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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폴라 일지
김금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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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년 전의 이야기였다. 작년 이맘 때쯤 작가는 남극에 있었구나. 그리고 그 남극을 작가는 자신만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또 더 많은 시선들로 옮겨 전달하고 싶었을 것이고, 우린 그 시선들을 가만히 따라가며 다시 남극의 경험할 수 있었구나. 작가의 남극 생활을 따라가다보니, 한 자리에서 읽기 시작해 끝을 봤다. 이렇게 읽기가 쉽지 않은데, 한번에 끝까지 다 읽어버렸다.
"남극에 최소한의 자취만 남기는 게 과학자들의 룰이거든요."(277쪽)
이전에도 북극이나 남극 관련 책은 종종 읽었었다. 내 전문 영역이 아니어서 과학자들의 연구와 생활이 어떤 내용과 의미를 갖고 있는지 다는 알지 못하지만, 그들이 묵묵히 해나가고 있는 삶이 어떤 가치를 담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익히 잘 알고 있다. 기를 쓰고 비닐 봉지 하나를 놓치지 않으려 달려나가는 모습만 보더라도, 과학자들이 갖고 있는 신념이 얼마나 대단하고 철저한 지에 대해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까지 노력하는 이들의 마음이 무척 감동적이었다.
강사는 과학 연구를 목적으로 한 방문이라도 우리의 발자국은 남극에 남는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현재 남극에서는 미세플라스틱 농도가 증가하고 있는데 체류 인원들이 사용하는 치약, 샴푸, 화장품, 샤워젤 같은 일상용품이 원인 중 하나라고 했다.(19쪽)
이 부분을 처음 읽고 시작했던 거라, 어쩔 수 없이 이 생각에서 벗어나 책을 읽을 수가 없었다. 결국, 이 지구상 어느 곳도 인간의 흔적이 닿지 않는 곳은 이젠 없구나, 하는 씁쓸함도 함께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궁금해졌다. 과연 이 연구는 누구를 위한 어떤 목적의 연구들인 것일까. 정말, 이곳의 환경을 해치면서까지 하는 연구는 과연, 지구를 위한 것인지 인간을 위한 것인지.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의 시선으로 모든 사물과 동식물을 바라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어느 책에선가 읽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인간은 사물에도 이름을 붙이고, 사물을 마치 살아있는 인간과 같이 취급하기도 한다고. 그래서 이 책에서도 남극의 펭귄들이 인간들에 대한 인상을 마치 사람처럼 생각하고 말할 것 같다는 상상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렇게 때문에 더욱 생각해보고 싶은 것이다. 남극의 변화에 대해서.
그건 남극의 아직 '되어가고' 있는 장소라는 증거다. 완전히 동결된 땅이 아니라 언제든 변화를 일으킬 에너지를 간직하고 있는, 그렇게 해서 지구의 미래를 조정해 가는 뜨거운 대륙.(229쪽)
작가가 어쩌면 우리에게 답을 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남극은 결국, 우리 지구의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여전히 살아있고 변화 가능한 힘을 내포하고 있는 곳이라고. 그래서 우리는 더욱 남극에 집중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곧 지구를 위하고 또 그 안에 살고 있는 모든 생명을 위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또한 작가가 말한 '공동생활'도,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삶의 힌트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연대하고 협력하는 과정에서 공생은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남극은 이런 답들을 우리에게 주는 곳이기도 한 것이다.
읽기 전에는 이 책이 펭귄에 대한 이야기일 줄 알았다. 하지만 틀렸다. 이 책은 남극의 사람들에 대한 책이었고, 우리의 삶에 대한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