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이 사라졌다 - 제25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95
김은영 지음, 메 그림 / 문학동네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날문이사라졌다 #김은영_글 #메_그림 #문학동네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수상작 #보름달문고 #서평단 #서평 #책추천

해리와 해수에게 일어난 일, 하루 아침에 집의 문이 사라졌다! 여기서 문은 창문도 포함. 외부와 통할 수 있는 곳이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다. 초등학생 두 아이가 감당하기엔 너무 어려워 보이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아, 만약 내가 해리 혹은 해수라면, 어떻게 했을까. 처음엔 당황스럽고 놀랍다가, 점점 무서워지고, 나중에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두려움에 하루하루를 보내지 않을까, 싶다. 아주 나약하고 소심한 모습.
그런데 이 책 표지 그림의 해리와 해수는 무척 당당한 모습이다. 해수는 살짝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고 있다. 해리의 불끈 쥐고 있는 주먹도 예사롭지 않고. 어떻게든 이 상황을 해쳐나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나와는 전혀 다른 모습. 뭔가 두둥, 하고 대단한 일을 벌일 것 같은 모습으로 보인다.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제목과 표지만으로도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 지 무척 궁금했다. 과연 이 아이들은 어떤 결론에 다다르게 될 지 너무 기대가 됐다.

"무서운 곰에 속지 마. 문을 못 보게 되거든."(124쪽)

우리는 종종 어느 곳 하나 빠져나갈 구멍조차 찾기 어려운, 난감하고 무서운 상황에 놓일 때가 있다.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그저 그 상황 안에서 오도가도 못 하고 있게 될 때 말이다. 그럴 때가 바로 이 아이들처럼 사방이 꽉 막힌 공간 안에 갇힌 기분이 든다. 그러면 두렵고 당황스러워 어떤 곳에서도 나갈 방도를 찾지 못하고 한동안 아무것도 못 하고 갇힌 상태로, 출구를 찾을 수가 없다. 무서운 '곰'이 저 앞에 있는 것처럼, 벌벌 떨며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문이 모두 사라진 집 안에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두려움에 떨기만 해야하는 것이다.

"해병이도 꽉 막힌 알에서 껍데기 깨고 나왔잖아. 문이 없으면 우리가 문이 되는 거야."(128쪽)

꽉 막혀 해결 지점을 찾기 어렵다고 미리 포기하거나 좌절하다가도, 결국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점을 찾게 된다. 그리고 그런 해결 지점은 보통, 매우 가까운 곳에 있으며 또한 지금의 난관에서 벗어날 방법도 자기 자신이 이미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다만 어려운 상황이 만들어내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그 다음을 생각하지 못하는 가로막는 것이다. 당황하게 되면 알던 것도 생각이 안 나기 마련이니까.

이 이야기가 인상적인 이유는, 이 아이들은 쉽게 좌절하거나 두려움에 사로잡혀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어쩌면 어른보다 더 현명하게 지금의 상황을 인지하고 그 안에서 어떻게 해야하는가를 생각하고 해결해 나갔다. 지금의 상황을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을 바깥의 누군가로부터 얻으려는 수동적인 자세가 아니라, 스스로 찾아내기 위한 적극적인 자세를 취했다. 생각만 한 것도 아니고, 실제로 움직이고 실천했다. 이건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지금 하는 생각과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 확신할 수 없음에도 도전하고 한 발 앞으로 나아가려는 시도를 했다는 것이 이 아이들을 칭찬해주고 싶은 지점이다.
그리고, 집 안에 갇혀 있는 동안 내내 두려움에 떨며 아무것도 못 하고 있던 게 아니고, 그 안에서 본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고 또 더 재미있는 것은, '해병'이까지 길러냈다는 것이다. 아이들만의 규칙을 만들고 지키고, 또 그 안에서 재미와 의미를 찾고 미래에 대한 기대까지 잃지 않고 있었다는 것이 무척 흥미로웠다. 이 두 아이들이 있는 공간이 정확히 어떤 곳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마치 이리저리 벽으로 막혀 있는 미로 안에서 출구를 찾아 나가기 위해, 힘껏 달려나가는 모습이 연상되었다. 달려나갈 수 있는 용기를 갖고 있는 아이들이었다.

가만히 보면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훨씬 더 현명할 때가 많다. 그럴 때 오히려 아이들에게서 많은 걸 배우게 되는데,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어떤 태도를 가지면 좋을 지를 해리와 해수를 통해 한 수 배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