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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개
하세 세이슈 지음, 손예리 옮김 / 창심소 / 2021년 2월
평점 :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본 순간, 나는 어린 시적 읽었던 '하얀 마음 백구'라는 책이 생각났다. 책을 읽으면서도 떠돌이 개의 여정이라고 하니 자연스레 어린시절 읽었던 백구가 떠올랐다. 내가 키우다 떠나보내야 했던 나의 반려견들도 생각이 나고.
이 책의 주인공은 '다몬'이라는 이름의 개다. 상당히 영리하고 충성심이 깊은 개인데, 이 책의 시작은 동일본대지진으로 피폐해진 홋카이도에서 가즈마사가 '다몬'을 만나게 되면서 시작된다. '어, 가즈마사는 소년이 아닌 것 같은데. 가즈마사가 다몬의 주인을 찾아주려나?' 하면서 읽기 시작했는데, 알고보니 다몬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는 이야기였다. 그러다보니 다몬을 만난 각 인물들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가, 하나의 단편소설이나 에피소드 모음집처럼 이어져있는데, 상당히 색다르고 좋았다. 다몬이 힘든 사람들만 찾아간 건지 어떤 이유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그들 중 대부분이 죽거나 더이상 다몬을 돌볼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는게 조금 슬펐다. 뭔가 이 개가 불행을 불러오는 건가 싶기도 하고. 물론, 결국 다몬이 히카루를 찾아갈 수 있으려면 어쩔 수 없는 것 같기는 했는데. 동시에 다몬이 그들의 마지막을 좋은 길로 인도하는 역할을 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각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인물들은, 현재가 힘들고 외로운 상황에 처해있고, 그 상황 속에서도 다몬을 다독여 주고, 길 잃고 부상입은 다몬을 챙겨준다. 그렇기 때문인지, 다몬은 그들의 곁에 머물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게 돕는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또 다몬이 그들의 생의 마지막에 따뜻함을 선사하려고 머물렀던 것 같기도 하고.
다몬은 계속 남쪽을 바라보는데, 전 주인을 너무 그리워해서 그런다고 생각했었다. 마지막 에피소드를 읽기 전까지는. 그렇지만, 알고보니 다몬은,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나기 전에 동네에서 함께 어울려 놀았던 히카루를 찾고 있는 것이었다. 다몬이 히카루를 구하고 죽게되어 너무 슬펐지만, 그래도 자신이 그토록 그리워하던 히카루를 만나서 함께 놀 수 있어 기쁘지 않았을까.
책을 읽는 내내 문득 예전에 키웠던 반려견들이 생각나기도 하고, 다시 개를 한마리 키워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몬이 너무 듬직하고 우아한 개로 나와서이기도 하지만, 반려동물이 곁에 있을때 느껴지는 따스함과 안정감이 문득 그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