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도감 - 제25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96
최현진 지음, 모루토리 그림 / 문학동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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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도감. 최현진 글/모루토리 그림. 문학동네. 2025.

처음부터 슬픈 이야기로 시작하는 소설이었다. 헉, 하고 한순간 숨이 멈춰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 일을 어쩌면 좋을까 싶었다. 이런 일들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생각하게 만들었다. 이런 슬픔을 감당해야 하는 이들의 이야기여서 무척 슬펐고, 또 소중했다. 산이의 마음을 가만히 따라가다보면, 산이가 보여주고 있는 마음이 얼마나 소중한 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어떤 방법으로 마음을 그 다음 남은 시간들을 보내야 하는지 누구도 가르쳐주는 사람 없이, 남겨진 이들은 고스란히 그 상황과 감정을 감당해야 한다. 특히 어린 아이의 경우라면,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조차 쉽지 않다. 어떻게 말해야 하고 또 행동해야 하며, 어떤 마음으로 어떤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스스로 찾아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저 슬퍼하고만 있을 수도 또 그렇다고 아무렇지 않은 척하기도, 모두 다 어렵기만 하다. 그러니, 어떻게 해서든 해낼 수 있는 것들을 찾아 해내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이럴 때 같이 해줄 수 있는 이들이 있다면 정말 다행이다. 분명 비슷한 마음을 보여줄 이들은 있다. 다만 티를 내야한다. 티를 내고 또 서로가 갖고 있는 감정을 다시 드러내볼 줄 알아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볼 마음이 생길 수 있고 또 그런 기회를 가져볼 수도 있는 것이다.
산이가 메아리 누나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을 찾고 생각하며 행동으로 옮기기까지, 누나의 카우보이모자부터 시작해 그런 산이의 마음을 보듬어줄 수 있는 많이 이들이 곁에 있었다. 그것이 참 다행이었다. 아마 혼자서만 해야한다고 했다면, 산이가 혼자 해낼 수 있기까지 무척 오랜 시간이 필요했을 수 있다. 하지만 산이에게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충분히 산이가 스스로 받아들이고 또 한 발 걸어나가도록 도움 줄 수 있을 정도의 시간이 산이에게 주어졌다. 그리고 그런 시간을 산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그 시간들을 보냈다.

심장이 두근거렸다. 책가방에 달린 튜브 키링을 만졌다.
"괜찮아, 강산."
나는 혼잣말을 하면서 초록불로 바뀐 뒤 셋을 셌다.(150쪽)

다른 사람의 '괜찮아'라는 말보다 자신이 스스로에게 해주는 혼잣말을 '괜찮아'가 더 힘이 세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자신에게 힘을 보태기 위해 해주는 말로 느껴졌고, 그동안의 슬픔의 터널을 잠시 빠져나올 수 있는 주문처럼 느껴졌다. 이 주문의 힘은 산이에게는 더없이 중요하고도 값진 말이 된다. 둘이었다 하나가 된 이후 그 하나로서의 시간을 다시 단단하게 가져가겠다는 다짐으로도 들렸다.

물론, 여전히 산이는 슬픔과 아픔, 그리움과 외로움 속에 순간순간 빠질 것이다. 웃고 있지만 울고 싶은 순간도 문득문득 찾아올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한 걸음, 또 한 걸음 내딛을 용기를 가진 산이에게는 더 이상 어렵기만 한 시간들은 아니다. 지금 마음 먹은 것처럼 어떤 순간이 다시 찾아와도, 제 스스로 자신에게 주문을 걸며 또 다시 극복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산이에게는 그런 힘이 생겼다. 처음 산이와 분명 달라졌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참 소중한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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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포 투
에이모 토울스 지음, 김승욱 옮김 / 현대문학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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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포투 #에이모토울스 #프리뷰북 #밀조업자 #서평단 #서평 #책추천

테이블 포 투. 에이모 토울스 소설/김승욱 옮김. 현대문학. 2025
_밀조업자

밀조업자라고 오해를 하는 사람, 그리고 그런 밀조업자란 오해를 받는 사람. 만약 이 둘 중 누구의 편을 들겠냐고 묻는다면, 오히려 첼로 연주에 감동받은 '나'의 편을 들겠다고 답할 것이다. 오해하지 않도록 남편을 사랑한다는 말을 빼놓지 않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이건 사랑이 없어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사랑과 상관없이 그저, 사람 간의 관계와 태도, 관점과 그 안에서의 가치 판단의 문제일 뿐. 그러니, 어떤 경우라도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당사자에 대한 사랑이 부족하거나 미워해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내내 겉으로 말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그 한 순간 예술로부터 받은 감동과 위로는, 나도 함께 그 순간에 가보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런 아름다움을 알게 된 그 순간의 기쁨을 내내 간직하게 될 '나'의 벅찬 마음이 부럽기도 했다.

토미는 타인의 잘못은 열심히 지적하면서 정작 자신의 잘못은 눈감아주는, 혹은 알아채지도 못하는 사람이었다. 또한 아서 파인은 자신의 감상과 감정 안에 빠져 여타의 다른 규칙이나 질서를 무너뜨리는 사람이었다. 둘 다 각자의 잘못을 자신의 생각과 감정 안에서 합리화하고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반성한다고는 하지만 과연 그 반성이 어디에서 오는 반성일지 의문이 생겼다. 우리가 말 그대로 반성을 한다면 자신의 행동에 대한 잘못을 스스로 알아챘을 경우에 이루어지는 것일 테지만, 지금 이 두 인물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각 상황에서 자신이 또 다른 잘못과 문제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만을 말하기 위한, 그런 의미 없는 반성이지 않을까.
이들의 이야기만으로라면 어쩌면 순조롭게 일이 마무리되었을 수도 있다. 한 순간의 에피소드처럼 지나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이 사건이 두고두고 오래도록 이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순간이 있다. 바로 파인의 딸 메레디스가 이 사건에 대처하는 부분. 이 부분이 이 소설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다. 이유는, 그 딸이 만들어낸 말의 힘에 있다. 일종의 저주. 그 저주가 평생 한 사람을 따라다니게 된다는 것, 그 저주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내내 괴로워하며 꽤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 무섭기까지 했다.

이 이야기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갖고 있는 판단과 관점을 이야기하고 있는 소설이란 생각을 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대하는 자세와 태도가 어떤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를 그래도 보여주는 듯했다. 또 어찌 보면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가하는 폭력을 이야기해주는 소설이란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그 가해는 주로 말을 통해 나타나고, 그 말은 다시 더 크게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모든 상황에서 선의의 피해자는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 소설 안에는 생각보다 더 적나라하고 지독한 사람들의 내면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밀조업자>라는 이 짧은 이야기만 읽었는데도 눈이 커졌다. 때론 안절부절 못하게 만들고 또 다른 생각이 끼어들지 못하게 만들었다. 토미가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해줬고 그 이야기는 지금의 우리라고 딱히 다르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리고 이런 부분들에 있어 어찌하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새삼 생각해보고 만들었다. 무척 흥미로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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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투라 CULTURA 2025.06 - Vol.132, 아고라
작가 편집부 지음 / 작가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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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쿨투라 CULTURA. Vol.132(2025 06). 도서출판 작가.
_Culture & Art Magazine

이번호의 Theme는 '아고라'다. '아고라Agora'는 '고대 그리스의 도시 국가에서 시민들의 일상생활이 이루어지던 공공의 광장. 아크로폴리스가 종교와 정치의 중심지였다면, 이곳은 시민의 경제생활과 예술 활동이 이루어졌던 장소이다.' 그러니까 말 그대로 어떤 생활과 활동이든 모든 것이 가능했던 장소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 장소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있으며, 시민이라면(물론, 당시에는 이 시민에 여자는 빠져있었겠지만) 응당 자유롭게 이 공간을 차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일련의 상황을 더듬어보면, '광장'이 얼마나 소중하고 또 대단한 것인가를 익히 알 수 있다. 그리고 또 이 '아고라'가 얼마나 중요하고 꼭 필요한 것인가도 잘 알 수 있다. 어찌보면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의 역사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것 또한 이 광장의 역할이었다고 볼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광장이 없있다면 시민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일 수도 없었을 것이고, 또한 그 목소리에 힘을 얻어 같은 생각의 방향을 추구해 나갈 수도 없었을 것이다.
물론, 요즘은 뭐든 온라인이 대세인 시대가 되기는 했다. 광장에 직접 나서는 대신 온라인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심지어 AI가 그 모든 것을 대신하기도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사람과 인공지능의 말조처 구분할 수 없는 수준이 된 지금, 과연 온라인에서의 '광장'이 기존에 이루어지고 있던 다양한 생활과 활동을 모두 담아낼 수 있는 수준일까는 깊이 생각해볼 문제이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자신을 감춘 채 공격성만을 단련하고 있는 이들이 많으니까.
그리고 그 많은 말들이 거짓일 수 있다는 것에 신경을 곤두세우며 날카롭게 서로를 향한 칼날을 들이밀고 있기만 하다. 하지만, 이제 그 모든 것이 불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이제 온라인 아고라에서 담화 참여자의 의식은, 사실 증명을 요구하는 것에서 담화 내용의 현실 가능성을 계산하는 것으로 변화하여야 한다.(...) 상대와 무관하게, 현상의 가능성만이 중요해진다.(...) 물론, 이 경우 유저 개개인의 직관적 통찰과 미디어 리터러시, 그리고 통계적 판단력이 매우 중요해질 것이다.(64-65쪽)

어찌보면 우리는 이미, 온라인 상에서의 담화가 사실에 기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제를 만들어두고 받아들이는 중이다. AI가 만들어내는 많은 데이터도 의심이 기본이 되었다. 그렇다면, 이제 진실성을 갖고 공방을 펼치기보단, 그 다음 상황을 실현하기 위한 가치 판단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평면적인 광장의 역할을 뛰어넘을 시기가 되었다는 뜻일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아고라'는 평평한 평지의 광장으로 남아있기를 바란다. 어느 때라도 누구든 주체적으로 시민으로서 활동 가능한 공간으로 자리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시민에 의해 대의 민주주의의 문제가 불식되어야 한다. 폭력이나 야만, 독단과 편향이 아닌 진리를 바탕한 소통의 장이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덧-
가만히 이 잡지를 들여다보다 생각났다. 어쩌면, 이 잡지가 광장과 같은 역할의 잡지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가 함께 어우러지며 서로 얽혀드는 이야기, 바로 소통의 장. 이 잡지가 그런 성격이지 않나 싶었다. 미술, 건축, 문학, 영화, 문화 등 각각 독립적인 예술적 지형을 형성하는 듯하면서도, 다시 각 목소리가 어우러지는 <쿨투라>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모든 것이 가능할 수 있는 열린 공간, 그 아로라에 잠시 빠져들었다 나왔다.

*출판사로부터 잡지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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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잠 선물 가게, 기적을 팝니다 꿀잠 선물 가게
박초은 지음, 모차 그림 / 토닥스토리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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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잠 선물 가게, 기적을 팝니다. 박초은 장편소설/모차 그림. 토닥스토리. 2025.

자도 꿀잠 선물 가게에 가고 싶다. 불면이라면 할 말 참 많은 사람으로서, 오슬로와 자자를 만나러 가고 싶다. 그리고 나에게 꼭 맞는 선물을 추천받아 사오고 싶다. 과연, 나의 잠도 해결이 될는지. 너무 오래된 불면으로 이젠 웬만해서는 피곤하고 힘든 줄도 모르고 지내고 있으니, 어느 정도는 그러려니 하고 지내기도 한다. 이런 나에게도 알맞은 물건이 있을지. 가능한 하다면 나도 당장 달려가 꿀차 한 잔 마시고 싶다. 꿀차의 달달함으로 나의 긴 불면을 끝낼 수만 있다면 말이다.

"인간의 마음은 왜 이렇게 어려운 거예요? 이해가 안 가요. 난 부엉이라고요. 아저씨 말고는 말할 수 있는 가족도 없고, 친구도 없는데...... 왜 그렇게 혼자 슬퍼하고 힘들어해요? 제가 들어줄게요!"(149쪽)

자자의 말에 마음이 울렁거렸다. 그러니까 말이다. 인간의 마음이 왜 이렇게 어려울까. 어려워서 인간 본인들도 제대로 잘 모르고 살아간다. 어쩌면 그래서 '꿀잠 선물 가게'가 필요한 지도 모르겠다. 인간들은 참, 자기 이야기를 잘 안 하기도 하니까. 생각해보면, 인간이 제일 많이 하는 말이 '괜찮아'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 힘들어 보이고, 아파 보여서 괜찮냐고 물으면, 두말 없이 괜찮다고만 한다. 나도 자주 하는 말이고, 또 다른 주변 사람들로부터도 자주 듣는 말이다. 그러니 어쩌겠는가. 그 속이 어떤 지 직접 보지 않고는 쉽게 꺼내놓지도 못하니. 또 꺼내놓을 대상도 방법도 잘 없다. 그저 혼자 속으로 삭이는 수밖에 없기도 하다. 그래서, 오슬로와 자자를 찾아가게 되는 것이다. 이들은 모든 이야기를 참 잘 들어주니까.
이렇게 생각하니, 불면을 결국 마음의 문제인가보다 싶다. 마음이 흔들려서, 어지러워서, 암담하고 속상해서, 그리고 아파서. 이런 감정을 모두 자신 안으로만 끌어안고 있으니 어떤 형태로든 몸에 반응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반응에 대부분은 또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넘기기 쉽고. 그러면서 점점 그 마음의 골이 깊어만 갈 수도 있다. 별 거 아닌데 말이다. 괜찮지 않다고, 아프고 슬프다고 솔직하게 말하기가 그렇게 어려울까. 근데, 말이 쉽지, 실제로는 참 어렵다. 그래서 여러 사람도 필요 없이 딱 한 사람, 딱 한 사람만 있어도 된다. 내 마음을 알아줄 수 있는 딱 한 사람. 그 역할을 '꿀잠 선물 가게'가 대신 해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꿀잠 선물 가게에 와서 제 솔직한 마음을 다 터놓으니 훨씬 가벼워졌어요. 감사해요."(197쪽)

자신의 마음을 직접 들여다보고, 지금 어떤 상태인지를 진단하여 처방해주기란 너무 어렵다. 자기 마음 하나를 잘 모르는 것이 사실이니까. 그리고, 실체 없는 모호하고도 추상적인 마음이란 것을 어떤 말로 정의내린다는 것이 웬만해서는 쉽지가 않다. 그래서 다른 이의 도움이 꼭 필요한 것이다. 정작 다른 이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적절한 선물을 선택해 권해주고, 그 마음을 위로하고 보듬어주는 역할을 하는 오슬로마저도 제 마음은 잘 모른다. 어떻게 해야할 지 몰라 그저 아파하기만 한다. 그러니, 우리의 마음은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다시 회복하기 어려운 게 맞을 것이다. 그래서 오슬로에게도 자자가 꼭 필요한 것이다.

혼자 모든 것을 다 잘할 수 있다고, 어떤 도움도 필요 없다고, 내 마음은 내가 알아서 한다고, 아무렇지도 않고 다 괜찮다고 하는 사람의 말을 믿지 말자. 오히려 지금 마음이 아파 어떤 것도 그 다음을 생각할 수 없을 지경이란 말을 반대로 하고 있을 가능성이 더 높으니까. 가만히 나의 경우도 돌이켜보면, 그랬던 적이 있었다. 어떤 누구에게조차 손을 내밀 힘조차 남아있지 않았던 순간, 억지로라도 그 굴레에서 끌어내려 손을 이끌었던 누군가가 무척 소중했다는 것을, 지금은 잘 알고 있다. 그러니, 곁에서 가만히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들어주는 '꿀잠 선물 가게'가 참 소중한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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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속도
이진경 지음 / 이야기꽃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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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속도. 이진경 그림책. 이야기꽃. 2025.

얼마 전 러닝화를 선물받았다. 이제 달리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아직도 마음만 먹고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매일 핑계를 달고 사는 내가 답답할 때도 있다. 그러면서도 선뜻, 운동화를 신고 문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럴 때 <나의 속도>를 알았다.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북펀드에 바로 참여! 드디어, <나의 속도>를 만났다.

오래 망설였지?
그냥 시작하면 되는 건데.
그래, 다른 사람들처럼.

나한테 하는 말 같다. 오래 망설이고 있다. 이렇게 망설일 건가 싶을 정도로, 오래 망설이고 있는 중이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다. '그냥 시작하면 되는 건데.' 말이다. 이렇게 쉬운 게 그토록 어려울 건가 싶어 여러 번 이 문장을 반복해서 읽어본다. 그냥 하면 된다. 떨리는 마음, 걱정하는 마음, 모두 잠시 내려놓고 우선은 몸을 움직이면 된다. 그 시작만 하면 그 다음이 어렵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으니까.

오르막을 만나면
온몸에 땀이 차 오르고
다리가 점점 무거워져.
그럴 땐 떠올려 봐.
저 언덕 위에서 만날
파란 하늘과 시원한 바람,
신나는 내리막길.

달리기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 같다. 달리는 순간 숨이 턱 막히고 땀이 차오르며 한 발, 그 다음 발을 내딛는 다리가 무겁고 그 순간 멈추고 싶어진다. 모든 일이 비슷하지 않을까. 한계라고 생각되고 힘에 벅찬 순간이 오면, 그 순간 주저앉고 포기하고 싶어진다. 좌절하고 나 자신을 자책하게 된다. 그럴 땐, 한없이 올라가야하는 그 언덕이 내가 감히 넘볼 수 없는, 넘지 못하는 벽으로만 느껴진다. 하지만, 그 높은 곳도, 험난한 곳도 끝도 없이 오르기만 하는 건 아니다. 올랐다면 언젠가는 다시 내려와야 하는 법. 그리고 내려오는 순간만큼은 두 배 이상의 달콤함을 맛보게 된다. 그 달콤함을 생각한다면 오르기를 주저할 이유가 없다.

빠른 사람은 빠르게, 느린 사람은 느리게.
중요한 건, 어쨌든 달리고 있다는 거야.

주변의 누군가와 나를 견줄 필요 없다. 나는 '나'일 뿐. 나는 <나의 속도>로 나를 움직이면 되는 것이다.
시작이 중요하다. 그리고 물론 당연히 끝도 있다. 오르막길 다음은 내리막길. 달리기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그 과정은 온전히 '나'의 달리기가 된다.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온 정신을 나에게 모두 쏟을 수 있는 시간이 된다.

행복과 만족감, 삶의 지향과 성취를 생각하며 산다.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지에 대해 고민하고 스스로 답을 찾으려고 한다. 늘 유혹은 뒤따른다. 남들이 이룬 성과, 남들이 가고 있는 방향, 남들의 시선과 또 남들의 인생까지. 나를 가만두지 않고 남들의 이야기로 나를 흔들 때가 많다. 그럴 때 나를 단속하고 단단하게 묶어놓을 무기가 필요하다. 어쩌면 그런 무기로 달리기는 제격이지 않을까.
달리는 순간 내가 쉬는 숨, 내가 앞뒤로 흔드는 팔, 그 다음 발을 내딛기 위해 힘을 주는 다리와 구그는 발. 이렇게 내 몸에만 집중해본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혼미해지는 정신을 바짝 부여잡게 된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의 마음이었다. 그저 앞으로 가는 것, 무사히 더 앞으로 나아가는 것, 멈추지 않을 수 있도록 숨과 호흡을 고르고 정돈하며 다시 그 다음의 달리기를 준비하는 것, 그것만을 생각하는 달리기였다. 그렇게 달리고 난 다음 내 몸의 반응에, 뜻밖의 상쾌함과 개운함을 경험했던 것까지. 이것이 달리기였다.

'나도 달리고 있다.'

알람을 맞춘다. 새벽, 몸을 움직여 나를 깨우기부터 시작. 숨을 고르고 준비 운동을 하며 몸을 가볍게 만들고, 가만히 나의 몸 상태를 확인한다. 그리고, <나의 속도>로 달린다. 나에게 빠르지도 또 느리지도 않은 딱 알맞은 나만의 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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