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점점 보이지 않습니다 - 삶의 감각으로 이야기한 장애의 세계
앤드루 릴런드 지음, 송섬별 옮김 / 어크로스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점점보이지않습니다 #앤드루릴런드 #어크로스 #크로스리뷰 #나는점점보이지않습니다X나는꿈을코딩합니다 #서평단 #서평 #책추천

'눈멂'. 이 책을 읽으며 유독 이 단어에 시선이 오래 머물렀다. 생각도 많이 한 것 같다. 어떤 의미일까, 어떤 느낌일까를 오래 되물었던 것 같다. 저자는 서서히 자신이 실명될 것이라는 사실을 품고 오랜 시간을 살아가고 있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서서히 줄어드는 시야를 통해 자신에게 다가올 이후의 삶을 내내 끊임없이 생각하며 살 수밖에 없는 삶이었다. 과연 이건 저자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 걸까. 점점 시력을 상실하게 된다는 것을 사는 내내 인식하고 또 적응하며 살아야 하는 삶이 무척 힘들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경험해보지 못했고 또 잘 알지 못하면서 함부로 말하면 안 되지만, 내내 자신의 시력에 대해 한 순간도 벗어나지 못한 채 삶을 살아내야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로 다가올 것인지, 그래서 어떤 기분과 느낌일 지에 대해 솔직히, 짐작도 어려웠다.

"낱알 하나에 또 낱알 하나." 클로브는 대사를 잇는다. "한 번에 하나씩, 그러다 어느 날, 별안간 무더기가 되는 거야." 이 대사가 암시하는 고대 그리스의 무더기라는 모순이 나로선 점진적 시력 상실이라는 모순적 경험을 설명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 되었다.(376쪽)

다만, 저자는 꽤 진지하고도 유연하게 자신의 시력에 대해 또 사랑과 가족에 대해, 그리고 장애에 대해 차분히 숙고하여 말할 수 있을 경지에 도달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이 무척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부터 책을 읽어나가면서 뭔가 다급하거나 무척 중요하니 꼭 알야아한다는 듯한 긴장감이 전혀 없었다. 그저 저자가 차분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이것이 이 책을 천천히 읽어나갈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할 것 같다. 무엇 때문이라고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어도, 이 책을 천천히 한줄 한줄 읽어나가다보면 오히려 마음이 안정적으로 가라앉는 기분이 들어 애써 책을 열심히 읽어내겠다는 부담 없이도 스르륵 책장을 넘기게 되는 책이었다. 만약, 비장애인 중심의 사고방식으로 장애인을 바라보는 입장의 마음을 고수하고 있었다면 내내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으로, 불쌍히 여기려는 마음이 생겼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마음보다는 오히려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시각장애와 그 외 장애에 대한 생각을 곱씹게 만들어주는 느낌이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장애를 한 사람의 삶에 나타난 특별한 현상이 아닌, 우리 삶에서 자연스럽게 녹여 생각해봐야 할 하나의 상황으로 인식이 되었다. 이게 바로 이 책이 갖고 있는 장점인 것 같다.

결국 나는 눈먼 이들의 세계와 시각 세계를 구분하는 것은 타고난 차이보다는 낙인과 오해로 이루어진, 대체로 피상적인 것임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이 눈멂에 대해 가진 잘못된 인식, 즉 두려움, 폐소공포, 유아화, 근본적인 타자성의 장소라는 눈멂의 이미지를 없앨 수 있다면 우리 앞의 풍경은 무척이나 다르게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눈먼 자들은 우리의 세계에, 우리도 그들의 세계에 속한다. 그 세계는 하나이므로.(385쪽)

이 책을 다 읽고나서야 비로소 눈멂의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노력이 나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눈멂이란 단어가 눈에 밟혔던 것은 어쩌면 이런 이미지에서 나는 아직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 한 권으로 우리의 세계가 하나라는 것을 실질적으로 체득할 수 있을 것을 기대할 수는 없다. 다만, 이 책이 이런 인식을 만들어 낙인과 오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니 책 읽기를 계속하는 수밖에 없다. 계속 읽으며 내 안에 내재되어 있던 잘못된 생각의 뿌리를 뽑을 수 있는 힘을 키워야한다. 이 책을 읽으며 나도 저자와 같은 단단한 마음이 필요하고 또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객관적 시야를 확보할 필요가 있음을 깨닫는다.

함께 살아가면서 릴리가 서서히 사소하고 불편하지만 중요한 제스처를 하기 시작할 때 나는 이런 역동성이 릴리 안에서도 움트는 것을 본다.(...) 그 모든 것이 사랑의 행위다. 그리고 사랑이란 애초부터, 언제나, 자립을 내려놓는 행위였다.(267-268쪽)

사랑. 이 책을 종합하여 한 단어로 이야기한다면 결국 모든 것은 사랑의 행위로 귀결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덕목. 서로가 서로의 든든한 지지자가 되어줄 수 있게 만드는 가장 근본적인 마음이 곧 사랑이지 않을까. 이건 꼭 장애라는 단서를 붙이지 않더라도 우리의 삶 그 자체에 모두 해당되는 부분이다. 그러니, 이 책은 사랑에 대한 책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꿈을 코딩합니다 - 시각장애인 개발자 서인호의 세계를 향한 도전
서인호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꿈을코딩합니다 #서인호 #문학동네 #크로스리뷰 #나는꿈을코딩합니다X나는점점보이지않습니다 #서평단 #서평 #책추천

장애인에 대한 이해 교육을 매년 듣는다. 종종 장애 학생들과 마주하게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에게 어떻게 먼저 다가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어렵다. 조심스럽고 한편으로는 두려운 것이 솔직한 마음이기도 하다. 내가 어떻게 하는 것이 진짜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내가 저자를 마주하게 되었다고 가정했을 때, 과연 나는 어떤 모습으로 저자를 대했을까 생각해보게 됐다. 그동안 내가 잘못된 편견이나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닐지 되돌아보게 되기도 했다. 혹여라도 내가 어리석은 말과 행동을 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 생각을 가다듬게 됐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마저도 내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구분하여 생각하는 것의 다름 아니다. 여전히 잘못된 편견으로 선을 긋고 나누어 구분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 비장애인은 장애인에게 도움을 주어야만 하는 것처럼 구분짓고 있는 것이다. 정말 무지한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인 것이다. 이런 마음을 갖고 있었다는 것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특히 저자 앞에서는 더욱!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꿈을 향한 도전과 용기는 장애의 유무에 따라 좌우될 수 없음을 강하게 깨달았다. 저자의 삶의 방식 중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특징은 바로 도전하는 것이었다. 무엇이든 겁을 먹고 뒤로 숨기보다는, 경험을 해보는 쪽으로의 선택을 과감하게 했다는 것. 그런 시도를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또한 쉽게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나아갈 방향을 향해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는 것에 놀랐다. 하지만 이건 어찌보면 이 사회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 나가야 하는 우리 모두가 해내야만 하는 덕목과 다르지 않다. 세상은 내가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얻을 수 있는 곳이 아니고, 나의 자리를 확고히 하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각박한 곳인것 만은 사실이니까. 어느 한 곳에 안주할 수도 없고 또한 어느 곳에 확실한 나의 자리가 마련되어 있는 안락하고 편안한 곳도 아니다. 그러다보니 어느 것 하나 도전하고 여러 번의 좌절 또한 감수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게 생각하다보니, 저자의 이야기가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지금 청년들이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고 도전하는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쉽지 않지만 하고자 하는 길을 위해 새로운 방법을 찾아 나아가고자 하고, 또한 그 나아감에 있어 어려움은 어떻게 극복해 나가야만 했는지를 솔직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세상의 흐름은 변하였고, 그런 변화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고 앞서 나갈 줄 아는가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면, 그런 시대에 적응하기 위함은 이 시대를 살아내고 있는 청년들의 공통된 모습일 것이다. 그런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 저자의 삶을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이 시대의 청년들의 노력과 똑같다고는 할 수 없다. 분명 저자만의 더 많은 노력과 더 큰 좌절과 또 그 모든 것을 이겨내고 다시 일어서려는 더 강력한 용기가 있지 않고는 지금이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건 확실히 해야할 것 같다.

솔직한 마음을 덧붙이자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읽었다. 나라면 과연 저렇게 살아낼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놀랍고 또 멋졌다. 물론 지금도 자신의 삶을 꾸준히 설계하며 자신의 꿈을 향해 계속 도전하는 삶이 무척 아름답다. 쉽게 좌절할 수도 있었을 텐데도 절대 그냥 포기하고 굽히지 않는 태도가 저자를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책 한 권으로 엿볼 타인의 삶은 어쩌면 짧은 문장 몇 개로 서술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 짧은 문장 안에 얼마나 많은 시간과 고난이 담겨 있었을 것인지, 보지 않아도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짐작이 가능하니, 저자의 이야기가 더욱 놀라울 수밖에.
자신의 꿈을 코딩해 나가고 있는 지금 현재, 이 시간을 포함해 앞으로의 모든 순간들을 응원해주고 싶다. 실패의 경험보다 성공의 경험을 더 많이 쌓아 나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고 싶다. 더불어 저자와 같이 자신의 꿈을 향해 도전해 나가는 청년들 모두에게, 파이팅!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불온한 공익 - 왜 어떤 ‘사익 추구’는 ‘공익’이라 불리나
류하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불온한공익 #류하경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9기 #서평단 #서평 #책추천

#불온하다 : (1) 온당하지 아니하다. (2) 사상이나 태도 따위가 통치 권력이나 체제에 순응하지 않고 맞서는 성질이 있다.
#공익 : 사회 전체의 이익
#사익 : 개인의 이익

국어사전을 찾았다. 불온하다, 공익, 사익. 정확한 사전적 의미를 알고 이 글을 생각해봐야할 것 같았다. 그래서 찾은 뜻으로 단어들의 조합이 어떤 의미인지 풀어보면, <불온한 공익>은 "온당하지 않은 사회 전체의 이익"이란 뜻이다. 혹은 "사상이나 태도 따위가 통치 권력이나 체제에 순응하지 않고 맞서는 사회 전체의 이익"이 되거나. 여기서부터 고민이 들었다. 이 제목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공익 분명 사익과 반대의 의미를 가진다. 두 단어를 대비하여 생각할 때 어느 누구든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사익보다는 공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익광고(기업이나 단체가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광고)'도 있는 게 아닐까. 이때 공익광고의 공익이 앞서 찾은 공익과 같은 단어다. 그렇다면, 우린 공익을 위한 사회여야 한다는 거다. 많은 사람들에게 그렇게 하자고 광고까지 하는 거니까. 사회적으로 옳은 방향이라는 거다.
그렇다면, 이 책의 제목은 역설이다. 불온과 공익이 상충된다. 사회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공익이지만, 온당하지 않고, 특히 권력이나 체제에 맞서는 공익이라는 거다. 얼핏 보면 무슨 소린가 싶긴 한데, 이 책을 다 읽은 입장에서 본다면, 결국 우리 사회가 공익이란 이름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권리와 자유과 힘을 빼앗고 살아가도록 힘을 쓰는 사회인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 공권력, 공무 또는 행정, 그리고 법이라는 이름으로 무척 강력하게 사회를 좌우하고 있다.
그러니 이쯤에서 부제를 다시 읽어보면 이제 어느 정도 감이 온다. '사익 추구'가 '공익'이 되는 이야기. 개인의 이익이기는 하나 사실은 우리 모두가 지켜줘야하는 사익. 다수와 소수로 나누었을 때 다수가 늘 옳은 것이 아님을 우리는 안다. 다수에 따라 소수가 얼마나 많은 고통 속에서 삶을 살고 있고 많은 것들을 개인이 감수하며 살아가야 하는지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저자가 사익을 위해 변호하는 삶을 살고 있음도 이해가 되는 것이다.
언젠가 사회적 부당함과 불공평, 편견과 차별, 그리고 혐오 등과 관련하여 책을 읽고 공부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결국 법을 공부해야한다(학교 다닐 때 공부 좀 더 열심히 해서 법대 갈 걸_로스쿨이라도...)는 결론을 내린 적이 있다. 법이라면 그나마 이 사회를 제대로 바꿀 수 있는 힘이 있을 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또 그게 다는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오히려 법의 전투에서 지고 좌절하고 때론 한계에 다다르게 되는 과정이, 밖에서 보던 법의 세계와 또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법도 쉽지 않구나, 저자의 어려움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는 마음이 생겼다.
저자가 이런 책을 쓰고, 우린 또 굳이 이런 책을 찾아 읽고, 생각하고 쓰고 대화하면서, 우리 사회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 것인가의 방향을 잃지 않는 것이 우선은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당장에 이 책 한 권 읽었다고 사회가 우리가 원하는 쪽으로 움직여주지는 않을 테니까. 다만, 방향성을 놓치지만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일찌감치 포기하는 것과 그럼에도 한발 더 나아가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저자와 같은 분들이 계속 생각을 멈추지 않고 움직여주는 것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든다. 내가 직접은 못 하더라도, 저자의 행보를 응원해주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뜻을 지지하고 우리 사회가 바르게 나아갈 수 있는 길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으니까. 이런 이야기를 좀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나누어 공론화될 수 있으면 좋겠다. 결국, 많은 사람들의 의견과 뜻이 모이는 것이 중요한 것이니까. 아파트 주민들이 먼저 움직였던 것처럼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버티다 보면 괜찮아지나요? - 나를 지키며 성장하고 싶은 직장인을 위한 마음 상담소
황준철 지음 / 저녁달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버티다보면괜찮아지나요 #황준철 #저녁달 #서평단 #서평 #책추천

상담은 아이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어쩌면 어른들이 먼저 상담을 통해 마음을 치유하고, 그런 치유된 마음이 있어야만 아이들과 다시 상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우선, 내가 마음의 여유가 없으면 주변이 잘 보이지 않으니까. 내 감정과 마음에 휘둘리느라 주변을 살필 여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이럴 때, 어른이니 무조건 참으면 돼, 라고 쉽게 생각하다가는 그 마음에 끌려다니게 될 수도 있다. 그건 정말 피해야할 일. 그러니 어떻게든 내가 내 마음을 조절할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내 마음에 쉽게 굴복당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마음을 내가 먼저 잘 알아야 한다. 당연하다. 내가 내 마음도 잘 모르면서 아무렇지 않으려고만 해서는 안 된다. 그러니 내 마음을 잘 들여다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너무 모든 것을 다 잘하려고, 완벽하려고 하는 강박에서 벗어나야 한다. 계속 이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 맞는 고민들에 시선이 오래 머물렀다. 혹여라도 나의 경우와 대응시켜 얻을 수 있는 조언이 나오지 않을까 싶은 마음으로.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점을 기억하세요. 중요한 건 당신 스스로가 당신의 가치를 인정하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길을 걸어가는 거예요.(64쪽)

누구라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싫은 소리 듣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사람의 말을 신경쓰지 않고 지낼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을 것이다. 내가 가려는 길을 그저 소신껏 가는 것이 필요한 것은 너무도 잘 알지만, 그렇게 마음을 먹는 것이 더 어렵기 때문에 이 말이 쉽지는 않았다. 일이란 나 혼자만 잘해서 끝낼 수 있는 건 많지 않으니까.

뒷담화는 때로는 권력의 통제와 심리적 투사의 목적으로 사용됩니다. 뒷담화는 일종의 정보 교환이며, 정보는 곧 권력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정보를 기반으로 타인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상황을 통제하려는 욕구가 뒷담화에는 담겨 있습니다.(121쪽)

흔히 직장생활을 하면서 뒷담화 한 번쯤 안 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결국 공통분모 속의 누군가를 대상으로 하는 뒷담화를 쉽게 하곤 한다. 그리고 이런 때 과연 나는 뒷담화를 열심히 함께 하는 사람이 될 것인지 귀를 닫고 흘려듣는 사람이 될 것인지, 잘 생각하고 판단해 행동해야 한다. 이건 단순히 하고 안 하고의 문제를 떠나,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유지할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또한 권력, 영향력의 단어가 결합되는 순간 더 쉽지 않은 문제가 되기도 한다. 경험상, 이런 경우는 너무 흔하다.

너무 맞는 얘기들이라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하지만 생각처럼 마음이 움직여주지 않을 때가 많다. 결국 연습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한번에 내 마음이 바로잡힐 수는 없다. 꾸준한 연습. 나 스스로에 대한 마음 지키기가 꾸준히 이루어져야할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풍날 웅진 우리그림책 122
김규하 지음 / 웅진주니어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풍날 #김규하 #웅진주니어 #웅진주니어티테이블 #서평단 #서평 #그림책추천

소풍과 김밥은 서로가 참 잘 어울리는 짝꿍이다. 소풍에 김밥이 빠지면 서운하고, 김밥에 소풍이 함께하면 말 그대로 행복이다. 아무 날도 아닌데 김밥을 싸면, 어디 놀러가는 느낌이 드니 말이다. 김밥을 먹는 것만으로도 소풍의 기분을 낼 수 있다는 건, 우리의 마음 속에 김밥이 자리하고 있는 너무나도 행복한 추억 때문이다. 그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그림책이었다.
하지만 추억만 되살리는 그림책은 아니었다. 어쩜 이토록 재밌고 유쾌하게 김밥의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절로 웃게 되는 그림책이었다. 나도 밥풀이를 비롯해 다른 친구들과 함께 김밥 싸기에 동참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으니, 이건 김밥이 목적이 아닌, 함께 놀아보자는 의도가 더 강했다. 그리고 이 놀이는 무척이나, 재밌어 보였다.

언젠가 내가 하려는 활동을 다른 사물에 비유해 본다면 무엇에 비유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에, '김밥'이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 김밥은 맛있고 든든하고 간편한 식사가 가능한 장점도 있지만, 어떤 재료를 넣는냐에 따라 각각 무척 개성있는 김밥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장점도 있기 때문이다. 획일적인 무언가가 아닌 누가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제각기 다른 김밥이 완성될 수 있다는 것은 같은 김밥이지만 절대 같지 않은 김밥이라는 재밌는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어 매우 흥미로웠다.
이 그림책의 김밥도 그렇다. 어떤 냉장고 속 재료가 이 놀이에 함께 하느냐에 따라 모두 다른 김밥이 만들어진다. 그러니 이 놀이는 매일 달라질 수 있고 달라질 때마다 새롭게 재밌을 수밖에 없다.

다만, 최근 읽은 책에서 사람은 사람의 입장으로 다른 사물을 바라보기 때문에 사물을 인격화하는 것이 익숙하고 자연스럽다는 글을 읽었다. 이 그림책의 각종 김밥 재료들이 인격화되어 함께 힘을 합쳐 김밥으로 완성되는 과정에서 살짝, 이 재료들이 모여 하나가 된 김밥을 과연, 나는 먹을 수 있을까, 먹어도 될까, 하는 생각을 살짝 했다. 각 재료들이 하나하나 김 위에 올라가 차례대로 누울 때, 김발에 싸여 돌돌 말릴 때, 그리고 슉슉 서걱서걱 썰릴 때, 썰린 김밥이 도시락통에 담길 때, 먹는 상상을 하게 됐다. 어떻게, 먹지? 너무 지나친 몰입이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나서 다시 <소풍날> 표지로 돌아오면, 밥풀이들과 당근, 계란이 도시락에 담아온 김밥을 꺼내 먹고 있다. 초록초록한 들판에 체크무늬 돗자리, 주변은 꽃들이 피어 꽃잎이 날리고 있고, 당근이 불고 있는 비눗방을이 하늘로 날아 오르며 퐁퐁 터지고 있다. 한적하고 평온한 소풍날, 싱그럽고 따뜻한 오후에 직접 싸서 담아온 김밥을 꺼내 먹는 기분이란, 말하지 않아도 아는 그 느낌이다. 부럽다. 나도 김밥 싸서 소풍가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