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과 지하철
마보융 지음, 양성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용과 지하철 _ 마보융

현대문학



<장안 24시>의 작가 '마보융'의 판타지 소설 <용과 지하철>


마차를 타고 도착한 장안에는 황금빛 용이 살고 있었다.


'나타'는 엄마와 함께 아빠가 계신 장안으로 향했다. 마차를 타고 가는 도중 시커먼 얼룡의 공격을 받게 되는데 다행이 천책부의 공군이 나타나 얼룡을 물리친다. 나타로서는 처음 보는 것이지만 장안에는 가끔 이런 언룡이 나타나는데 최근 용문절을 앞둔 이곳에 얼룡의 출몰이 잦아졌다. 때문에 대장군의 직책을 맡은 아버지는 바쁘시고, 바쁜 부모님 대신 황제의 여동생인 '옥환공주'가 나타에게 장안 구경을 시켜준다. 그 중 하나가 '지하철'이었다. 그런데 이 지하철이 예사롭지 않다. 시커먼 동굴 같은 곳에서 튀어나온 것은 다름아닌 황금빛 용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첫 대면을 한 나타와 '막대사탕', 그리고 용들은 특별한 사이가 되는데...


황제가 머무는 편전 지하.

이곳에는 병부의 비밀기지가 있다. 얼룡의 출몰이 잦아지다 대얼룡이 나타나자 황제를 비롯한 신무부, 천책부, 백운관의 수장들이 모여 있엇다. 그런데 신무, 천책부로부터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한 백운관 수장 청풍 도장의 계략이 볼만하다. 계략(혹은 지략?)으로 인해 신무, 천책부의 어마어마한 희생 뒤에 손쉽게 얼룡을 잡은 청풍 도장. 자신을 신임하게 된 황제를 살살 꾄다. 용문절을 앞당기고 용 포획량을 늘려 물갈이를 해야 한단다. 얼룡은 용들이 포획될 때 꺼내어 던진, 용들의 '분노'가 역린이 변해 생긴 것인데 용의 포획량을 늘리겠다니! 이거 괜찮은 걸까?!

 

 

 

"모든 잉어가 용문을 뛰어넘을 수 있는 건 아니야. 그렇게 힘들게 용이 되려는 이유가 뭐겠니? 장안성에 오고 싶기 때문 아니겠어? 장안성에서 일하는 게 얘네들 꿈인 거야."(p37)


정말 그럴까? 용의 꿈은 그런 것일까? 용이 되기 위해 용문을 뛰어 넘는 수천마리의 잉어는 꼬리가 쇠사슬에 묶인 채 사람들을 태우고 지하를 오가는 그런 삶을 꿈 꾸었을까?

나타는 어리지만 하늘을 날아야 하는 용들이 억압되어 느낄 고통을 알아보는데 왜 어른들은 용들의 고통을 알지 못하고 그들을 포획하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일까...



"우린 애초에 역린이 제거돼서 분노의 감정을 느끼지 않아. 용이 인간에게 죽임 당하는 것이 처음도 아니고. 물론 마지막도 아니겠지. 이건 그냥 우리의 운명이야. 우리는 관심이 없는 게 아니야. 우리가 뭘 하든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어."(p163)


지하룡들은 자유, 그리고 하늘을 나는 것에 어떤 기대도 반응도 하지 않고 함께 있던 지하룡의 죽음에도 무심한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진정 자유가 눈 앞에 다가오자 환호성을 지르는 것을 보며 정말 나는 기분이나 감정을 모르거나 잊은 것이 아니라 그저 그들에겐 '희망'이 없었을 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떤 작은 기대도 결국은 더 깊은 좌절을 가져온다는 것을 알았기에 그저 외면할 수밖에 없었던 지하룡들.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다. 나타처럼...



"조금 전에 네가 말했잖아. 우린 친구라고."(p253)


용과 어린 아이 '나타'가 보여주는 모든 장면들이 참 따뜻하다. 서로 구하기도 하고 힘을 합치기도 하고.

참 동화같았던 에필로그도 좋았다. 물론 현실적이지 않고(이미 용이 하늘을 나는 상황에 현실적일 수 없지만), 논리적이지도 않지만 나타를 통해 이뤄낸 용들과의 공존은 '막대사탕'이 '나타'를 바라보던 그 눈빛으로 책장을 덮게 한다.


눈으로 글을 읽어갔을 뿐인데도 머릿속엔 수많은 장면들이 바쁘게 떠다니는데 애니로 만들어진다면 너무 잘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아마 박진감 넘치면서도 아름다운 한 편의 동화가 탄생하지 않을까? 마보융 작가의 전작 <장안24시>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담은 중편 정도의 판타지 소설이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우리나라에 출간된 것이 더는 없지만 이미 많은 작품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이므로 앞으로 번역되어 출간될 책들 역시 기대를 품고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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