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의 틈새 여성 디아스포라 3부작
이금이 지음 / 사계절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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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틈새. 이금이 장편소설. 사계절출판사. 2025.

어떤 삶이든 슬픔 없이 이루어지는 것이 있을까. 슬픔을 밑바탕에 두고 그 다음을 이야기하게 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할 것이다. 그러니 해방 전후의 사할린 역시 슬픔을 전제하지 않고는 그 이야기를 온전히 다 할 수 없고, 그런 슬픔의 삶과 시간 그 사이, 즉 틈새에 사랑이 비집고 들어와 슬픔을 단순한 슬픔이 아닌, 또 다른 차원의 슬픔으로 만들어준다. 이것이 우리가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우리 역사의 무게이고 그 역사 속 사람들의 삶의 무게인 것이다.
사할린. 그동안 대략적인 이야기로 알고 있기는 했지만, 이렇게 제대로 그들의 삶이 어떤 굴곡 속에 놓여있었는지를 자세히 알아보려 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어디에서부터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그 시작이 어떤 끝까지 오게 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한평생의 삶을 살 수밖에 없었는지, 사회와 역사의 문제 안에 놓여 개인의 삶이 달라지게 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제대로 짚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단옥의 삶을 통해, 그들에게 어떤 삶만이 허락될 수 있었는지, 어떤 삶을 살도록 강요받았던 것인지를 조금이나마 확인할 수 있었다.
어쩌면 요즘 아이들은 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되었는지, 왜 강제로 어느 지역에서 평생을 살아야 하는지, 국적이라는 것을 얻지 못하고 무국적자로의 삶을 살아야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왜 그토록 자신의 뿌리, 고향의 공간으로 가고자 하는 것인지, 의아하면서도 이해가 안 간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비행기만 타면 갈 수 있는 곳을 한평생 갈 수 없었다는, '억류'라는 단어 안에서 이들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 말도 안 된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할 수많은 이야기 속에는, 지금 우리가 감히 함부로 이렇고 저렇다고 판단하여 결론내리면 안 되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숨어 있는 이야기를 우리는 기꺼이 끄집어내어 기억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역사를 대하는 자세인 것이다.

단옥은 가끔 자기 이름의 변천사를 생각해보곤 했다. 주단옥에서 야케모토 타마코, 다시 주단옥에서, 그리고 올가 송...... 이름이 바뀔 때마다 한동안 헷갈렸다. 그리고 자신이 누구인지 혼란스러웠다. 다른 한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돌이켜보면 바뀐 이름들만큼이나 굴곡진 인생이었다.(323쪽)

이 소설을 읽으며 <꺼삐딴 리>가 연상되기도 했다. 당시를 살아내야만 했던 이들에게 있어서 일본, 소련, 미국 등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의 운명과 정세의 변화에 대책없이 무방비상태로 놓일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삶이란 어떤 것이었을지, 솔직히 짐작도 쉽지 않을 정도인 것이다. 이인국 박사와 단옥의 삶이 같은 방식이라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개인이 자신의 삶을 개인적으로 감당하며 되는 상황이 될 수 없었다는 것, 세상과 세계의 움직임에 어쩔 수 없이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일정 부분 혹은 그 이상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시기를 지나온 사람들이라면 모두, 그 당시의 상황을 자신의 자유 의지로 판단 혹은 선택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즉, 이들의 잘못이나 문제가 전부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들의 삶을 우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가. 바로, 역사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개인의 삶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역사로서 접근해 살펴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역사가 어떻게 지금의 우리의 삶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도 함께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그들의 삶은 그들의 몫, 우린 우리의 삶을 살면 된다는 식의 발상은 안 된다. 그리고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그들의 삶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역사는 기억해야 하고 또 그 기억이 바탕이 되어 그 다음의 삶이 살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우리의 삶을 살아내고자 한다면, 우리의 삶을 더 잘 살아내려고 노력 중이라면, 지금의 이 모든 삶의 이야기를 잘 확인하고 아는 것이 시작인 것이다. 이들의 삶이 곧 우리 삶의 밑바탕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을 다 읽고, 가만히 단옥의 삶을 머릿속으로 되짚어보게 된다. 만약 단옥이 그런 삶을 살게 될 거라는 걸 미리 알았다면 이처럼 살아낼 수 있었을까. 아마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길고도 고단한, 굴곡 많은 삶을 잘 살 수 있었을까. 그건 바로, 가족이 있어서, 친구가 있어서,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또, 이 모든 순간에 대한 진심의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린 그 마음을 소중하게 간직해야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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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움직인다 창비시선 519
손택수 지음 / 창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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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움직인다. 손택수 시집. 창비. 2025.

천천히 읽게 된다. 시를 하나하나 꼼꼼하게 읽고 싶어진다. 시의 문장들에서 문득 시선을 멈추게 되고, 그 문장과 단어들의 조합과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시인의 느낌이 있겠으나, 나는 나대로의 느낌으로 문장을 만나고 생각을 고친다. 이렇게 읽어도 되나 하는 생각은 잠시, 이대로도 괜찮다는 안도감으로 시를 따라가고 또 따라가지 않는다. 무엇 하나 쉽게 넘어갈 수 없으니, 그저 마음이 가는대로 읽을 수밖에. 이 시집, 느낌이 참 오묘하다. 자꾸 손에서 놓을 수 없게 만든다.

짓는 것 중에 으뜸은 저녁이지
짓는 것으로야 집도 있고 문장도 있고 곡도 있겠지만
지으면 곧 사라지는 것이 저녁 아니겠나
사라질 것을 짓는 일이야말로 일생을 걸어볼 만한 사업이지(32쪽_'저녁을 짓다' 중)

저녁을 짓고 싶어졌다. 저녁 짓는 일이 무척 귀찮고 부담되는 일이었는데, 이 저녁 하나를 위해 이렇게나 해야 하나,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오히려, 저녁 하나 정도이기 때문에 이렇게 그 이상을 해도 되겠다는, 그럴만한 가치가 충분하겠다는 마음이 새겼다. 어쩌면 짓는 것 중 그나마 해볼 수 있겠다 싶은 것이 저녁이겠지, 하는 알량한 마음도 있다. 뭐 이유가 어떻게 되든, 그 이유는 저녁을 지으며 생각해보면 될 일이지 싶다. 이 시집이 이런 식이다.

심심하다는 말, 외롭다는 뜻이었군
외로움을 호소하진 못하고
심심해서 죽겠네
그런 거였구나(62쪽_'심심하다는 말' 중)

심심할 때가 있다. 누군가와의 대화 메시지 창에 심심해라는 말을 입력하고 한참을 기다린다. 나의 심심함을 어떻게 설명해주고 또 달래줄 것인가, 내심 기대하면서. 이제 와 저 시를 만나니, 이제 심심하다는 말을 어느 때 어떤 의도로 사용할 것인가의 고민이 생긴다. 또 무슨 수로 이 심심함을 해소해줄 수 있을까를 고려하게 된다. 별 거 아닌 말 한 마디가 가져온 파장이 무척 길다. 이 시집이 이렇다.

누굴 미워하면 몸부터 아파오는 나이,
몸을 사람이라 외면한 이의 모친상에 갔다가
슬픔에 말갛게 씻긴 얼굴 앞에서
죄스러운 마음이 들었네(중략)
잃지 않고 알 수 없는 것
슬픔의 깊이 속에서
솟고 솟아 정한 물방울
상가를 나오며
그 물방울을 잊지
말자 하였지(71쪽_'오래 미워한 자를 위한 문상' 중)

이젠 몸이 감당하지 못하는 일들이 생긴다. 마음의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정작 몸이 먼저 반응하게 되는 일이 되는 것이다. 몸을 위해서라면 더더욱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한다. 나도 모르는 새 비어져나오는 눈물을 감추는 데에만 급급할 필요 없다. 그저, 마음이 가는 대로 몸도 따라가게 놔두면 되는 것이니까. 그러니,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 지 확인하고 싶어진다. 몸이 먼저 반응하기 전에 마음을 먼저, 몸이 편한 방향을 만들어 가기 전, 앞으로 나아갈 마음의 자세를 먼저 들여다 보아야 한다.

이 시집이 이러니 나도 모르는 사이, 자꾸만 시에서 말하는대로의 삶과 철학, 가치관이 어떻게 만들어져 나갈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가만히 시를 들여다보며 내 마음도 따라 점검하게 된다. 그래서 이 시집은, 천천히 읽어나가야 한다. 허투루 함부로 책장을 넘길 수 없도록 독자를 꽉 쉬어잡고 있다. 분명, 무겁고 또 어둡고, 분위기 자체에서 만들어지는 내용과 상황이 있다. 그래서인지, 전체적으로 무게감이 있다. 무게감 있는 이야기는 그 무게를 스스로 감당하며 시를 읽어야한다. 이 부분이 참 재있는 지점인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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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미셸 플레식스 지음, 이세진 옮김, 케네스 그레이엄 원작 / 길벗어린이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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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에 부는 바람. 미셸 플레식스 각색 그림/케네스 그레이엄 원작/이세진 옮김. 길벗어린이. 2025

두더지의 산책, 여행? 이 책을 읽으며 든 생각은, 어쨌든 밖으로 나가야 이야기는 시작된다는 것! 누구를 만나든 어떤 새로운 사건을 마주하든, 그것이 꼭 좋은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어도, 그렇게 세상 밖으로 나갔을 때 예상하지 못할 엄청나면서도 신기하고 재밌는 이야기는 펼쳐지게 된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느꼈다. 그래서 이 이야기는 두더지가 과감하게 집 밖으로 나갔던 그 작은 행동에서 시작되었고, 그 과정에서 만난 많은 친구들이 두더지를 맞아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두더지는 흐르는 물을 바라보면서 지구의 뱃속에서 올라와 망망대해로 흘러갈 그 강이 품고 있는 이야기를 상상했어요.(7쪽)

강을 따라 만나게 된 물쥐, 수달, 두꺼비, 오소리. 이들과 만난 두더지는 뭐든 궁금한 것 투성이였다. 그리고 궁금한 건 꼭 해보았다. 재밌었고 때론 무서웠지만, 친구들이 생겼으니 용감하게 나아갈 수 있었다. 만약 두더지 혼자였다면 이 모든 경험을, 이 모든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없었을 것이다. 여전히 불만 섞인 집안 청소를 억지로 하고 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집안 청소마저도 들쥐와 함께 하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후딱 해낼 수 있었다. 그러니, 혼자 하는 것보다 함께 하는 것이 갖는 힘은 무척 큰 것이다. 물론, 두꺼비가 저지른 일을 뒷수습하느라 이리저리 뛰어다닌 친구들을 보면 더욱 그렇기도 하다.

헌데, 두꺼비가 너무 문제다. 정말, 문제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면서도 스스로 반성은커녕 끝까지 자기 하고싶은대로만 하니, 이 두꺼비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이 이야기가 끝나고난 다음에도 내내 걱정이 줄어들지를 않았다. 죄를 지었으니 당연하게 벌을 받아야 하고, 벌을 받지 않고 또 죄를 지었으니, 그 만큼의 벌을 또 다시 받아야 하는데, 언제나 두꺼비가 정신을 차리고 죄값을 다 받으려는지. 그럼에도 그런 두꺼비를 도와주려는 친구들의 활약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과연, 나라면 그런 친구를 위해 이 정도로 발 벗고 나설 수 있을까. 두꺼비를 위한 마음 하나만으로 달려들 수 있을 정도일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 이야기에서 말하는 친구란, 어느 정도의 친구를 이야기하는 것일까. 많은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물쥐는 두꺼비를 다시 만나 얼마나 좋았던지 두꺼비를 두꺼비이게 하는 모든 잘못, 변덕, 나쁜 점까지도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았죠.
다 용서할 순 없겠지만요.(104쪽)
하! 믿을 수가 없어. 그렇게 고생을 하고도 배운 게 없다니! 뭘 잘했다고 으스대고 있어? 보아하니 넌 여차하면 또 사고 칠 놈이야!
친구들 생각은 안 해? 네가 또 감옥에 가면 우린 어떨 것 같아? 넌 네 친구가 전과자와 어울려 지낸다는 말을 들어도 좋아?(105쪽)

반갑지만 또 쓴소리가 필요할 때는 가차없이 하는 것이 또한 친구였다. 오소리가 당장에 두꺼비의 집을 찾아가려고 했던 것도, 아직 정신을 못 차린 두꺼비를 야단치는 물쥐도 다 같은 마음인 것이다. 친구니까, 친구가 더 나쁜 길로 가지 않도록, 더 이상 잘못을 저지르지 않도록 아끼고 챙겨주고 싶어하는 마음인 것이다. 그런 마음을 조금이라도 두꺼비가 알았다면, 노력하는 시늉이라도 했을텐데 말이다. 두꺼비 주변에는 이토록 좋은 친구들이 많은데, 정작 두꺼비 본인은 스스로 좋은 친구가 되려는 마음을 왜 먹지 못하는 것인지, 답답하고 안타깝기만 했다.

우리가 생활하면서도 주변에 많은 종류의 친구들이 있다. 물쥐같은 친구도 있고, 오소리같은 친구도 있다. 반면에 두꺼비같은 친구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두꺼비를 친구 목록에서 제외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두꺼비의 친구로서 내가 어떤 친구여야할까를 먼저 고민해볼 필요도 있을 것 같다. 내가 어떤 친구가 되어 두꺼비가 함께 할 수 있을 것인가의 답이 찾아지면, 그 다음 두꺼비와의 관계도, 그리고 두꺼비의 행동도 조금은 변화가 있지 않을까.
두더지의 이야기에서 시작해 두꺼비의 이야기로 끝난 느낌이다. 사실은 두더지가 친구들을 만난 이야기에서 두꺼비가 친구들을 만난 이야기로 끝난 것이라고 하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그러니 이 책은 역시, 친구에 대한 이야기가 맞다. 그 많은 모험과 사건들 속에서도 늘 든든하게 이들이 그 다음의 일들을 해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다, 친구 덕분이니까.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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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라라 호랑이 찻집 웅진 우리그림책 140
루미 지음 / 웅진주니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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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라라 호랑이 찻집. 루미 그림책. 웅진주니어. 2025.

호랑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새들이 도망치다니. 호랑이라는 존재가 그만큼 새들에게는 무섭고 공포스러운 존재인가,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존재만으로 주변에 아무도 오지 않는다는 게 얼마나 슬프고 속상한 일일까. 호랑이라는 이름과 겉으로 보이는 외모, 덩치만으로 아무도 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사실이, 호랑이에게는 상처였겠다는 생각이 들어 안쓰러웠다. 모두들 부리나케 도망친 뒤, 괜히 호랑이의 어깨가 더 축 처져 보이고, 외로워보였다. 한두번 당한 것이 아닌 듯 보여 더욱 짠하게 느껴졌다.

"다시 혼자 된 호랑이가 찻집을 지켜."

어쩌면 다들 찻집과 호랑이가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 지독한 편견. 호랑이에게 갖고 있는 선입견. 이 편견과 선입견으로 무조건 호랑이 근처에는 가까이 가면 안 된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진짜 호랑이가 얼마나 찻집과 잘 어울리는지, 아무도 생각해보려하기 전, 당연하다는 듯 호랑이를 위험한 존재로 낙인찍은 것이다. 결국, 그래서 다시 혼자가 되었다. 그 혼자된 마음이 어떨지, 어렵지 않게 상상이 간다. 그 마음의 상처를 어떻게 치유해줄 수 있을까.

"호랑이의 마음이 더욱더 진하게 우러나."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물어보면 되는데. 물어보는 걸 잘 못 하는 성격이다보니, 어쩌면 나였어도 호랑이 가까이 다가가 직접 물어볼 용기를 갖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어보고 제대로 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데. 언제쯤 제대로 볼 줄 알게 될까. 어리석은, 후회가 될 결과를 얻기 전, 미리 물어보고 알아보고, 진짜 위험한지 그렇지 않은지 판단할 줄 알아야하는데 말이다.

호랑이의 진심이 다시 차에 담겨 차향으로 숲에 퍼지면, 그 차향에 담긴 마음을 따라 호랑이에 대한 오해가 풀릴 수 있을 것이다. 그 마음이란 것은 거짓으로 꾸며 만들어낼 수 없고, 또 차에 담긴 향으로 주변으로 퍼져나갈 정도라면, 진짜 '찐'으로 호랑이의 마음이 담겨있을 수밖에 없을 테니, 이 정도라면 호랑이에 대한 생각이 조금은 변하지 않을까.
호랑이의 마음이 찻잔 가득 담기고, 그 마음을 주변의 온갖 새들이 모두 와 마시면서, 이제서야 비로소 호랑이의 마음이 새들에게도 전달될 것이다. 모든 것은 진실된 마음에서 출발하는 것이고, 그 마음을 따라가다보면 자연스레 서로 간의 오해가 풀리며 더 돈독하고 단단한 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호랑이가 새들을 기다리는 마음이지 않을까. 차향에 자신의 마음을 듬뿍 담아 모두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그 마음. 호랑이의 마음을 가만히 따라가보면, 모두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닿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모두의 마음이 같은 마음이 되며 함께 차를 나눠마실 수 있는 마음이 되는 것이다.

진심을 전달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호랑이 같은 존재라면 더욱 그 마음을 이해받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명심할 건, 어설픈 편견과 선입견으로 자칫 오해와 상처를 만들면 안 된다는 것. 호랑이의 마음이 언제까지도 숲속 친구들에게 오래 남을 수 있는, 호랑이의 찻집이 오래오래 운영되었으면 좋겠다. 나도 호랑이의 찻집이 가서 차향 진한 따뜻한 차 한 잔 마실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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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학습자의 사회성 - 친구 사귀기부터 건강한 SNS 활용까지
박찬선 지음 / 이담북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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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학습자의 사회성. 박찬선 지음. 이담북스. 2025.
_친구 사귀기부터 건강한 SNS 활용까지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 만나왔던 아이들 중 몇 명의 얼굴이 떠올랐다. 과연 나는 그 아이들에게 이 책에서와 같은 반응을 보이고 사회성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왔는가 반성해보게 되었다. 만나는 아이들의 연령이 낮아지면서 이와 같은 특성을 보이는 아이들을 더 자주 만나게 되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더 많이 마주하게 된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그래도 나름 한참의 시간이 지났고 지금은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때가 되었음에도, 여전히 지금 만나는 아이 중에도 이런 특성을 지니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 단순히 기질의 문제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아이들의 선천적인 특징이나 성격이 원인이라고 추측하기도 했었다. 혹은 가정에서의 돌봄이 부족해서나 혹은 학교에서의 또래 관계에서의 문제가 그런 성향을 만든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아이들의 행동을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달라지지 않는다고 포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다시 생각하게 됐다.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그런 노력이 지금 아이들을 달라지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사회성을 발달시킬 수 있을까요? 우리는 흔히 사회성이 타고난 성향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사회성은 환경과 상호작용하면서 학습해 나가는 능력입니다. 다른 사람들과 다양하게 어울려 지내는 동안 학습되는 능력이라는 것입니다.(18쪽)

여기서 생각해볼 것인, '학습되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물론 사회성이 사회 생활을 하며 발달된다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학습을 시켜야한다고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리고 '환경과 상호작용'해야한다는 것이다. 이때의 환경이라고 할 때는 공간으로서의 가정이나 학교뿐만 아니라 사람, 즉 같은 또래의 친구와 선생님, 그리고 부모 역시 중요한 환경 요소인 것이다. 그리고 이런 환경과의 상호작용 중 중요한 것이 바로 의사소통일 것이다. 타인과의 의사소통을 어떻게 해나가느냐가 결국 중요한 사회성인 것이다.

마지막으로, 의사 표현의 어려움도 큰 문제입니다. 느린 학습자들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명확히 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습니다. 괴롭힘을 당하는 상황에서도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 말하기 어려워하며, 감정을 설명하는 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이러한 심리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심리적 안정, 자기표현 훈련, 그리고 안전한 환경 조성이 필수적입니다.(159쪽)

결국 원만한 관계를 만들어나가고 위해서는 타인의 의사 표현과 자신의 의사 표현의 의미를 잘 이해하고 명확히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느린 학습자는 이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로우며, 그렇기 때문에 겁을 먹고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다. 이때 제일 중요한 것이 결국, 안심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지 않을까. 어느 장소 누구 앞에서도 자신의 생각대로 표현하고 의사를 분명히 해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되면, 사회성이 조금은 발달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때 선행되어야하는 것이 자기 이해일 것이다. 자신 스스로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어떤 마음인지, 그래서 어떻게 하고 싶은 것인지를 잘 알지 못한다면, 매사 부딪히는 일들이 모두 자신을 공격하고 하지 못하도록 가로막고, 그래서 더 이상 사람들과 어울릴 수 없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아이들과 어떻게 자기 이해를 해나가도록 할 것인가의 질문들이 이 책에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그 질문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모두,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주도적으로 해나가고 또 확인하고 알 수 있도록 해 주는 도움의 질문들이었다. 결국, 사회성 학습도 남들이 이끌어주고 해주는대로 따라가기만 한다고, 많은 경험을 만들어주기만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닌 것이다. 이 모든 것에도 자기 주도성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슬기로운 의사소통입니다. 효과적으로 의사소통을 하려면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태도,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명확히 표현하는 능력, 그리고 갈등을 긍정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반복적인 연습,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며 표현하는 연습, 그리고 다양한 해결 방법을 고민해 보는 과정이 쌓일수록 아이들은 성숙한 방식으로 갈등을 해결할 수 있게 됩니다.(109쪽)

연습! 연습을 해야 한다. 연습을 통해 지금까지 부딪혔던 문제들을 해결해나갈 수 있는 힘을 길러줘야 한다. 그 힘이 단기간에 쉽게 길러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누구 한 명의 힘만으로도 불가능할 것이다. 모두가 같은 마음과 목소리로 현실의 갈등에 지지 않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이 아이들을 잘 알고 관심을 기울이는 것부터 시작해야할 것이다. 그리고 도움이 될 수 있는 말이 무엇일지에 대해서는 잘 확인해두어야겠다. 언젠가 이 아이들의 사회성을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때까지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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