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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여자, 축구 - 슛 한 번에 온 마을이 들썩거리는 화제의 여자 축구팀 이야기
노해원 지음 / 흐름출판 / 2024년 6월
평점 :
스포츠를 즐겨 보거나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특히 남성 중심의 스포츠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어 웬만하면 좋아하지 않으려는 반발심도 갖고 있다. 그런 면에서 '축구'는 단연 남성 스포츠로 인식되는 대표적인 종목이었다(물론, 나는 이미 김혼비의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를 읽었고, '골 때리는 그녀들' 프로도 본 적이 있다. 우리나라 여자 축구 선수인 지소연 선수도 익히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마치 남섬들이 향유하는 스포츠에 끼어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어, 이들의 이야기가 조금은 씁쓸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나는 여자 운동인을 사랑한다!).
축구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하지만 저자처럼 이 재미있는 걸 왜 남자들만 하라고 했는지 의문을 가져본 적은 있다. 학창 시절 체육 시간에 딱 한 번! 무슨 일인지 조금 덥고 습한 날의 체육 시간이었는데, 체육 선생님이 축구공을 가지고 와서는 축구를 하라고 하셨다. 여고에서의 축구라니. 처음에는 조금 의아했고, 축구가 뭔지도 모른 채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 열심히 축구를 했다. 사실은, 축구를 했다기 보단 우루루 몰려다니고 깍깍 소리를 지르며, 공만 열심히 쫓아다녔다. 그런데, 그렇게 공만 열심히 쫓아다니면서 계속 웃음이 났다. 이거 뭐지? 공이 발에 닿아도 닿지 않아도, 공은 제멋대로 돌아다니고 우리는 더 제멋대로 돌아다녔지만, 전혀 지치지도 않은 채 내내 깔깔거리며 뛰어다녔다.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물론, 그 처음이 다였다. 그 이후 체육 시간엔 줄넘기나 테니스 같은 종목을 연습해 수행평가를 보기만 했지, 다시 축구공을 쫓아다닌 기억은 없다. 그리고 그 기억마저 잊고 살고 있었다. 이렇게 여자 축구가 인기가 되고 연예인도 일반인도 축구에 빠져 살 수 있다는 것이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기 전까지는. 그리고 지금에서야 나도 예전에 그랬던 첫 경험이 있었다는 걸 떠올리게 되었다.
반반FC. 처음엔 치킨 얘긴가 싶었다. 강아지 이름으로 팀 이름을 결정했다는 맥락 없는 이야기마저, 말 그대로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시골, 여자, 축구'팀 답다는 생각을 했다. 어찌보면 이 세 조합이 찰떡처럼 잘 어울리는 조합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각 단어 사이에 쉼표를 찍어주었나 싶은 생각도 살짝.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없는 단어들 사이에 휴지를 주기 위한 의도였을까. 하지만 그리 오래 쉬지 않아도 이 단어들 사이에 긴밀한 연결고리가 숨어 있다는 생각도 든다. 시골의 마을 공동체, 그 공동체 안에서의 끈끈한 연대, 그 연대가 만들어내는 팀워크, 축구에서 빼놓으면 안 되는 제일 중요한 요소가 팀워크, 그런 팀워크를 살리는 데 최적이 바로 여자! 그래서 이 세 단어는 각각이 독립적이면서도 또 함께 어우러졌을 때 그 시너지가 커질 수 있을 것이다. 마치, 반반FC의 이들처럼.
그래서, 이제 와서, 나도 동네 여자 축구팀이 있다면, 혹은 생긴다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살짝 들기도 한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공만 열심히 쫓아다니며 숨 넘어갈 듯 웃으며 뛰고 땀흘렸던 학창시절의 기억을 되살려, 열심히 뛰어봐도 좋겠다는 생각. 이 나이에 체력도 바닥이라 저녁만 되면 약먹은 병아리마냥 꾸벅꾸벅 졸아도, 속 시원하게 한번, 그것도 '함께' 뛰어보면 좋겠다는 생각.
자꾸 사람을 꼬시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