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나에게 단 한 번의 아침이 남아 있다면 - 오늘이 끝나기 전 반드시 깨달아야 할 것들
존 릴런드 지음, 최인하 옮김 / 북모먼트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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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있는가

이 책의 표지를 넘기자마자 받은 질문이다. 이 페이지에 잠시 머물렀다. 이 질문의 답을 해야할 것 같아서. 과연 나는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있을까? 이 질문에 답을 하려면 먼저, 가치 있는 삶이란 어떤 삶일지 나 스스로 정의내릴 줄 알아야 한다. 나에게 가치 있는 삶은 나 스스로가 인정할 수 있고 뿌듯하며 그런 삶이 되돌아봤을 때 후회되지 않는 삶, 다른 누군가의 의견이나 판단 말고 내가 나에게 살 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대답해줄 수 있을 정도로 행복한 삶이다. 결국, 난 행복하고 싶은 것이고 행복한 삶이 곧 가치 있는 삶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인생의 최종 가치는 '행복'이니까.
그런 면에서 난 '긍정적 편향'을 갖춰나가고 있는 중인 것 같다. 젊었을 때는 아둥바둥 내가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조건 하면서 사는 삶을 꿈꿨다. 어떤 면에서는 완벽해야 했고 다른 사람의 질타나 지적받는 것을 견디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씩 그런 마음을 내려놓고 있다. 내가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다 하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지금의 내가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만족도 어느 정도 갖췄다. 물론 아직도 시기나 질투에 마음이 움직일 때면 이내 나 스스로를 책망한다. 나는 과거의 그 치열했던 순간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으니까. 난 지금의 이 선택과 상태가 딱 마음에 든다.

행복해지는 비결이 뭐냐고? 여기서부터 시작해보자. 사람들이 당신에게 베푸는 모든 친절을 고맙게 받아들이고 당신이 할 수 있는 것으로 보답하라. 친구가 당신에게 점심을 살 수 있게 해주고 그 보답으로 친구를 도와줘라. 도움은 도움대로 받고 상대방에게 도움을 주면서 더 큰 보람을 얻게 된 것이다.(98쪽)

이게 참 안 되는 사람이었다, 나는. 누군가로부터 받는다는 것이 부담이었다. 그래서 안 받고 싶었다. 누군가가 주는 것에 대한 대가가 반드시 있을 것이고 그 보답을 해야한다는 마음의 짐이 내내 불편함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반대로 나는 주고 받지 못하는 것에 연연해하지 않았다. 보답을 바라고 주는 것이 아니니까. 다시 뒤돌아보니 이중적인 잣대로 살고 있었다. 자꾸 주려는 사람을 의심하고 관계를 힘겹게 만들었다. 이게 아니구나, 싶었다. 행복은 한끝 차이라는 걸 느꼈다.

"어젯밤 텔레비전에서 경기를 보고 펄쩍 뛰어올랐다니까. 침대에 아내가 없기에 망정이지 아마 그렇게 침대를 박차고 뛰어나가는 걸 봤으면 나를 미쳤다고 했을 거야. 그 순간에는 그게 행복이었지. 내 생각에 슬픔은, 전에 일어났던 어떤 나쁜 일 생각에 빠져 있을 때 느끼는 감정인 것 같아."(142쪽)

고령의 나이가 되면 이제 행복 따위가 무슨 소용인가, 죽음을 앞두고 얼마나 두렵고 슬플까, 하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 책 속의 인물들은 그런 생각 따위는 자신의 삶에 넣을 생각조차 없어 보인다. 그저 지금, 현재의 삶이 충만하고 만족스러우며, 그 안에서의 모든 순간들을 사랑, 기쁨, 만족, 행복으로 가득 채우려는 모습으로밖에는 안 보였다. 그리고 이런 모습은 억지로 만든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을 통해 자연스레 축적된 태도임이 느껴졌다. 속으로 생각했다. 이들이 다른 젊은 사람들보다 훨씬 건강하다고. 부럽다는 생각도 했다.

행복, 목적, 만족, 우정, 아름다움, 사랑과 같이 인생의 좋은 것들은 내내 그 자리에 있었다. 우리는 그것들을 얻기 위해 특별히 뭔가를 해야 할 필요가 없다. 좋은 음식, 친구, 예술, 따뜻함, 가치와 같은 것들을 우리는 이미 가지고 있다. 그러니 우리는 그저 그렇게 살기로 결심하기만 하면 된다.(317-8쪽)

지금도 점점 나이를 먹고 있지만, 더 나이를 먹은 후의 삶에 대해 쉽게 상상이 잘 안 된다. 그리고 그런 나이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가 어느정도 있다. 어쩌면 이런 마음은 아직 살아보지 않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에서 비롯될 것이다. 누가 나서서 가르쳐주지도 않으니 내내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수밖에. 그래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이용하려는 사람들도 나타나기 마련인 것이다.
헌데 이 책을 읽으면서 오히려 마음이 편안해졌다. 나이든다는 것이, 죽음에 가까워진다는 것이 그리 무섭거나 힘든 여정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따지고보면 다 마음 먹기 나름이라는 생각을 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오히려 우리는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살고 있기도 하니까. 어떤 가치관과 마음으로 그 순간을 살고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는 슬픔이고, 미래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저 현재의 어느 지점에서 내 마음이 움직이는지를 아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게 꼭, 고령의 나이에 되어서야 필요한 생각이 아니라는 것도.

오늘 나는, 마치 단 한 번의 아침이 남아 있는 사람처럼 살아야겠다. 그렇다고 특별하게 나를 치장하고 닦아세우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을 가장 행복한 기분으로 하면서 보내는 시간. 그 시간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는 삶이면 될 거니까. 편안한 미소가 지어지는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싶어졌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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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여름에 내가 닿을게 창비교육 성장소설 12
안세화 지음 / 창비교육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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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에 어울리는 단어들을 떠올려봤다.
그리움, 간절함, 소중함, 그리고 건강한 밝음, 그래서 기분 좋음.
이 단어들로 모두 설명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수빈을 생각했고, 그를 위해서라도 자신들의 인생을 헛되이 보내서는 안 된다고 다짐했다.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다양한 체험을 하면서 주어진 삶을 아깝지 않게 써야 한다고 스스로를 독려했다.(219-220쪽)

사람의 행동 중 계산해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다. 의도하고 계획하고 노력해서 실행에 옮기기 위해 무던히 애쓰게 되는 순간들. 그렇게 애쓴 결과에 대해서는 아쉬워하거나 혹은 안타까워하거나. 하지만 우리 삶에는 예상하지 못한 결정과 행동 또한 무수히 많다. 그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 지는 어느 누구도 알 수 없고. 그런 면에서 우리 삶이란 것이 무척 복잡하게 얽혀 돌아간다는 생각이 든다.

수빈과 나은, 은호와 도희. 이 아이들이 얽힌 운명의 실타래가 헝크러져있는 느낌이었다. 어디에서 그 끝을 찾아 엉킨 실을 풀어내야할지, 풀어질 수는 있을지 막막한 상태. 실의 끝을 찾는다고 해도 중간에 뭉쳐 매듭이 져버린 부분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 그래서 끈질기게 실이 통과해 간 사이를 찾아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되고 화가 나는 마음을 잘 참아야 한다. 안 그러면 금방 포기하고 실을 잘라내고 싶어지니까.
그런 면에서 나은의 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어떤 마음으로 은호와 도희를 찾아 갔을지, 꿈에서 얼마나 열심히 뛰었고 수빈의 팔목을 놓아 주었을지 말이다. 이 소설은 은호와 도희가 중심인 듯 보이지만 사실은 나은이 이 모든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중요한 인물이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가장 마음이 쓰이는 인물이다.

"아니, 좋아해. 그래서 어떻게든 미래를 바꾸고 싶었어. 우리가 함께 있는 미래를 만들 수만 있다면 어떤 대가를 치러도 상관없다고, 기꺼이 치를 거라고까지 생각했어. 그렇지만......" (...)
"미안해. 그렇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어."(209쪽)
"결국은 이게 최선이야. 믿어 줄래?"(...)
"그렇다면 후회는 없어."(210쪽)

나은에게 주어진 열 번의 기회에서 나은이 알게 된 것, 깨닫게 된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나은이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후회하지 않을 수 있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 그 마음을 갖기까지 감내해야했던 그 기회와 시간들에서 결국 스스로 도달할 수 있었던 그 마음이, 나은이 지금 다시 괜찮아질 수 있었던 치유가 되었던 것이다.

그리웠고, 그래서 못 다한 순간들이 간절했지만, 소중한 것을 잃지 않고 싶었고, 다행히도 건강하게 밝아질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은 나 또한 기분이 좋아졌다. 이 소설을 '그리움, 소중함, 그리고 건강한 밝음, 그래서 기분 좋음.'으로 정리할 수 있는 이유이다.

*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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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 사이에서 철학하다 사이에서 철학하다 2
가시라기 히로키 지음, 윤예지 그림, 김경원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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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라는 단어를 생각해야한다는 말에 동의한다. 어쩌면 우린 너무 이분법적인 사고만을 가지고 생각하고 그 생각을 강요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몸과 마음이라고 하면 꼭 몸이냐 마음이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 또한 무언가를 질문하며 중립 없이 둘 중 하나만 말하라고 했던 기억이다. 여기서도 꼭 몸과 마음 중 무엇 하나만을 콕 집어 말해야할 필요는 없는데, 그럼에도 고민했다. '뒤바뀐 몸과 머리'에서 나는 과연 누굴 선택해야할까를. 사람의 생각이란 것이 이토록 얇팍하고 쉽게 변하지 않는구나 싶었다.

몸이 지금보다 다양한 자세를 취할 수 있다면 마음도 그러할 것입니다. 더 많은 마음의 자세가 있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사실 정해진 범위 안에서만 몸과 마음을 움직이고 있습니다. 몸과 마음, 그리고 몸과 마음의 '사이'에는 아직도 알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이 펼쳐져 있어요.(...) '사이'로 눈길을 돌려 보길 바랍니다.(141쪽)

딱 내 얘기인 것 같아 눈이 번쩍 뜨였다. 정해진 범위 안에서 나를 밖으로 끄집어내지 못하고 그 안에서만 맴돌고 있었던 내 생각에 그러지 말라고 조언해주는 이야기였다.

이 책이 참 잘 구성되어 있다는 느낌이다. 뭔가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마치 몸에 혹은 마음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어느 것이 더, 혹은 강하고 세게 나라는 존재에 작용하고 있글자를 말하려는 듯 싶다가는, 결국 몸과 마음이라는 것이 딱 떨어지는 산수 계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자연스레 연결시켜주고 있었다. 이 흐름에 어쩔 수 없이 말려들었다.
철학이라고 하면 우선 어렵고 심도 깊어 쉽게 접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청소년들이라면 심지어, 철학이 뭐예요?, 하고 물을 지도 모른다. 어른인 나에게도 쉽지 않은데. 하지만 다시 곰곰이 생각해보면 또 그렇게 어렵지도 않다는 생각이다. 철학은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근본 원리와 삶의 본질 따위를 연구하는 학문. 흔히 인식, 존재, 가치의 세 기준에 따라 하위 분야를 나눌 수 있다.'고 사전에서 알려주는 것처럼, 인간과 세계에 대해 갖는 우리의 생각을 차분히 살피는 것이 곧 철학이 테니까. 이건 우리가 매 순간 하면서 사는 가장 근본적인 생각이니까 말이다.
물론 질문은 어렵지 않다. 다만 답을 내리기 쉽지 않을 뿐. 이유는, 정답이 없으니까. '몸'과 '마음'이 딱 지금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질문이란 생각이 들었다.몸이 진짜일까, 마음이 진짜일까. 몸과 마음 사이가 끊어져있지 않고 연결되어 있다면, 그 연결고리를 과연 무엇일까. 몸과 마음은 멀리 떨어져 있을까 가까울까. 그 사이의 거리를 무엇이 결정하는 걸까. 그 사이를 채우는 것이 좋을까 비워두는 것이 좋을까. 채운다면 무엇으로 채울까. 비운다면 그 비워진 공간을 어떤 용도로 활용할 수 있을까. 나의 선택이 몸이 때도 혹은 마음일 때도 있을 텐데, 그때 나머지 하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몸의 역할과 마음의 역할이 따로 정해져 있다면, 각 역할을 무엇일까. 사람들은 몸과 마음 중 무엇으로 나를 평가할까. 나의 평가의 잣대는 무엇일까, 무엇이어야 할까.

철학책 맞다! 질문이 끊임없이 생긴다. 이 많은 질문에 똑 떨어지는 답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이 또 재미있는 지점이다. 정답 없는 질문에 꼬리에 꼬리를 무는 답들이 연달이 나올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웃음이 난다. 이게 이 책의 묘미겠지. 작은 싹에서 점점 자라나 나무의 기둥이 세워지고 각 가지들에 나뭇잎이 돋아 무성해지는 과정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처럼, 머릿속의 생각이 퍼져나가는 기분이다. 아이들과 이 질문을 던지도 답하며 한바탕 철학놀이를 하고 싶어진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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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되어 줄게 문학동네 청소년 72
조남주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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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조남주 작가의 소설이다. 이미 <귀를 기울이면> 때부터 알아 봤다. 이번 작품 또한 흥미로우면서도 내내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의 소설이었다. 특히 요즘 내가 아이들과 하고 있는 이야기와 맥락이 닿아 있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도 소개해주고 읽어보라고 추천해주면, 아이들도 재미있어 할 것 같다.
요즘 <야, 춘기야>(김옥) 소설에 대해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춘기 딸을 춘기라고 부르는 엄마, 아이에게 뭐든 하지 말라고 하면서 자신은 과거에 모범적인 학생이었음을 강조한다. 그런 엄마가 마음에 들지 않는 사춘기 딸은 어느 날 외할머니로부터 엄마의 과거 이야기를 듣는다. 자신과 별반 다르지 않았던 엄마의 학창 시절 이야기를. 거기서 피식 웃음이 나오고 둘 사이에 화해가 이루어진다.

"응. 엄마는 안 그랬어. 말대꾸하지도 대답 안 하지도 않았어. 짜증 난다고 엄마 말 듣지도 않고 문 쾅 닫고 들어가는 거 한 번도 한 적 없어."(10쪽)

<네가 되어 줄게>도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이 되어보기 전에는 절대로 그 사람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다. 이해한다고 말해도 그건 일부분만 이해하는 척하는 것일 뿐. 사실 속까지 모두 다 알 수는 없다. 이 소설처럼 둘이 서로가 되어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래서, 둘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을 곰곰이 생각해봤다. 단순히 둘이 서로가 되어봤다는 것만으로 금방 쉽게 이해의 지점이 생길 수 있을까? 그건 아니다. 그렇다면, 둘의 관계가 회복될 수 있었던 가장 기본에는 서로를 향한 마음, 사랑이 있다. 서로 원수처럼 으르렁거리는 사이였다면 자신을 위해 또 서로를 위해 이만큼이나 사건 사고 속에서 챙기고 또 신경써야 할 이유가 없다. 이건 둘 다 기본적으로 마음 깊숙한 곳에 서로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또한 관심이다. 둘은 서로에 대해 관심이 많다. 서로의 행동과 말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이들은 서로에 대해 귀를 열고 있다. 눈을 크게 뜨고 살피고 있다. 이러니 서로가 되었어도 쉽게 일주일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전혀 남의 삶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관심을 갖고 있던 사랑하는 사람의 삶으로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어렵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믿음. 서로에 대한 믿음도 중요했지만 최수일의 언니, 강윤슬의 이모 최수정의 믿음이 한몫 했다고 생각한다. 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에게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옆에서 지지하고 응원해줄 수 있었던 일등 공신. 이런 말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이야기들을 기꺼이 믿어주고 들어주고 보살펴줄 수 있다는 것은, 기본적인 사람에 대한 믿음 없이는 있을 수 없으니까. 사람을 좋아하고 가족을 사랑하고 관계의 시작이 신뢰라는 것을 몸소 보여준 사람이 바로 언니이며 이모인 최수정이다.
사실 이 모든 것을 이미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었다. 기꺼이 '네'가 되어 주겠다는 말. '되어 줄게'라는 표현에서 든든함이 느껴진다. 그러니 이들이 얼마나 열심히 서로가 되어 주려고 노력했는지는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될 듯.

이러니 재미 없을 수가 없는 소설이다.
그래서, 이 모든 면에서, 이 책이 참 마음에 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덧-
"시간이 과거에서 미래로만 흐르는 건 아닌 것 같아. 미래의 일 덕분에 과거가 다시 이해되기도 하고, 현재가 아닌 미래를 기준으로 선택하기도 하고. 사람들은 사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살고 있지."(113쪽)
_이런 표현들이 자꾸 중간중간 나와서 깜짝 놀란다. 그저 단순히 엄마와 딸의 이야기에서 더 나아가 사람들을 이야기하고 사람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청소년 소설에서 어른의 맛이 진하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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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복지 - 공장식 축산을 넘어, 한국식 동물복지 농장의 모든 것
윤진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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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먹지 않는다. 먹지 않으려고 무척 노력한다. 내가 먹는 그 동물이 어떤 과정을 거쳐 내 입으로 들어오게 되는지를 알게 된 후로 먹고싶지 않아졌다. 주변인들은 묻는다. 고기 먹고 싶은 것을 억지로 참고 있지는 않냐고. 그런 적은 없다. 먹고 싶지 않은데 어쩔 수 없이 먹어지는 경우를 참은 적은 있지만.
돼지의 삶에 대해 처음 인식하게 된 것은 <돼지 이야기>(유리, 이야기꽃)라는 그림책을 통해서였다. 너무 충격이었다. 그동안 돼지의 살처분에 대해 주의를 기울리지 않았던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하게 여겨졌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알고도 내내 돼지고기를 먹었었다. 연결시키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다 돼지가 어떤 환경과 공간에서 자라 어떤 경로로 진열장에 놓이고 또 어떻게 우리 식탁까지 오게 되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리고 결심했다. 이제 생각만 하지 말고, 먹지 않는 삶을 실천해야겠다고.

이 책을 읽으며 고민에 빠졌다. 이 책이 말하는 '돼지복지'에 대해서, 농장에서의 돼지의 삶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하지만 그 마지막, 결국 그런 돼지의 삶이 필요한 건 더 안전하고 건강한 돼지를 인간이 먹기 위해서라는 결론이 조금 불편했다. 6개월. 태어나서, 태어난 이유를 다 하기까지 살 수 있는 기간이 딱 6개월이었다. 더 이상 돼지를 키우면 손해라고 하니, 그 짧은 기간을 살다 인간의 식탁에 놓여야 할 운명으로 태어난 돼지라는 존재를, 나는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농장에서 동물복지는 현실적으로 실행하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축산업 종사자, 동물복지 인증제도 활성화를 위한 방향과 평가 지표를 고민하는 담당 관계자, 동물복지 축산물을 유통하고 싶지만 인증받은 농장이 턱없이 부족해 안정적인 공급처를 확보하기 어려운 기업체, 그리고 지속 가능한 축산 시스템을 공부하는 동물자원 전공 학생들이 동물복지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합리적이며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하였다.(15쪽)

고민했다. 이 책을 어렇게 받아들여야할지. 내가 읽을 책이 맞나, 내가 알고자 하는 동물복지의 최종 지점이 다를 경우, 이 책의 의도를 어디서 찾아야하나 고민이 됐다. 그리고 이 책의 의도를 처음부터 간과하면 안 된다는 것을 생각했다. 이미 전에 <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이동호, 창비)에서도, 돼지를 분양받아 잘 키웠고, 행복한 돼지의 삶을 보장해 주었으며, 마지막에는 부위별로 잘 나누어 지인들과 함께 나눠 먹었다.
분명 이 책이 갖고 있는 의미는 있다. 우리가 돼지를 식재료로 생각하고 축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전제로 하고 있다면, 그 전제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것이 동물복지이고, 동물복지 농장이 더 많아질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보장해줘야하는 것도 사실이다. 돼지를 키우다 생명이 다 하면 장례를 시켜줄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면, 교수가 하고 있는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공장식 축산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지를 많은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는 건 분명하니까.
다만, 이 모든 생각은 인간중심적인 사고라는 것. 인간이 모든 세상의 종을 모두 좌우할 수 있다는 생각, 먹잇감으로 동물을 바라보는 사고라는 것이 마음에 걸리는 지점이라는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덧-
한겨레출판에서 함께 출간된 <비건한 미식가>(초식마녀)와 함께 읽으니 더 혼란이 왔다. 이미 동물권에 대해 알고 있고 책도 여러 권 읽어본 입장에서, 그리고 채식을 지향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 책이 딱 와닿지는 않았다. 일정 부분 동의되는 지점이 있었지만, 결국 먹는다는 결론에서는 거부감이 생겼다. 나의 내공과 공부가 더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더불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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