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
김선지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6월
평점 :
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라는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영화 빅아이즈를 보고나서였다. 전시회를 가기위해 부랴부랴 찾아봤었는데, 마가렛 킨이라는 빅아이즈의 작가는, 여성의 그림은 팔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남편의 이름 뒤에 감춰진채 그림을 그려야만 했다. 그랬던 마가렛 킨이 자신의 아이들과도 같은 작품의 원작자로 인정받게 되는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깊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기 위해 또 한편의 영화를 찾아봤다. 영화 파울라. 이 책에 등장하는 파울라 모더존 베커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이 영화는 24세의 파울라가 아버지에게 여자는 화가가 될 수도 없으며, 결혼을 하거나 가정교사로 취직을 해야한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시작된다.
미술가별로 챕터가 구성되어 있어서, 내가 관심있는 화가별로 찾아 읽기가 좋다. 내가 가장 먼저 찾아 읽은 챕터는 역시나 파울라였다. 이 책에는, 파울라와 같은, 여성 작가라는 이유로 주목받지 못했던, 혹은 누군가의 이름에 감춰져 살면서 끝내 자신의 작품들을 되찾지 못했던, 넘쳐나는 재능에도 여자라는 이유로 치열한 전투를 벌여야 했던 21명의 여성 미술가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들의 다양한 작품들이 실려있다. 그 중에는 꽤나 유명하고 어디선가 본듯한 작품들도 다수 있었다. 지금까지 살면서, 물론 예술에 대해 아는바가 없어서 애초에 아는 화가도 별로 없지만, 아무리 그래도 여성 미술가 이름 하나쯤 알 법도 한데, 하나도 모른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성 미술가들이 왜 없을 수 밖에 없었는지를 알게 되었는데, 그 대다수가 넘치는 재능에도 자신의 이름과 작품을 찾지 못하고 무명으로 숨을 거두거나, 결혼 후 작품활동이 끊기게 된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까웠다. 지금도 여성 미술가들의 작품은 평가절하 되거나 저렴한 가격에 팔리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염려도 되고.
영화 파울라에서는 이런 말이 나온다. 여자가 생산할 수 있는 창의적인 것은 아이뿐이라고. 그런 시대를 꿋꿋히 버티며 자신의 작품을 만들어낸 그들이 언젠가는 자신의 이름을 되찾기를. 이름을 널리 널리 떨치기를. 그리고 지금도 어디선가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억압과 편견과 맞서 싸우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박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