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속도
이진경 지음 / 이야기꽃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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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속도. 이진경 그림책. 이야기꽃. 2025.

얼마 전 러닝화를 선물받았다. 이제 달리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아직도 마음만 먹고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매일 핑계를 달고 사는 내가 답답할 때도 있다. 그러면서도 선뜻, 운동화를 신고 문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럴 때 <나의 속도>를 알았다. 오래 고민하지 않았다. 북펀드에 바로 참여! 드디어, <나의 속도>를 만났다.

오래 망설였지?
그냥 시작하면 되는 건데.
그래, 다른 사람들처럼.

나한테 하는 말 같다. 오래 망설이고 있다. 이렇게 망설일 건가 싶을 정도로, 오래 망설이고 있는 중이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다. '그냥 시작하면 되는 건데.' 말이다. 이렇게 쉬운 게 그토록 어려울 건가 싶어 여러 번 이 문장을 반복해서 읽어본다. 그냥 하면 된다. 떨리는 마음, 걱정하는 마음, 모두 잠시 내려놓고 우선은 몸을 움직이면 된다. 그 시작만 하면 그 다음이 어렵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으니까.

오르막을 만나면
온몸에 땀이 차 오르고
다리가 점점 무거워져.
그럴 땐 떠올려 봐.
저 언덕 위에서 만날
파란 하늘과 시원한 바람,
신나는 내리막길.

달리기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 같다. 달리는 순간 숨이 턱 막히고 땀이 차오르며 한 발, 그 다음 발을 내딛는 다리가 무겁고 그 순간 멈추고 싶어진다. 모든 일이 비슷하지 않을까. 한계라고 생각되고 힘에 벅찬 순간이 오면, 그 순간 주저앉고 포기하고 싶어진다. 좌절하고 나 자신을 자책하게 된다. 그럴 땐, 한없이 올라가야하는 그 언덕이 내가 감히 넘볼 수 없는, 넘지 못하는 벽으로만 느껴진다. 하지만, 그 높은 곳도, 험난한 곳도 끝도 없이 오르기만 하는 건 아니다. 올랐다면 언젠가는 다시 내려와야 하는 법. 그리고 내려오는 순간만큼은 두 배 이상의 달콤함을 맛보게 된다. 그 달콤함을 생각한다면 오르기를 주저할 이유가 없다.

빠른 사람은 빠르게, 느린 사람은 느리게.
중요한 건, 어쨌든 달리고 있다는 거야.

주변의 누군가와 나를 견줄 필요 없다. 나는 '나'일 뿐. 나는 <나의 속도>로 나를 움직이면 되는 것이다.
시작이 중요하다. 그리고 물론 당연히 끝도 있다. 오르막길 다음은 내리막길. 달리기를 포기하지 않는 이상 그 과정은 온전히 '나'의 달리기가 된다.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온 정신을 나에게 모두 쏟을 수 있는 시간이 된다.

행복과 만족감, 삶의 지향과 성취를 생각하며 산다. 어떤 사람으로 살고 싶은지에 대해 고민하고 스스로 답을 찾으려고 한다. 늘 유혹은 뒤따른다. 남들이 이룬 성과, 남들이 가고 있는 방향, 남들의 시선과 또 남들의 인생까지. 나를 가만두지 않고 남들의 이야기로 나를 흔들 때가 많다. 그럴 때 나를 단속하고 단단하게 묶어놓을 무기가 필요하다. 어쩌면 그런 무기로 달리기는 제격이지 않을까.
달리는 순간 내가 쉬는 숨, 내가 앞뒤로 흔드는 팔, 그 다음 발을 내딛기 위해 힘을 주는 다리와 구그는 발. 이렇게 내 몸에만 집중해본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혼미해지는 정신을 바짝 부여잡게 된다.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의 마음이었다. 그저 앞으로 가는 것, 무사히 더 앞으로 나아가는 것, 멈추지 않을 수 있도록 숨과 호흡을 고르고 정돈하며 다시 그 다음의 달리기를 준비하는 것, 그것만을 생각하는 달리기였다. 그렇게 달리고 난 다음 내 몸의 반응에, 뜻밖의 상쾌함과 개운함을 경험했던 것까지. 이것이 달리기였다.

'나도 달리고 있다.'

알람을 맞춘다. 새벽, 몸을 움직여 나를 깨우기부터 시작. 숨을 고르고 준비 운동을 하며 몸을 가볍게 만들고, 가만히 나의 몸 상태를 확인한다. 그리고, <나의 속도>로 달린다. 나에게 빠르지도 또 느리지도 않은 딱 알맞은 나만의 속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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