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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미셸 플레식스 지음, 이세진 옮김, 케네스 그레이엄 원작 / 길벗어린이 / 2025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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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미셸 플레식스 각색 그림/케네스 그레이엄 원작/이세진 옮김. 길벗어린이. 2025
두더지의 산책, 여행? 이 책을 읽으며 든 생각은, 어쨌든 밖으로 나가야 이야기는 시작된다는 것! 누구를 만나든 어떤 새로운 사건을 마주하든, 그것이 꼭 좋은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어도, 그렇게 세상 밖으로 나갔을 때 예상하지 못할 엄청나면서도 신기하고 재밌는 이야기는 펼쳐지게 된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느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두더지가 과감하게 집 밖으로 나갔던 그 작은 행동에서 시작되었고, 그 과정에서 만난 많은 친구들이 두더지를 맞아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두더지는 흐르는 물을 바라보면서 지구의 뱃속에서 올라와 망망대해로 흘러갈 그 강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상상했어요.(7쪽)
강을 따라 만나게 된 물쥐, 수달, 두꺼비, 오소리. 이들과 만난 두더지는 뭐든 궁금한 것 투성이였다. 그리고 궁금한 건 꼭 해보았다. 재밌었고 때론 무서웠지만, 친구들이 생겼으니 용감하게 나아갈 수 있었다. 만약 두더지 혼자였다면 이 모든 경험을, 이 모든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없었을 것이다. 여전히 불만 섞인 집안 청소를 억지로 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집안 청소마저도 들쥐와 함께 하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후딱 해낼 수 있었다. 그러니, 혼자 하는 것보다 함께 하는 것이 갖는 힘은 무척 큰 것이다. 물론, 두꺼비가 저지른 일을 뒷수습하느라 이리저리 뛰어다닌 친구들을 보면 더욱 그렇기도 하다.
헌데, 두꺼비가 너무 문제다. 정말, 문제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면서도 스스로 반성은커녕 끝까지 자기 하고싶은대로만 하니, 이 두꺼비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이 이야기가 끝나고난 다음에도 내내 걱정이 줄어들지를 않았다. 죄를 지었으니 당연하게 벌을 받아야 하고, 벌을 받지 않고 또 죄를 지었으니, 그 만큼의 벌을 또 다시 받아야 하는데, 언제나 두꺼비가 정신을 차리고 죄값을 다 받으려는지. 그럼에도 그런 두꺼비를 도와주려는 친구들의 활약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과연, 나라면 그런 친구를 위해 이 정도로 발 벗고 나설 수 있을까. 두꺼비를 위한 마음 하나만으로 달려들 수 있을 정도일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 이야기에서 말하는 친구란, 어느 정도의 친구를 이야기하는 것일까. 많은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물쥐는 두꺼비를 다시 만나 얼마나 좋았던지 두꺼비를 두꺼비이게 하는 모든 잘못, 변덕, 나쁜 점까지도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았죠.
다 용서할 순 없겠지만요.(104쪽)
하! 믿을 수가 없어. 그렇게 고생을 하고도 배운 게 없다니! 뭘 잘했다고 으스대고 있어? 보아하니 넌 여차하면 또 사고 칠 놈이야!
친구들 생각은 안 해? 네가 또 감옥에 가면 우린 어떨 것 같아? 넌 네 친구가 전과자와 어울려 지낸다는 말을 들어도 좋아?(105쪽)
반갑지만 또 쓴소리가 필요할 때는 가차없이 하는 것이 또한 친구였다. 오소리가 당장에 두꺼비의 집을 찾아가려고 했던 것도, 아직 정신을 못 차린 두꺼비를 야단치는 물쥐도 다 같은 마음인 것이다. 친구니까, 친구가 더 나쁜 길로 가지 않도록, 더 이상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아끼고 챙겨주고 싶어하는 마음인 것이다. 그런 마음을 조금이라도 두꺼비가 알았다면, 노력하는 시늉이라도 했을텐데 말이다. 두꺼비 주변에는 이토록 좋은 친구들이 많은데, 정작 두꺼비 본인은 스스로 좋은 친구가 되려는 마음을 왜 먹지 못하는 것인지, 답답하고 안타깝기만 했다.
우리가 생활하면서도 주변에 많은 종류의 친구들이 있다. 물쥐같은 친구도 있고, 오소리같은 친구도 있다. 반면에 두꺼비같은 친구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두꺼비를 친구 목록에서 제외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두꺼비의 친구로서 내가 어떤 친구여야할까를 먼저 고민해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내가 어떤 친구가 되어 두꺼비가 함께 할 수 있을 것인가의 답이 찾아지면, 그 다음 두꺼비와의 관계도, 그리고 두꺼비의 행동도 조금은 변화가 있지 않을까.
두더지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두꺼비의 이야기로 끝난 느낌이다. 사실은 두더지가 친구들을 만난 이야기에서 두꺼비가 친구들을 만난 이야기로 끝난 것이라고 하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그러니 이 책은 역시, 친구에 대한 이야기가 맞다. 그 많은 모험과 사건들 속에서도 늘 든든하게 이들이 그 다음의 일들을 해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다, 친구 덕분이니까.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