알아야 이민의 사회에서 제 삶을 제대로 개척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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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입 가득 위로가 필요해
이명진 지음 / 크루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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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입 가득 위로가 필요해. 이명진 지음. 크루. 2025.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고 끼니를 때우는 목적만이 아님을 이 책이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바로, 사람. 사람이 음식과 이어져있다는 것이 이 책이 말하고 싶은 진짜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요즘은 기계나 로봇이 음식을 만들어주기도 하겠지만, 대부분의 음식은 사람이 직접 완성품을 만들기까지의 모든 순서를 거치지 않으면 안 되는, 생각보다 정밀하고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은 그 음식과 함께 기억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얘들아! 이거 친할머니께서 생일이나 크리스마스에 아빠한테 해 주시던 음식이래.(...) 오늘은 할머니 생각하면서 맛있게 먹자.(52쪽)
맛있니? 엄마 어릴 때 엄마 할머니가 자주 만들어 주시던 건데, 네가 잘 먹으니까 신기하다. 이런 입맛도 유전되나?(78쪽)

그런데다가 음식은 대부분 집에서 가족에 의해 만들어지고 가족을 위해 만들기 때문에, 유독 가족을 떠올리게 만든다. 그리고 우리 집만의 음식이, 우리 집만의 레시피가 만들어지게 된다. 이것이 또 우리 집을 하나고 이어주는 하나의 끈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음식은 문화다. 문화란 많은 시간 동안의 경험이 차곡차곡 쌓여 만들어진 단단한 하나의 틀이다. 우리 집에서의 오랜 시간 동안의 추억과 기억이 쌓여 완성된 하나의 우리 집만의 문화가 되는 것이다. 그런 문화가 다음 또 그 다음으로 이어질 수 있게 되는 것이고, 그런 문화가 서로에 대한 마음과 관계를 더욱 끈끈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같은 음식을 함께 먹는 이들을 식구라고 칭하는 것도 결국 같은 음식을 함께 먹는 것에서 형성되는 유대감에 대한 또 다른 표현일 것이다. 이런 유대감이 쌓여 역사가 되는 것이겠지.

밥이 뭐 그리 대수냐고 할 수도 있지만 인간사는 잘 먹고 잘 자는 게 전부다. 마음이 편치 않으면 먹고 자는 것부터 무너지니까.(169쪽)

너무 공감되는 말이다. 마음이 흔들리고 어질어질해질 때 제일 먼저 끊게 되는 것이 곡기이고 잠은 자연스레 멀어지게 된다. 입안이 까끌해지고 뭘 먹는다는 것의 의욕이 싹 사라지면 하루고 이틀이고 안 먹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예전 어른들이 그렇게 매일 밥 타령을 했던 건가 싶기도 하다. 물론 지금 나도 마찬가지. 특히 내 입에 들어가는 것보다 내 자식 입에 들어가는 것을 무척이나 챙기고 성화하는 것이, 한편으로는 웃기기도 씁쓸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먹는 것이 중요한 것인데 어쩌겠나. 계속 성화하고 또 챙길 수밖에.

살다보면 이런 저런 굴곡이 생긴다. 그런 굴곡을 맞닥뜨렸을 때 인생이 한순간 무너지는 느낌을 받는다. 그 다음을 생각하기 어렵고 일어설 용기와 힘이 금방 생기지 않아 주저앉게 된다. 이럴 때 딱, <한 입 가득 위로가 필요해>라는 생각이 들 것 같다. 아무 생각이 안 들 정도로 따끈하고 고마운 한 입을 가득 머금고 우물우물할 수 있게, 말도 표정도 다 필요없는 그런 순간을 만들어버릴 수 있는 음식이면 다 된 것이 아닐까.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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