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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포 투
에이모 토울스 지음, 김승욱 옮김 / 현대문학 / 2025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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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포 투. 에이모 토울스 소설/김승욱 옮김. 현대문학. 2025
_밀조업자
밀조업자라고 오해를 하는 사람, 그리고 그런 밀조업자란 오해를 받는 사람. 만약 이 둘 중 누구의 편을 들겠냐고 묻는다면, 오히려 첼로 연주에 감동받은 '나'의 편을 들겠다고 답할 것이다. 오해하지 않도록 남편을 사랑한다는 말을 빼놓지 않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이건 사랑이 없어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사랑과 상관없이 그저, 사람 간의 관계와 태도, 관점과 그 안에서의 가치 판단의 문제일 뿐. 그러니, 어떤 경우라도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당사자에 대한 사랑이 부족하거나 미워해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내내 겉으로 말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그 한 순간 예술로부터 받은 감동과 위로는, 나도 함께 그 순간에 가보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런 아름다움을 알게 된 그 순간의 기쁨을 내내 간직하게 될 '나'의 벅찬 마음이 부럽기도 했다.
토미는 타인의 잘못은 열심히 지적하면서 정작 자신의 잘못은 눈감아주는, 혹은 알아채지도 못하는 사람이었다. 또한 아서 파인은 자신의 감상과 감정 안에 빠져 여타의 다른 규칙이나 질서를 무너뜨리는 사람이었다. 둘 다 각자의 잘못을 자신의 생각과 감정 안에서 합리화하고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반성한다고는 하지만 과연 그 반성이 어디에서 오는 반성일지 의문이 생겼다. 우리가 말 그대로 반성을 한다면 자신의 행동에 대한 잘못을 스스로 알아챘을 경우에 이루어지는 것일 테지만, 지금 이 두 인물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각 상황에서 자신이 또 다른 잘못과 문제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만을 말하기 위한, 그런 의미 없는 반성이지 않을까.
이들의 이야기만으로라면 어쩌면 순조롭게 일이 마무리되었을 수도 있다. 한 순간의 에피소드처럼 지나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이 사건이 두고두고 오래도록 이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순간이 있다. 바로 파인의 딸 메레디스가 이 사건에 대처하는 부분. 이 부분이 이 소설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다. 이유는, 그 딸이 만들어낸 말의 힘에 있다. 일종의 저주. 그 저주가 평생 한 사람을 따라다니게 된다는 것, 그 저주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내내 괴로워하며 꽤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것. 무섭기까지 했다.
이 이야기는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갖고 있는 판단과 관점을 이야기하고 있는 소설이란 생각을 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대하는 자세와 태도가 어떤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를 그래도 보여주는 듯했다. 또 어찌 보면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가하는 폭력을 이야기해주는 소설이란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그 가해는 주로 말을 통해 나타나고, 그 말은 다시 더 크게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모든 상황에서 선의의 피해자는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이 소설 안에는 생각보다 더 적나라하고 지독한 사람들의 내면이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밀조업자>라는 이 짧은 이야기만 읽었는데도 눈이 커졌다. 때론 안절부절 못하게 만들고 또 다른 생각이 끼어들지 못하게 만들었다. 토미가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해줬고 그 이야기는 지금의 우리라고 딱히 다르지는 않은 것 같았다. 그리고 이런 부분들에 있어 어찌하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새삼 생각해보고 만들었다. 무척 흥미로웠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