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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어마하게 멀리서 온 마음 ㅣ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탁경은 지음 / 우리학교 / 2024년 6월
평점 :
제목이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과연 얼마나 멀리서 온 마음이길래 '어마어마하게'라는 수식어가 붙었을까. 어떤 마음이면 그 멀리서부터 온 걸까 궁금했다. 소설을 읽으면서 그 멀리 우주에서 날아온 운석을 말하는 걸까, 그 운석이 어떤 마음을 안고 왔다는 뜻일까, 그렇다면 이 소설을 우주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SF인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읽었다. 결론은, 그렇게 아주 멀리서부터 우리한테까지 왔어야만 했던 마음인 것만은 확실하다는 거다. 운석을 찾아 갔던 이 아이들의 마음이 사실은, 그 '어마어마하게 멀리서 온 마음'이었구나 하고 깨달았다. 그 마음을 알아채는 것이 참 쉽지 않았구나 하는 마음도. 어른인 내가 지금 그 마음을 되짚어보더라도 그랬다.
어마어마하게 먼 곳에서 이곳까지 여행 온 우주의 조각. 태양계가 처음 생겨난 때부터 존재해 온 물질을 가지고 있는 돌덩어리. 대기권을 통과할 때 활활 타 버리지 않고 끝까지 버텨 살아남은 소행성의 부스러기. 저 운석을 어떤 여정을 겪었을까. 얼마나 많은 것을 보았을까.(128-9쪽)
멀리서부터 왔어야만 했던 이유가 있었을까. 아마도 분명, 그렇게까지 오랜 시간과 긴 거리를 통과해 이 아이들에게 도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이 아이들의 마음에서 무언가를 확인했어야 했으니까. 어떤 진심의 마음, 어떤 간절한 마음, 어떤 사랑의 마음이 아 아이들의 마음에서 자라나고 있는지, 스스로 알 수 있도록 해주어야 했을 것이다. 그러니 그 어마어마한 여행을 통해 이곳에까지 오게 되었겠지. 또한 그 마음을 알아챌 수 있는 것도 역시나 진심, 간절함, 사랑이 있어야만 가능했던 것.
분명 우리 지구는 힘들어하고 있다. 언제 어느 때 우리 지구가 지금과 달라질 지 아무도 모른다. 그런 지구에서 인간은 끝까지 자신이 하고싶은 것에 대한 간절함을 안고 있다. 이 부분은 조금 안타깝기도 하다. 그렇게 지구를 만든 장본인인 인간들을 끝의 끝까지도 자신들이 원하는 것만을 간절하게 바라면서 살고 있구나 싶어서.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미안하기도 하다. 지금 이 중학생들은 지금의 지구에 대한 책임이 별로 없으니까. 다 어른들의 욕심이 지금의 이런 지구를 만든 것이니, 이 아이들이 꿈꿀 수 있는 미래를 보장해주지 못하는 어른의 탓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이 아이들의 간절한 그 소원들을 이루어주고 싶은 마음이, 그 멀리서부터 날아온 것은 아닐까도 생각된다.
그리고 이 건강한 아이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간절하게 바라고 있는지를 자기 스스로 잘 알고 있는 아이들이었다. 물론 그 간절함만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미래의 자신을 만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서툴다. 그런 서툴고 조심스러운 마음과 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이번 양양 행 여행은 이 아이들 모두를 성장시키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자신을 볼 줄 알고 또한 다른 이와 어떻게 마음을 나누어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으니까. '성찰을 통한 성숙'. 요즘 가장 많이 했던 말인데, 이 소설에서 여지없이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
그리고 지수는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고은이 자신 때문에 이런 설렘과 흥분을 한 번이라도 느꼈다면 그건 굉장한 일이라는 것을.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일은 기적 같은 일이라는 것을.(161쪽)
유림은 생각했다. 어쩌면, 우주가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과학자들의 존재를 오래도록 기다려 온 것처럼 자신 또한 아주 오래전부터 이 운석을 기다려 왔는지도 모른다.(...)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얼마든지 행복하게 기다려 준다. 그것이 사랑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167쪽)
"괜찮아."/봄이는 같은 말을 반복했다.(...) 이곳까지 혼자 온 것도, 이렇게 홀로 바다 앞에 서서 모래를 밟는 순간까지 모두 사랑이라는 것을.(...) 휘청거리는 걸음걸이로 이별의 고통을 참아내는 것까지 빠짐없이 모두, 사랑의 여정이라는 것을. 사랑은 그런 것이라는 것을.(181쪽)
아이들은 분명 자랐다. 괜히 내 마음이 다 뿌듯하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