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스 할아버지가 아픈 날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필립 C. 스테드 지음, 에린 E. 스테드 그림, 강무홍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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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고 책 사이 끼워진 삽지의 글도 꼼꼼히 읽어보았습니다.
삽지에 실린 “그녀는 친구를 위해 부엌 식탁에 앉아 그림을 그렸다. 바로 코끼리와 노인이 함께 있는 그림이었다. 이 그림으로부터 영감을 얻은 남편 필립은 이야기를 만들었다.”라는 문장을 읽고 어느 그림일까 궁금해서 찾아보기도 했습니다. 작가는 친구를 위한 그림을 그리며 <너에게 나는, 나에게 너는> 이런 마음을 담지 않았을까 혼자 상상해봅니다.

아모스 할아버지가 오지 않자 그를 기다리는 친구들을 보면서, 저는 나이든 우리네 부모님이 떠올랐어요. 특히 코끼리와 코뿔소의 표정은…곧 칠순인 우리엄마, 돌아가신 할머니가 생각나네요. 주름이 귀엽게 패여있답니다^^
체스를 반짝반짝 윤이 나게 닦아놓은 코끼리를 보며 기다림의 시간을 읽어봅니다. 매일매일 변함없는 삶에(스스로 변화를 시도하지는 않지만) 변화를 주는 존재와의 시간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동물친구들. 내가 늙어 거동이 불편해졌을 때 어쩌면 자식을 저런 마음으로 기다리진 않을까 싶기도 하고요.
“아픈 몸과 마음을 일으키는 것은 내가 다른 이에게 사랑받고 있음을 알고, 그것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서지에 실린 글입니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누군가의 관심, 사랑을 받고 있다는 그 순간의 감정이 나를 회복시키는 것 같습니다. 아이에게도 그리해야겠습니다. 속도와 결과가 중요한 시대에 살아가고 있지만, 작고 하찮은 마음들을 쓰다듬는 시간들을 꼭 가지고 싶어지는 그림책입니다. 내가 돌보는 아이들과의 관계도 생각나지만, 천천히 느리게 느리게 아기가 되어가는 나의 늙은 모습도 함께 그려집니다.
책을 덮으며 다행이다 싶었던 그림은 앞뒤겉표지입니다. 훗날 아모스 할아버지가 없어도, 이제 펭귄에게 코끼리가 코끼리에게 펭귄이 있구나 싶어서였지요.

참, 그림이 목판화 작업의 결과물이라는 것. 제 눈에는 신기했습니다^^

<이 글은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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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어맨 스콜라 창작 그림책 28
이명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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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어맨>의 겉표지에는 형아 등에 대롱대롱 매달린 주인공이 있습니다. 저희집 아이가 제 등에 저렇게 매달리면 힘들어도 사랑스럽더군요.

작가님의 그림이 참 좋았습니다. 특히 노란색을 많이 쓴 장면들은 밝고 기운찹니다. 마치 희망을 상징하는 것 같아요. 그림이 배경보다 인물에 집중되어 있고 한 지면에서 인물의 크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편인데, 보고 있으면 주인공 아이의 감정으로 훅 빠져드는 기분이 듭니다.

나의 영웅 형아에게 물어봅니다. 잉어를 잡는 방법을요. 형아는 대답합니다.
“잉어를 잡고 싶으면 참을성이 있어야 해. 추워도 춥다고 하지말고 잉어와 눈싸움을 해. 눈을 깜빡이지 않아야 이기는 거야.”
이것 참 모호한 답변입니다. 스킬을 알려줘야지 참 답답하네. 하지만 주인공은 영웅에게서 받은 비법을 열심히 외웁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나의 영웅이 없을 때, 내곁에서 잉어소리가 났습니다. 사건(성장)은 언제나 그렇게 느닷없이 닥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형아를 기다릴까요?

가르쳐준대로 공부했지만 인생은 이론과 달랐습니다. 심지어 잉어는 눈꺼풀이 없었어요! 어떻게 이겨요? 예상치 못한 벽이었습니다. 주인공은 에잇 소리지르며 자신의 감을 믿고 최선을 다해 싸워봅니다.

“ 에잇! 잉어를 확 눌러버렸어요. 놀란 잉어가 펄럭이며 달아났어요. 첨벙첨벙 물에 들어가 물 밖으로 밀어냈어요. 그러고는 녀석을 끌어안았어요.”
세상에, 이 네 줄 장면이 이렇게 긴박하고 짜릿할 수가.그때 주인공은 깨닫습니다. 잉어맨이 되는 순간을요. 내가 나의 방법으로 직접 몸으로 알아내고 맙니다.
내 인생에서 그 반짝이던 순간이 언제였는지 이제는 기억나지 않지만, 내 아이가 스스로 잉어맨이 되는 순간만큼은 옆에서 기억하고 축하해주고 싶어집니다.
그리고 형아에게 인정도 받습니다. 한껏 고양된 주인공은 이 비법을 엄마에게도 알려주겠다 다짐합니다만..

역동적이고 희망찬 느낌의 그림체
어릴 적 나의 영웅,
그리고 성장이야기
따뜻한 시선의 가족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서평이벤트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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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많고 많은 빨강 딱따구리 그림책 31
로라 바카로 시거 지음, 김은영 옮김 / 다산기획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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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이라는 색이 가진 이야기에 충분히 마음이 촉촉해졌어요.
그림책에 나오는 빨강을 구분하는 수식어를 따로 모아보았어요.
어두운, 환한, 눈부신, 활짝 핀, 울긋불긋
진흙, 녹슨, 핏빛, 돌담
길잃은, 탐스런, 거짓, 갇힌, 화난, 진실한
빨강(여우)가 모험을 시도하고 가족을 찾아가는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연결되었겠지만,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집중되었지요.

위험, 경고가 있음에도 가끔 젊은 나는 무모하게 도전하기도 하고요. 거짓과 탐욕으로 일을 그르칠 때도 있고요. 세상을 향해 분노를 쏟아내기도 했어요.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은 것이 가끔은 뜻밖의 사랑이 나를 돌보기도 해주더군요.
누군가의 빨간 거짓말에 마음을 다치기도 하지만
또 누군가의 빨간 진실에 구원을 얻기도 하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빨간 진심을 전하고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는 두려운 모험이 끝나고 결국 엄마곁으로 돌아온 안정되고 편안한 마음이, 표정에서 따뜻하게 드러났어요. 인생의 여정은 늘 두렵고 외롭지만, 돌아갈 곳(가족)이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얼마나 큰 축복일까요. .

4세 우리집 아이랑은 이렇게 읽기도 했어요.
너는 장미꽃이니? 아니아니 진흙이야
너는 진흙이니? 아니아니 못이야
너는 못이니? 아니아니 피야
너는 피니? 아니아니 사과야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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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아이
안녕달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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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달 작가님의 그림책을 읽으면, 마음이 어느새 몽실몽실해지거나 어린 시절의 한가운데로 나를 옮겨다놓은 그런 기분이 든다.

눈아이를 보면, 당근유치원의 선생님이, 쓰레기통요정이, 여름휴가 다녀온 할머니가 생각난다.
순수한 마음으로 상대를 대하고 다정한 웃음을 짓고 아무런 불평없이 내가 할일을 잔잔히 다하고 끝내는. 그런 순박한 주인공들이 작가님 그림책에는 많다. 다정한 척 하지 않는데 다정하다.

둘의 첫만남은, 마치 사랑하는 연인들이 눈밭에서 장난치며 서로에게 물들어가는 장면을 연상시켰다.

그림책에 (연필로 쓴 대화말고)줄거리를 돕는 문장들이 있는데, 그것이 마치 ‘시’처럼 읽혀졌다. 빨간장갑은 전체내용에서 중요한 의미로 나오는데 이유를 아는 순간, 아마도 마음이 따뜻하게 녹아버릴 것이다.

마지막에 두 아이들의 이 함박웃음을 확인하는 순간,
나는 울컥하고 말았다.
이 아이의 간절함을,
기다림을,
소중한 것을 지키고 싶은 마음을 알아줘서.
내 유년의 기억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어 참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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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빛의 소녀가 - 박노해 시 그림책
박노해 지음 / 느린걸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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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해 시인의 글이야 십수년전부터 알고 있었고, 이번 시그림책에는 그림의 강렬한 색감에 매료되었습니다. 보통 ‘박노해’하면, 사진에 시를 함께 넣은 작품을 기억합니다. 글도 울림이 있지만, 사진과 글이 정말 절묘했거든요. 그런데 이 그림책에는 사진이 아닌 그림이었습니다.

우크라이나 태생의 러시아 화가 카지미 세베리노비치 말레비치의 작품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라고 설명되어있습니다. 


박노해시인은 페이스북, 인스타 계정이 있는 걸로 알고 있구요. 예전에는 부암동에 있는 <라 갤러리카페>에 가서 커피도 마시고 카페에 상설전시된 작품도 보고 그랬었습니다. 지금은 검색해보니 그사이 경복궁 근처로 이전했네요. 공간도 꽤 넓어졌군요.


푸른빛의 소녀는 질문합니다 <지구에서 좋은 것이 무엇인가>

시인은 꽃과 나무라고 대답합니다. 그리고 기품있는 여인과 아이들, 푸른 산능성과 강물, 들녘의 가을…가슴떨리는 생의 신비와 경이로움..그리고 사랑. 질문에 나의 답을 생각하면서, 그리고 박노해님의 글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소유하고 인정받는데

짧은 생을 다 쓰느라

자기 자신마저 알지 못한 채

떠나는 것

시인의 이 글에서 저는 논어의 문장을 기억해냈습니다.

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 (학이편)

子曰 不患人之不己知 患不知人也(학이편)

子曰 不患人之不己知 患其不能也 (헌문편)

첫번째 문장 :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화내지 않을 수 있다면, 참으로 군자답다고 합니다.

두번째 문장 :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걱정하지 말고 남들에 대해 알지 못함을 걱정해야 한다고 하지요.

세번째 문장 :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내가 유능하지 못한 것을 걱정해야 한다라는 내용입니다.

여러번 강조하는 이 문장의 의미는, 어느만큼 인생을 살아보면서 내 민낯을 발견할 때 수치심과 함께 깨달음이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억울함이죠. 내가 이렇게 열심히 일했는데, 공부했는데, 노력했는데, 배려해줬는데 어떻게 몰라주지.

또는 내 사회적 지위와 부, 지적능력을 은근히 드러내고 싶은 우월감, 알아주지 않으면 왠지모를 분노와 괘씸함. 사실 다 쓸데없지요.

박노해님의 글을 읽다가 갑자기 논어의 이 글귀들이 생각났어요. 20대에 저 문장을 배울 때는 잘 다가오지 않았거든요. 공자가 이렇게 강조한 걸 보니, 어지간히 이루기 어려운 습성이었나 봅니다.


지금 비록 내 현실이 끔찍하게 무거운 짐이라고 생각되더라도, 시인의 시구처럼 사랑한 기억으로 영원을 살아가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했던 기억은 절망 속 우리를 일으키는 기적을 일으키기도 하잖아요. 아니 다시 생각해보니 참 어려운 일입니다. 사랑한 기억을 가슴에 머리에 남길 수 있는 것은 행운입니다. 늘 감사하며 살아야겠습니다.


캘리로 마음에 닿는 글귀를 적어봅니다.


이 글은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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