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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차별 - 그러나 고유한 삶들의 행성
안희경 지음 / 김영사 / 2025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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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차별>이란 제목이 공격적으로 들렸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들인데도, 이렇게 단정지어 말하니 감정을 찌르는 느낌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생각했다. 왜 사람들은, 아니 인간들은, 인간들을 '나'를 기준으로만 판단할까. 이건 생존 본능일까, 아니면 그렇게 습득한 결과일까. 어쩌면 그렇게 습득하도록 짜여진 구조물이 인간인 것은 아닐까도 생각해봤다. 그만큼 인간의 판단과 기준, 편견과 차별, 의식과 가치관이 무서울 정도였다.
제일 무서운 것은, 나도 모르는 사이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이 누군가를 겨냥한 차별의 언어라는 것이다. 나는 차별하지 않는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흔히 또 별 생각없이 쓰던 말들이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을지, 그에 대한 생각조차 하려는 마음이 없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결국 비효율적으로, 자신이 직접 당해보지 않으면 결코 알지 못한다는 것이, 인간의 너무도 단순하고 어리석은 지점인 것이다.
몰라서 그랬다고 하면, 알기만 하면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알고도 그런 차별을 공공연하게 하기도 한다. 은연중에 내비치는 차별도 있다는 것이다. 나는 너와 다르다, 다른 부류이니 나한테 잘해라, 내가 너보다 위다, 내가 하는 것이 다 옳다 등을 표내고 싶어 모르는 척을 가장하여 마음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다. 이게 모르는 것보다 더 무서운, 인간인 것이다.
상대를 이루는 '존재의 성질'을 어디에 하나로 묶지 않으려는 자세. 상대를 고유함 그 자체로 새로이 받아들이는 느린 마음이다.(45쪽)
모든 것의 시작은 여기에서 출발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나는 A, 너는 B, ...... 그리고 나머지는 다 Z, 이런 식으로 구분하고 이름을 붙이려고 든다면, 그 기호 안에 사람들을 억지로 욱여넣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욱여넣는 것 자체가 차별인 것이다. 무척 단순하다. 그렇다면 여기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굳이 이름을 붙이고 싶다면 이 세상의 사람들을 구분하려는 구분 기호가 끝도없이 만들어지면 가능하다. 하지만,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이미 사람에게는 그 부분 기호가 있는데. 김춘수의 '꽃'이란 시에 나온다.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라고. 각 사람의 이름이 곧 구분하려는 기분 기호인 것이다. 바로, 각 사람의 '고유함'을 있는 그대로 봐주면 된다. 인정하면 되는 것이다. 이 인정이 그리도 어렵나?
한 공간에서 사람에 대해 생각하고, 다른 공간에서 아내를 생각하고, 또 다른 공간에서 이주노조에 대해 생각하는 저를 마주했습니다.(...) 사람 속에 주머니가 늘수록 생각과 표현이 다양해집니다. 슬픔을 느낄 때, 내 안의 어느 주머니에서 생각을 꺼내 극복할 수 있고 또 다른 사람한테 나누어줄 수도 있어요.(175쪽)
어쩌면 하나의 주머니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자기 주머니 안에 넣지 않으려 발버둥치는 것이 차별인 건 아닐까 생각해봤다. 많고 다양한 생각의 주머니를 갖고 이런 저런 경우일 때마다 각기 다른 주머니를 꺼내어 생각한다면, 각 주머니별로 담아낼 수 있는 이야기는 더 많아질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의 주머니들이 쌓여 '고유함'을 볼 줄 아는 나를 만들어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많은 생각의 주머니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위한 새크라멘트 분향소를 만들면 좋겠어요."(220쪽)
함께 준비하는 가운데 사회에서 받은 불신과 상처가 위로받기 시작했다고.(223쪽)
사람이 어리석어, 자신이 경험해보지 못한 것은 알지 못한다면, 기꺼이 경험해보면 된다. 말을 하고 실천해보면 알게 된다. 무엇을 위한 것인가를. 누군가를 위한다고 한 것이 결국은 자신을 위한 일이 될 수도 있고, 함께 한다는 것 안에서 서로가 얽혀있는 사회의 연결망과 연대를 확인할 수 있다. 그 안에서 우리가 어떤 생각의 주머니를 갖고 살아가면 좋을지, 그 생각의 주머니를 키우고 새롭게 만들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때는 내가 머무는 그곳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 나와 남이 레드우드 잔뿌리가 엉키며 지탱하듯 서로 얽히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240쪽)
우리는 모두, '얽히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