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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 - 제20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 ㅣ 문지아이들 179
김지완 지음, 경혜원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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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온. 물론 이 세상에 유일한 딱 하나뿐인 이름은 아니지만, 이름이 있고 없고 또는 이름을 누군가가 불러주고 그렇지 않음에는 큰 차이가 있다.
"유니온. 인간이 이름을 지어 준다는 건 쉽게 지나치지 않겠다는 뜻이야."(12쪽)
맞는 말이다. 인간은 애착이 가는 물건에도 이름을 붙여 부른다. 이름이란 것이 참 신기한 힘을 갖고 있어서, 이름을 붙여 부르는 순간 함부로 사소하게 여길 수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더 애정을 갖게 되고 소중히 다루게 된다. 조금의 흠집이라도 생기면 마음이 아프고 속상해진다. 이건 내 것에 대한 소유욕의 차원이 아닌, 진심으로 마음을 다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니 유니온은, 인간들에게 있어 그만큼의 의미를 부여받은 소중한 존재인 것이다.
분명 지금의 시대는 변화하고 있다. 앞으로의 시대는 그런 변화를 반영한,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사회가 될 것이다. 그런 사회에 존재하는 공항의 안내 로봇은 단순히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기계이기만 하진 않을 것이다. 또한 다른 유니온들에 비해 '유니온 2호'는 안다오의 말처럼 따뜻한 영혼이 있는 로봇이기까지 하니까 말이다.
"대신에 네게는 영혼이 있어. 알고 있니?"(50쪽)
"그래서, 저 유니온의 어떤 색깔과 모양의 영혼을 가졌나요?"
"아주 강렬하고 다채로운 색깔이라거나, 아주 차가운 색깔일 거라고 짐작했었어. 그런데 의외로 연한 분홍색을 띠고, 꼭 커튼처럼 살랑살랑 나부끼는 형태야. 신기하지 않니? 네가 그런 따뜻한 영혼을 가진 존재라는 게."(64쪽)
생각해보면, 내가 어떤 색깔과 모양인지를 나 스스로 알아채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반대로 다른 이의 눈에 색깔과 모양이 더 잘 보이는 듯하다. 그래서 가까운 누군가의 눈에 비춰지는 나의 모습이 내가 알고 있는 나의 모습보다 더 정확해 보일 때가 있다. 하지만 이건 엄연히 누군가의 눈에 비춰진 나의 모습일 뿐이다. 진정한 나를 알아채는 것은 분명, 자신이 스스로 해내야 할 숙제일 것이고, 이 숙제를 끝내고 나면 자신이 원하는 모습의 자기 자신이 되어 있을 것이다.
유니온은 제인과의 만남 이후 스스로 자신의 색깔과 모양을 바꾸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제인과 차크라마 섬에 대한 궁금증에서 시작되기는 하였지만, 이 궁금증은 자기 자신에게 향하는 질문과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제인이 차크라마 섬을 찾아 떠났던 여행은 곧 유니온이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 보냈던 시간들과 다르지 않았다. 결국 스스로 자신이 어떤 방향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가를 찾았고, 그 찾은 답을 통해 다시 줄라이 공항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즐겁고 안전한 여행은 바라지 않아. 나는 즐겁고 위험하고 싶어."(30쪽)
"당신의 여행이 당신이 원하는 모양이길 바라요."(83쪽)
어쩌면 정해져 있는 대로 말하고 움직이는 것이 더 편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유니온 2호는 의문을 가졌고 생각했고 스스로 자신만의 답을 찾았다. 그리고 그렇게 찾은 답은 다시 다른 이들에게 또 다른 질문이 되어 스스로 답을 찾아 나가는 데 도움을 주었다. 여행이 늘 즐겁고 안전할 수는 없다. 이것은 우리의 삶과 같다고 생각한다. 즐겁지도 않고 또 안전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정해져있는 대로가 아닌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 나가는 삶이란 오히려 위험한 것이 당연할 수 있다. 한번도 가본 적 없는 길, 해보지 않은 일, 그리고 살아보지 않은 미래의 시간들은, 당연히 즐겁고 안전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그런 위험을 알기에 더욱 더 가보고 싶은 것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제인이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아 나섰던 여행에서 얻은 유니온 2호의 답인 것이다.
유니온 2호가 그립다. 티미도 그립고 안다오도 궁금하다. 지금쯤 다들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자기 자신에 대한 답을 찾은 뒤 싱긋 웃고 있을지. 어쨌든 안전하려고만 하는 여행은 하지 않고 있을 것은 분명하다. 유니온 2호와 티미가 만나 그동안의 이야기와 생각을 주고받으며 의젓해진 모습을 상상해본다. 즐거운 상상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