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어빌리티 교양수업 : 생활 속의 물리학 - 나는 알고 너는 모르는 인문 교양 아카이브 ㅣ 있어빌리티 교양수업
제임스 리스 지음, 박윤정 옮김 / 토트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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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어릴 적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아인슈타인도 어릴 적 수학을 못했으며, 공부를 너무 못해서 학교에서 쫓겨났다고. 지금도 그런 이야기들을 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어렸을 때는 그런 이야기들을 했었다. 그리고 이 책의 첫장에는 그 이야기가 헛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리고 그 다음 장에는 뉴턴의 논문이 불타게 만들었던 강아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식으로 과학자와 그들의 지금껏 알지 못했던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첫장에 우선 수록이 되어 있기 때문에, 아 지루하면 어떡하지. 물리학 책은 부담스러운데, 이런 느낌이 없이 재미있게 접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비하인드 스토리로 가득 찬 재미있는 1장이 지나면,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들의 시작된다. 기초물리학이나 천체, 기술 등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기 시작하는데, 그 첫장인 기초물리학 가장 앞부분, 챕터 11에서부터 공식이 등장하기는 한다. 저자는 복잡하고 어려운 수식을 다음과 같이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그마저도 무척 어려워하고 당혹스러워하는 나는, 그런 수식쯤은 간단히 못본체하고 내가 읽을 수 있는 한글들만 읽었다. 이게 바로 내가 생각하는 이 책의 매력 중에 하나인데, 그림이나 사진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고 색이 다채롭다보니, 그림책을 본다 생각하고 수식쯤은 간단히 못본체 하고 넘어가기 수월했달까. 기본적으로 물리학이나 과학관련 서적을 읽겠다고 생각했을 때 각오하는 양보다는 훨씬 적은 양의 수식이 등장하기 때문에, 못본체 하고 지나가는 경우가 많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내가 생각해보지 못한 114가지 다양한 물리학 질문들에 대한 이야기들로 가득찬 책이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그중에 기억에 남는 몇가지를 뽑아보자면, 15번째 챕터인 1kg의 무게는 얼마일까?와 62번째 어디까지가 하늘이고 어디까지가 우주일까? 그리고 89번째 자기부상열차는 달리는 걸까 나는 걸까?였다. 이 책까지 읽고나니, 왠지 있어빌리티 교양수업 시리즈를 모두 섭렵하고 싶은 마음이 들끓고 있다. 과학에대한 관심이 막 생기기 시작하는 어린이나, 나처럼 과학에 교양이 없는 어른이까지 읽을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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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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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에쿠니 가오리의 도쿄타워를 읽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일본문화에 관심이 많은 친구가 주변에 무척 많았기 때문에 일본 작가의 책을 찾아 읽지 않았어도, 상당히 많은 일본 작가와 그들의 신간 소식을 들을 수 있었었다. 에쿠니 가오리 역시 그 중에 한명이었는데, 당시 개봉했던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를 상당히 감명깊게 봤던 기억이 있다. 그때 친구가 도쿄타워를 엄청 추천했었는데. 그리고 출간된지 십년도 넘게 훌쩍 지나고서야 읽은 도쿄타워는, 그 당시에 읽지 않았던 것이 안타까울만큼 좋았다. 에쿠니 가오리 특유의 맑은 문체가 너무 좋았다고나 할까.

이번에 출간된 '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에쿠니 가오리의 비밀스러운 일기장이자 에세이 모음이라고 한다. 도쿄타워를 읽고난 직후여서 그런지, 에쿠니 가오리 문체의 맛을 알아버렸기 때문인지, 이 책이 너무 읽고 싶었다.


책을 받고 첫장을 딱 넘겨서 무제를 읽었다. 정말 에세이와 일기만 있는 줄 알았는데, 뱃속에 스노보드랑 비행기가 들어있다니. 작가의 일상이나 실제로 있었던 소소한 이야기만 수록되어 있는 에세이인줄 알았는데, 약간 깜짝 놀랐다. 첫장을 읽고서 찾아보니, 이 책은 잡지나 주간지 등에 수록해놓은 글을 모아놓은 모음집 같은 것이라고 했다. 그 사실이 조금 더 마음에 들기도 하고.


책은 세개의 챕터로 나뉘는데, 첫번째 챕터인 '쓰기'는 쓰는 사람으로써의 경험이 수록되어 있고, 두번째 챕터인 '읽기'는 읽는 사람으로써의 경험, 어떤 책을 읽기 좋아하는 지 같은 이야기들이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마지막인 ' 그 주변'에는 세상을 관찰하는 작가의 태도와 일상에 대한 이야기였다. 잡문집 같은 느낌의 책이지만, 에쿠니 가오리라는 작가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많고 그 특유의 분위기가 책 내내 부드럽게 흐르고 있어서 너무 좋았다. 잔잔하고. 그 특유의 분위기가, 책을 덮고 나서도 마음에 오래 남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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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자기만의 방 (양장) - 1929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ㅣ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버지니아 울프 지음, 박혜원 옮김 / 더스토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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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름도 유명한 '자기만의 방'을, 나는 한번도 읽어보지 못했었다.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영화 디아워스를 본 직후 꼭 읽어봐야지 하고 장바구니에 담아둔 후 그대로 오랜 시간 방치되어버린 책 중에 하나였다. 그런데 또, 때마침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의 양장본이 출간된 것이다. 책꽂이에 꽂아놓고싶게. 이렇게 표지에 마음이 동해서 그렇게 미뤄두었던 '자기만의 방'을 읽게 되었다.

'자기만의 방'은 20세기 페미니즘 비평의 문을 연 수필이라고 평가된다. 책의 정말 초반부에는 버지니아 울프가 설정한 가상의 대학교 옥스브리지에서 '메리'라는 여자가 잔디밭에서 쫓겨난다. 남성은 잔디밭을 걸을 수 있지만, 여자에게 허용된 길은 자갈길이라던가. 그 후에 대학 연구원과 함께 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서관에 발도 들일 수 없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또한 여자 대학교에서 개최되는 만찬에는 약간 볼품없는 음식들이 등장하지만, 남자 대학교에서는 훌륭한 성찬이 등장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런것들이 당시 여성의 지위와 여성에 대한 대우를 묘사한 예시들이다. 그 예시를 읽다보면, 소설같기도 하고, 버지니아 울프 자신의 수필같기도 한 모호한 느낌이 든다.




왜 여성 중에는 훌륭한 작가나 극작가가 없었는가의 이야기를 하면서, 셰익스피어에게 그 못지않게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누이 주디스가 있었다면 이라는 가정을 하면서 이야기를 진행하는데, 그 부분에서 문득 우리나라의 훌륭한 남매인 허난설헌과 허균이 떠올랐다. 사회적인 한계에 자신의 능력을 맘껏 발휘해보지도 못하고, 27세라는 이른 나이에 절명한 허난설헌과 누이의 문언들을 대신 엮어준 동생 허균. 사실 허균이 없었다면, 우리는 허난설헌이라는 엄청난 재능을 가진 여인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나 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얼마나 많은 재능을 갖춘 여성들이 빛을 보지 못하고 사그러들었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들었다. 더불어 얼마전에 읽은 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에서 등장한, 자신의 작품에 자신의 이름을 붙이지 못했던 안타까운 이야기들도 떠올랐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원작자라고 스스로 밝히지를 못했던 이들은 또 얼마나 많을까.



이런 이야기 이외에도, 제인 오스틴이나 에밀리아 브론테 같은 다양한 여성 작가의 작품을 고찰하고, 비평하고, 분석한다. 버지니아 울프의 글이 인물의 내면으로 들어가는 의식의 흐름 기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읽기 쉽지 않은 편이라고 옮긴이는 말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고, 지루한 부분도 있어서 몰입해서 읽기가 약간 어려웠다. 그럼에도, 여성에대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다. 평등이나 여성문제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리고 여성이라면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다. (나는 아직 다 이해하지 못해서 한번 더 읽어볼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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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너머로 달리는 말
김훈 지음 / 파람북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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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작가의 신작이 나왔다. '달 너머로 달리는 말'. 김훈의 소설은 아주 오래전에 칼의 노래를 읽은 이후 처음이다. 전에 읽은 칼의 노래가 내게 역사소설의 느낌으로 다가왔다면, 이 소설은 정말 판타지 소설 같다. 역사소설 같은 책은 보면서 어디까지가 기록이 남아있는지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이 책은 아무리 검색해도 나오는 것이 없었다. 소설의 시작은 인간이 처음 말에 올라타기 시작하고 말을 길들이기 시작한 순간부터이다. 까마득한 옛날. 기록으로 전해지지 않는, 증명할 수 없는 역사 이전의 시대가 주된 배경이다. 소설에는 초나라와 단나라 이렇게 두 나라가 나오는데, 초나라는 문자로 남기는 것을 거부하는 나라였고, 단나라는 기록을 남겼으나 그 모든 기록은 전쟁으로 소실된 것으로 나온다.  유목민의 국가인 초나라와 농경국가인 단나라는 나하강을 사이에 두고 있다. 이 두 나라 간의 전쟁사가 소설의 큰 흐름이라면, 이 소설의 진정한 주인공은 바로 그 전쟁에 동원된 말이다. 


**스포 주의**

신월마 혈통인 초나라의 토하, 그리고 비혈마 혈통인 단나라의 야백. 야백은, 자신의 주인인 황이 죽는 것을 보고, 스스로 입을 돌에 부딪어 어금니를 뺀다. 그리고 재갈을 벗어낸다. 그렇게 빠져나온 야백은, 나하강가에서 토하를 만나는데, 이때 토하가 야백의 새끼를 배게된다. 그러나 왕의 말인 토하가 새끼를 뱄다는 사실을 알게 된 마관들은 새끼를 낙태시키게 되는데, 이로인해 토하의 몸이 무척 안좋아지고, 회복하지 못한채 버려지게 된다.  그렇게 길을 헤매다가 월나라 폐마 말터에서 야백을 다시 만나게 된다. 


말 이외에도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궁금했던 인물은, 초나라 목왕의 차남 연인데, 붉은 머리에 팔이 더 길어서 손으로 땅을 짚은 채 걷는다는 모습을 봤을 때, 문득 오랑우탄이 생각나서... 진짜 오랑우탄을 묘사한건가 문득 궁금해졌다. 기록으로도 전해지지 않는 까마득한 옛날이니까 오랑우탄 한마리 나오는 것도 좋을 것 같기도 하고.

말이 주인공이 된 소설을 읽다보니 나도모르게 말에 대해 새로운 사실을 무척 많이 알게되었다. 앞니와 어금니 사이에 이빨이 돋아나지 않는 빈자리가 있다는 것은, 너무 흥미로운 사실이였다.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은 선사시대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라는 매력적인 설정에 간결하면서도 강한 김훈의 특유의 문장이 더해진, 깊은 여운을 안겨주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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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
김선지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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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라는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영화 빅아이즈를 보고나서였다. 전시회를 가기위해 부랴부랴 찾아봤었는데, 마가렛 킨이라는 빅아이즈의 작가는, 여성의 그림은 팔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남편의 이름 뒤에 감춰진채 그림을 그려야만 했다. 그랬던 마가렛 킨이 자신의 아이들과도 같은 작품의 원작자로 인정받게 되는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깊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기 위해 또 한편의 영화를 찾아봤다. 영화 파울라. 이 책에 등장하는 파울라 모더존 베커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24세의 파울라가 아버지에게 여자는 화가가 될 수도 없으며, 결혼을 하거나 가정교사로 취직을 해야한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시작된다. 


미술가별로 챕터가 구성되어 있어서, 내가 관심있는 화가별로 찾아 읽기가 좋다. 내가 가장 먼저 찾아 읽은 챕터는 역시나 파울라였다. 이 책에는, 파울라와 같은, 여성 작가라는 이유로 주목받지 못했던, 혹은 누군가의 이름에 감춰져 살면서 끝내 자신의 작품들을 되찾지 못했던, 넘쳐나는 재능에도 여자라는 이유로 치열한 전투를 벌여야 했던 21명의 여성 미술가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들의 다양한 작품들이 실려있다. 그 중에는 꽤나 유명하고 어디선가 본듯한 작품들도 다수 있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물론 예술에 대해 아는바가 없어서 애초에 아는 화가도 별로 없지만, 아무리 그래도 여성 미술가 이름 하나쯤 알 법도 한데, 하나도 모른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성 미술가들이 왜 없을 수 밖에 없었는지를 알게 되었는데, 그 대다수가 넘치는 재능에도 자신의 이름과 작품을 찾지 못하고 무명으로 숨을 거두거나, 결혼 후 작품활동이 끊기게 된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까웠다. 지금도 여성 미술가들의 작품은 평가절하 되거나 저렴한 가격에 팔리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염려도 되고.


영화 파울라에서는 이런 말이 나온다. 여자가 생산할 수 있는 창의적인 것은 아이뿐이라고. 그런 시대를 꿋꿋히 버티며 자신의 작품을 만들어낸 그들이 언젠가는 자신의 이름을 되찾기를. 이름을 널리 널리 떨치기를. 그리고 지금도 어디선가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억압과 편견과 맞서 싸우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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