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내믹 코리아
정주식 외 지음 / 사계절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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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내믹코리아 #정주식 #강남규 #박권일 #신혜림 #은유 #이재훈 #장혜영 #사계절출판사 #서평단 #서평 #책추천

다이내믹 코리아. 엮은이_정주식/글쓴이_정주식, 강남규, 박권일, 신혜림, 은유, 이재훈, 장혜영. 사계절출판사. 2025.

이 책이 궁금했던 이유는, 진짜 제목을 참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요즘의 우리나라를 딱 한 마디로 표현하는 말을 찾았다고나 할까. 정말, 우리나라 참 '다이내믹'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런 다이내믹한 이야기가 한 권에 모두 담겨 있었다. 우리가 뉴스 혹은 기사의 한 부분으로 3~5분 읽고 넘어가는 지점을, 이들은 (좋은 의미로) '꾸역꾸역'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그 지점이 마음에 들었다. 물고 늘어지기, 어떻게 해서든 내 생각을 기여코 입 밖으로 내뱉기,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또 내 생각 다시 가다듬기, 그래서 함께 문제의 또 다른 문제를 찾아내고 그 문제를 또 더 많은 생각으로 확장해 나가는 방법을 찾아 '꾸역꾸역' 찾아 나간 것이다. 그것이 바로 '토론'.

"토론의 즐거움(토즐)을 시작하겠습니다."

이 말을 시작으로 늘 토론이 시작된다. 그러면 읽는 나도 그날의 토론 자리에 함께 앉아있는 기분으로 읽기 시작한다. 그 자리에서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어떤 생각을 가다듬었을까, 어떤 이야기를 보태고 또 그 다음 어떤 생각으로 넘어가며 이야기를 쫓아갔을까 생각하면서. 예를 들면,

중요한 것은 결국 애를 낳든 안 낳든 한 사람이 살든 여러 사람이 살든 개개인 시민들이 행복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출산은 나중 일이에요. 출산율에 초점을 맞추면 맞출수록 계속 과녁에서 빗나갈 겁니다.('인구 문제를 과장함으로써 은폐되는 것들' 중_146쪽)

언젠가 출산율을 지역별로 통계를 내서 제시한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각 지역별로 얼만큼의 아이를 낳는 지를 보여주는 것. 마치 각 지역에서 생산되는 물건의 생산량을 보여주듯이. 지역별로 보여줘서 얻게되는 정보는 무엇일까. 어느 지역 여성은 아이를 잘 낳고, 어느 지역은 못 낳고? 일차원적이면서도 무척 기분 나쁜 제시라는 생각을 했었다. 출산의 문제를 여성의 문제로만 국한지어 이야기하는 것도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여성을 아이 낳는 기계 정도로 보고, 여전히 출산한 여성에서 애국했다는 말을 서슴치 않고 말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이들이 말하는 접근이 옳은 지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누구나 행복을 추구하며 살고, 결국 아이를 낳는 것이 행복한 삶이 된다면 아무리 낳지 말라고 말려도 낳을 것이다. 낳고 싶은 나라를 만들어 주는 것이 우선이지 출산했으니 돈 줄게, 마치 아이를 돈의 가치로만 계산하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그러니 그 많은 예산을 쏟아부어도 해결이 안 되지. 그리고, 전 지구적으로 봤을 때 인간의 폭발적인 증가로 지구의 생태계에 심한 변화가 일어났다고 본다면, 어느 정도 적정 인구수를 맞춰줘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어쩌면 출산율을 걱정하는 이유가 지금의 세대들이 자신의 삶을 걱정해서 하는 말인 것은 아닐까. 사회적인 돌봄이 필요한 시기에 자신을 도와줄 누군가의 지원이 사라져 삶이 힘들어질 것을 걱정해서 말이다. 어찌보면 참, 이기적인 발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혼자 해봤다. 그리고 누군가와 이런 생각을 주고받으면 더 좋겠다는 생각.

이 책이 이런 식이다. 각 꼭지들을 읽어 나가며, 좀처럼 진도가 나가질 않았다. 한 꼭지가 끝나면 그날의 논제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고 나의 관점과 태도는 어느 쪽일지를 생각해보게 됐다. 나의 생각을 덧붙여 이야기를 이어나가다보면 쉽게 다음 꼭지를 넘어가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하나의 생각에서 또 다른 생각으로 펼쳐지는 흐름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무척 흥미로웠다. 이것이 진정, 토론의 즐거움이지 싶었다. 그러다가 문득문득 웃음이 나는 지점이 있었다.

"도둑맞기 전에는 집중력을 갖고 있었을까?"
"그래서 카리나는 몇 살부터 연애하면 될까?"
"노벨상을 받았는데 마을 잔치 정도는 열어도 되지 않을까?"

각 꼭지의 끝, '토론이 끝나고 남는 질문들' 부분에서의 흥미로운 질문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 질문들 뭐지, 싶으면서도 또 이런 질문들이 실제로 쉽게 툭 건넬 수 있는 질문들이지 않을까. 이런 질문을 시작으로 각 논제에 대한 토론을 다시 시작해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질문은 무척 중요하다. 어떤 질문을 던지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지니까. 이 토론 중에도 토론의 진행자가 다시 질문을 정리해서 던지며 토론의 흐름을 이끄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배우게 되는 지점 중 하나. 어떤 토론의 자세, 그리고 어떻게 토론에서 질문하고 답하고, 그 답을 또 다른 질문으로 확장할 것인가였다.

이 책, 적극 추천이다. 슬쩍 지나치지 말고 제대로 짚고 넘어가볼 이야기가 가득이었다. 활용할 방법도 많을 것 같다. 각 논제들 중 관심가는 이야기를 골라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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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붕대스타킹 반올림 62
김하은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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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붕대스타킹 #김하은 #바람의아이들 #서평단 #서평 #책추천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나도 몸이 차가워지고 추워졌다. 손과 발이 시렵고 따뜻한 기운을 찾을 수가 없었다. 몸에 한기가 들며 얼굴에는 인상이 써졌다. 쉽게 표정을 풀 수가 없었다. 한숨이 깊어졌고 두통이 생겼다. 어둠이 오는 것이 두렵고 또 그런 어두운 길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 무서웠다. 아직도 이런 사회에 살고 있구나, 여전한 사회의 어둠 속을 걸어야 하는구나. 몰입하지 않으려해도 몰입이 됐다. 이런 이야기가 더는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니는 아무 일도 없었다. 알긋나?"
통화가 끝났다. 엄마가 한 마지막 말이 전화기를 통해 흘러나와 얼음처럼 차가운 붕대로 변해 내 몸을 감았다. 침대가 얼음장 같았다. 얇은 이불로 몸을 둘둘 말아 한기를 피하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소름이 끼치도록 추웠다.(40쪽)

아무 일 없었던 거라고 우기면 되는 문제일까. 결코. 애초에 이런 일이 벌어지지 말아야겠지만, 그 일을 쉬쉬 감추고 숨기는 것만이 모든 것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닐 것이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말은 오히려 더 큰 상처와 고통으로 다가오게 될 것이고, 선혜의 경우 엄마의 그 말이 되려 얼음 붕대가 되어 선혜를 추운 겨울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가로막았다.

"너, 힘들었겠다."
그날 이후 내가 겪은 일들을 아는 사람들이 그랬다. 아무 일도 없었다고, 일찍 다니라고, 힘내라고, 잘 살라고, 미안하다고, 안 됐다고, 용감하다고 했다. 그러나 내가 정말 듣고 싶었던 말은 달랐다. 바로 이 말, 힘들었겠다며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이 말이 듣고 싶었다.(210쪽)

선혜는 몸을 다쳤다. 하지만 몸의 상처는 회복될 수 있다. 문제는 마음을 더 많이 다쳤다는 거다. 마음이 다치면 그 상처는 오래 간다. 어쩌면 평생 회복되지 못한 채 안고 가야할 수도 있다. 그런 마음의 상처를 최대한 더 다치지 않도록, 조금이나마 아물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선혜에게는 '힘들었겠다'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그 말이 필요했던 거다. 겉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이 아니다. 드러나지 않는 두려움과 아픔이 오히려 마음을 통해 몸을 더 힘들게 할 수도 있다. 두꺼운 검은 스타킹으로 자신의 몸을 감싸지 않고서는 견디기 어려운 추위는, 결국 선혜가 끌어안고 있던 상처와 아픔이 몸으로 나타나는 통증이 되는 것이다.

성추행 혹은 성폭행과 관련해 우리 사회는 여전히, 여자들에게 가혹하기만 한 사회다. 여자에게 가해지는 폭력이 마치 남자들이 휘둘러도 되는 권력이라고 생각하고, 심지어는 여자에게 그 탓을 돌리기까지 하는 사회는 이제 없어져야 하지 않을까. 여전히 누군가가 가하는 폭력에 무방비로 당하는 건 늘 약자의 몫이고, 그런 약자를 힘으로 내리 누르는 사회는 얼마나 낮은 사회인지. 이 소설을 읽으며 화를 참을 수가 없다. 아직도 안전하지 않은 사회에서 우리 아이들이 또 내가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슬프고 마음이 아팠다.

햇볕이 뜨거웠다. 나는 두 팔을 벌려 그 더위를 꽉 껴안았다.(216쪽)

조금씩 따뜻한 온기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하지만 완전히 안심이 되는 건 아니다. 선혜는 그 시간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고, 다만 그 시간을 스스로 어떻게 이겨낼 수 있는지를 조금씩 배우고 알아나가고 있을 뿐이니까. 그저, 선혜가 다시 그 추위 속으로 들어가지 않을 수 있도록 잘 지켜봐주고 응원해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따뜻한 햇살 안으로 선혜와 함께 들어가주는 것이지 않을까.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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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정의 위로 - 버지니아 울프에게 '자기만의 삶'으로 쓴 답장
이혜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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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정의위로 #이혜미 #이혜미에세이 #위즈덤하우스 #서평단 #서평 #책추천

한국일보 '허스펙티브' 구독 신청을 했다. 저자는 중국으로 간다지만, 그래도 내가 듣고 싶은 소식은 계속 들을 수 있을 테니까. 요즘은 결이 같은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그래서 이 책이 <잠정의 위로>일까.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의 삶과 생각, 발언들이 그동안 나에게도 쌓여 있던 불편한 감정들을 조금이나마 해소시켜주는 자극이 되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주는 듯한 속 시원함. 어디서도 대놓고 말하지 못했던 답답함이 어느 정도 풀리는 듯한 느낌. 이 책은 분명, 위로가 되는 책이다.

'잠정: 임시로 정함'(...)
하지만 때때로 잠정은 숨 쉴 구멍이 되어주었다. 내게 잠정적이라는 것은 두 가지 의미다. 정해두었지만 언제든 내킬 때에 바꿀 수 있다. 혹은 바꾸기 전까지는 일단 정해둔다.(...) 나의 잠정은 가능성, 자유, 그리고 현존(현재에 있음)과 동의어다.(262쪽)

저자가 살아왔던 삶을 통해 나의 삶도 가만히 살펴보았다. 나는 어떻게 살아왔고 또 어떤 삶을 살아내고 있는 걸까. 나에겐 과연, 연간 500파운드와 자신의 방이 주어졌는지, 여전히 주어지지 못한 현실에서 '자기만의 방'을 갖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어쩌면 나의 삶은 결국, 저 '방'을 탐하는 삶이었던 것은 아닐지. 그런 삶을 위한 '잠정'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이 분명, 완벽한 삶의 형태가 되지는 않겠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늘 최선을. 그리고 그 최선이 다른 최선으로 바뀌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 삶. 어떤 것도 정해져 있는 것은 없고, 또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삶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나의 삶을 만들어 가는 것에 주저하지 않는다면, 잠정의 삶을 잘 살아내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이 '잠정의 삶'이 매력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상하게 페미니스트를 자임한 그 순간부터 매사 '불편부당不偏不黨'함을 증명해내야 하는 운명에 처했다. 쓰는 기사마다 '가치지향적'이라는 시선이 내리꽂혔다. 한마디로 젠더 이슈를 다루는 페미니스트 기자가 쓰는 기사는 사실 중심적이지 않고 선동적이라는 말이었다.(145-6쪽)

언제까지 이래야만 할까. 어느 순간부터 페미니즘이라고 하면 더 이상 들을 필요도 없다며 고개를 돌려버리는 경험을 꽤 오래 당해왔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 사회에서 무엇이 편견이고 낙인인지, 아직도 성에 따른 차별이 남아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를, 처음부터 하나씩 납득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데에서 힘이 빠진다. 그리고, 그 노력 자체가 무척 힘겹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힘겨운 속에서도 목소리 내기를 주저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저자의 힘이 무척 인상적이다. 어찌 보면 저자의 삶은 어린 시절부터 그 모든 것에서 힘을 들여야만 가능했던 삶이라고도 할 수 있을텐데, 여전히 힘을 잃지 않을 수 있는 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살짝, 저자의 그 힘에 기대어 내 목소리를 내어봐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저자는 '자전적 에세이'란 말을 썼다. 늘 에세이를 읽을 때마다 들던 생각과 비슷했다. 에세이에는 어쩔 수 없이 글쓴이의 일상과 생각이 공유된다. 거짓으로 꾸며 쓰지 않는 이상, 자신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해보질 수밖에 없다. 생각도 마찬가지. 에세이의 생명은 자신이 이 글을 통해 어떤 생각을 전달하려는 것인가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에세이에서는 저자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읽을 수 있다. 그만큼 저자도 자신의 생각과 삶을 있는 그대로 글에 담아낼 수밖에 없다.
저자의 말처럼 이건, 위험한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이건 많은 사람들의 지지와 응원을 받을 수도, 반대로 질타와 비난의 공격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만큼 책임이 따르기도 한다. 내가 하고 있는 말과 글들이 사회적으로 어떤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이후 어떤 변화의 상황에 놓이게 될 것인가도 잘 확인해야 한다. 그만큼 조심스럽기도 한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거침이 없다(는 느낌이 강했다). 고민을 길게 하거나 주저하는 법이 없다고나 할까. 어떤 상황에서도 당당하게 자신이 추구하는 바를 말할 줄 아는 신념과 지식, 그리고 의지도 있어 보였다. 이 사회는 태도만으로 사람들을 설득할 수 없다. 태도 위에 그 태도를 뒷받침할 능력이 함께 있어야만 한다. 그런 면에서 저자는 능력까지 모두 갖추었다. 태도와 능력이 겸비되었으니, 저자의 이야기는 그만큼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아무래도, 이 책을 읽고 나서 저자의 팬이 된 듯하다. 저자가 갖고 있는 삶에 대한 자세도, 그리고 자신의 신념에 대한 확신도, 모두 좋았다. 우선은, 저자의 중국 생활을 응원해본다. 그리고 조만간, 저자의 생각을 다시 글과 책을 통해 만나보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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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이 사라졌다 - 제25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95
김은영 지음, 메 그림 / 문학동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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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문이사라졌다 #김은영_글 #메_그림 #문학동네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수상작 #보름달문고 #서평단 #서평 #책추천

해리와 해수에게 일어난 일, 하루 아침에 집의 문이 사라졌다! 여기서 문은 창문도 포함. 외부와 통할 수 있는 곳이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다. 초등학생 두 아이가 감당하기엔 너무 어려워 보이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아, 만약 내가 해리 혹은 해수라면, 어떻게 했을까. 처음엔 당황스럽고 놀랍다가, 점점 무서워지고, 나중에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두려움에 하루하루를 보내지 않을까, 싶다. 아주 나약하고 소심한 모습.
그런데 이 책 표지 그림의 해리와 해수는 무척 당당한 모습이다. 해수는 살짝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고 있다. 해리의 불끈 쥐고 있는 주먹도 예사롭지 않고. 어떻게든 이 상황을 해쳐나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나와는 전혀 다른 모습. 뭔가 두둥, 하고 대단한 일을 벌일 것 같은 모습으로 보인다.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제목과 표지만으로도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 지 무척 궁금했다. 과연 이 아이들은 어떤 결론에 다다르게 될 지 너무 기대가 됐다.

"무서운 곰에 속지 마. 문을 못 보게 되거든."(124쪽)

우리는 종종 어느 곳 하나 빠져나갈 구멍조차 찾기 어려운, 난감하고 무서운 상황에 놓일 때가 있다.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그저 그 상황 안에서 오도가도 못 하고 있게 될 때 말이다. 그럴 때가 바로 이 아이들처럼 사방이 꽉 막힌 공간 안에 갇힌 기분이 든다. 그러면 두렵고 당황스러워 어떤 곳에서도 나갈 방도를 찾지 못하고 한동안 아무것도 못 하고 갇힌 상태로, 출구를 찾을 수가 없다. 무서운 '곰'이 저 앞에 있는 것처럼, 벌벌 떨며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문이 모두 사라진 집 안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두려움에 떨기만 해야하는 것이다.

"해병이도 꽉 막힌 알에서 껍데기 깨고 나왔잖아. 문이 없으면 우리가 문이 되는 거야."(128쪽)

꽉 막혀 해결 지점을 찾기 어렵다고 미리 포기하거나 좌절하다가도, 결국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점을 찾게 된다. 그리고 그런 해결 지점은 보통, 매우 가까운 곳에 있으며 또한 지금의 난관에서 벗어날 방법도 자기 자신이 이미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다만 어려운 상황이 만들어내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그 다음을 생각하지 못하는 가로막는 것이다. 당황하게 되면 알던 것도 생각이 안 나기 마련이니까.

이 이야기가 인상적인 이유는, 이 아이들은 쉽게 좌절하거나 두려움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쩌면 어른보다 더 현명하게 지금의 상황을 인지하고 그 안에서 어떻게 해야하는가를 생각하고 해결해 나갔다. 지금의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을 바깥의 누군가로부터 얻으려는 수동적인 자세가 아니라, 스스로 찾아내기 위한 적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생각만 한 것도 아니고, 실제로 움직이고 실천했다. 이건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지금 하는 생각과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확신할 수 없음에도 도전하고 한 발 앞으로 나아가려는 시도를 했다는 것이 이 아이들을 칭찬해주고 싶은 지점이다.
그리고, 집 안에 갇혀 있는 동안 내내 두려움에 떨며 아무것도 못 하고 있던 게 아니고, 그 안에서 본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고 또 더 재미있는 것은, '해병'이까지 길러냈다는 것이다. 아이들만의 규칙을 만들고 지키고, 또 그 안에서 재미와 의미를 찾고 미래에 대한 기대까지 잃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 무척 흥미로웠다. 이 두 아이들이 있는 공간이 정확히 어떤 곳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마치 이리저리 벽으로 막혀 있는 미로 안에서 출구를 찾아 나가기 위해, 힘껏 달려나가는 모습이 연상되었다. 달려나갈 수 있는 용기를 갖고 있는 아이들이었다.

가만히 보면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훨씬 더 현명할 때가 많다. 그럴 때 오히려 아이들에게서 많은 걸 배우게 되는데,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어떤 태도를 가지면 좋을 지를 해리와 해수를 통해 한 수 배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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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게 없던 척척박사 후안에게 닥친 끝없는 시련과 고난에 대하여
박연철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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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게없던척척박사후안에게닥친끝없는시련과고난에대하여 #박연철 #박연철그림책 #호르헤카를로스보르헤스 #문학동네 #뭉끄4기 #그림책 #서평단 #서평 #그림책추천

제목이 무척 길다. 내가 갖고 있는 책 제목 중 가장 길지 않을까 싶다. 나중에 어떤 그림책을 읽었냐고 누가 물어봤을 때 한 글자도 안 틀리고 잘 얘기해줄 수 있을지 걱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목을 하나하나 꼼꼼하게 따져보고 시작해야겠다. 일종의 분석이라고나 할까. 그래야 나중에라도 잊지 않고 잘 얘기할 수 있지. 다른 말로 공부 혹은 암기라고 해도 되겠다.
<모르는 게 없던 척척박사 후안에게 닥친 끝없는 시련과 고난에 대하여>는 우선 '후안'의 이야기다. 후안은 스스로 자신을 '척척박사'라고 생각한다. 이유는? '모르는 게 없'으니까. 그래서 '모르는 게 없던 척척박사 후안'이다. 헌데 여기에서 주목해야 한다. 모르는 게 '없는'이 아니라 '없던'이다. 과거형이다. 이 말은,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거다. 지금은 모르는 게 있다는 뜻이다. 그런 후안에게 일이 생겼다. '시련과 고난'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그런 시련과 고난이 '끝없'이 생기는 거다. 끝없다는 말은 말 그래도 계속이란 뜻이다. 계속 시련과 고난이 '닥친'다. 그런 후안에게 대한 이야기다. 우아! 제목만으로도 너무 흥미진진하지 않은가. 후안이 누구인지도 궁금하고, 어떻게 해서 척척박사가 되었는지도 궁금하고, 그런 후안에게 닥친 시련과 고난이 무엇인지도 궁금하고, 이 시련과 고난을 후안은 어떻게 해결했는지도 궁금하다. 우아! 제목만으로도 할 얘기가 무진장 많다. 이럴 수 있나! 표지를 넘기지 않고도 이야기가 멈추지 않을 것 같다. 이 책, 시작부터 무척 흥미진진하다.

"이 책을 펼까 말까 고민하고 있나요?
그럼 당신도, 끝없는 딜레마의 세계에
들어설 준비가 되었습니다."

뒷표지에 적혀있는 문구다. 앗!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았지? 표지만으로도 한참을 이렇게 저렇게 궁리하고 생각하고 살펴보느라 책을 넘겨 펼치지 못하고 있는 그 마음을 단박에 눈치채고 딱 맞는 말을 하고 있다. 정말, 기가 막힌 책이구나 싶다. 그리고 눈여겨 볼 단어가 보인다. '딜레마'. 아, 이 단어를 제대로 확인해봐야겠다 싶다. 사전적 의미로는 '선택해야 할 길은 두 가지 중 하나로 정해져 있는데, 그 어느 쪽을 선택해도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오게 되는 곤란한 상황.'이다. 딱이다! 둘 중 하나의 답을 선택해야 한다. 하지만 둘 중 무엇을 선택해도 찜찜하다. 완전한 답이 될 수 없기 때문에. 무엇을 선택해도 곤란하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말이다. 머리를 아프게 하는 지점이다. 가끔 아이들과 대화하다보면 이런 말을 할 때가 있다. 딱 떨어지는 답이 없는 문제가 제일 어렵다고. 그래서 수학은 괜찮은데 국어는 어렵다고, 아이들이 하소연할 때가 있다. 아, 이런 느낌인가보다 싶다. 헌데 이건 철학의 문제라서 한 차원 더 높다.

"후안,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드디어 나왔다! 후안을 딜레마에 빠지게 한 그 첫 번째 질문! 그런데 너무 낯익은 질문이다. 어렸을 때 한 번 쯤은 받아 본 질문이기 때문이다. 엄마와 아빠가 있는 아이라면 이 질문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게 딜레마구나, 한번에 알아챘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정말 제목대로다. 척척박사라도 이 질문에는 답을 쉽게 할 수가 없다. 이유는, 답이 정해져 있지 않으니까. 딱 떨어지는 답을 갖고 있는 질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과연, 척척박사는 어떤 사람일까? 또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니, '무엇이든지 묻는 대로 척척 대답해 내는 사람.'이 척척박사다. 앗, 그렇다면 후안은 척척박사가 아니었나? 어쩌면 여러 방면의 척척박사가 있을 텐데 후안은 딜레마 쪽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러니 '시련과 고난'에 빠졌지.

"후안, 뭔가 어려울 때는 네 안을 곰곰이 들여다보렴.
해답은 그 안에 있을 수도 있단다."

과연 나라면 어떤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과연 이 문제는 여섯 살의 후안이었기 때문에 겪은 시련과 고난이었을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지금의 나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한다면 나도 망설이고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한참 고민할 테니까 말이다. 이건 나이의 문제도, 경험의 문제도 아니다. 그저 이런 질문을 어떤 태도로 받아들이느냐의 문제. 그리고 어떤 자세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인가의 문제다. 그런 면에서 후안은, 해답을 찾을 수 있는 태도와 자세를 찾은 듯하다. 그렇다면, 나도 질 수 없지! 나도 이런 문제에 어떤 해답을 찾아 나갈 것인가, 그 태도와 자세를 찾아야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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