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과 너무 잘 어울리는 책... 크리스마스 캐럴

크리스마스 캐럴 - 크리스마스의 유령 이야기 ㅣ 새움 세계문학 10
찰스 디킨스 지음, 박경서 옮김 / 새움 / 2018년 12월

크리스마스 캐럴 _ 크리스마스의 유령 이야기 : 찰스 디킨스

새움 세계문학 010

겨울에 잘 어울리는 세계문학.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

'스크루지'를 모르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인데 나는 겨우 동화책으로 그를 만났을 뿐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었다. 요즘처럼 추운 날씨에 집 안에서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면서 읽는 <크리스마스 캐럴>은 동화속 그림들이 떠오르면서도 그냥 동심을 자극하는 것이 아닌 삶과 세상을 제대로 돌아보게 하는 소설이다. '스크루지'처럼...

구두쇠 영감님 스크루지.

보통 구두쇠가 아니다. 아주 악날하다고 평가받는 영감...

크리스마스 이브에 자신을 찾아온 조카에게도, 서기 봅 크래칫에게도, 동네의 어린 아이에게도 냉혹하게 대하던 이 영감님이 자신의 동업자였던 자신에게 기회를 주고자 찾아왔던 '제이콥 말리'의 유령과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준 세 유령들로 인해 딴 사람이 된다. 어떤 뉘우침을 끌어내기 위해 필요한 악역, 그런데 이 스크루지는 냉혹하고 악독하게 표현된 것에 비해 마음 속에 순수함과 양심이 남아있었던 것 같다. 그것이 자기 보호 본능으로 인해 전혀 드러나지 않았을 뿐.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금방 허물어지고 새 사람이 될 수 있었을까?

내용은 동화에서처럼 과거의 크리스마스 유령, 현재의 크리스마스 유령, 미래의 크리스마스 유령들이 차례로 스크루지를 데리고 다니며 과거, 현재, 미래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장면들을 통해 스스로의 삶에 대한 반성과 회개를 하게 되는 스크루지. 동심을 건드리고, 옛 추억을 끌어내고, 삶의 마지막 모습까지 예고하면서 그의 마음을 거침없이 찔러댄다. 사실 그렇게 살아 모은 재산 죽어서 가져갈 것도 아닌데 따뜻한 이웃 하나 없이 욕만 배부르게 먹으며 사는 삶이 좋을리 없지. 죽음과 그 이후에까지 홀로 남겨진 모습을 자신의 눈으로 본 그가 변화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일테지만 그런 이웃을 원망하기 보다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고, 남은 삶을 주변을 돌볼 줄 아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그의 모습에 우리 사회도 이렇게 기적적인 변화를 맞이할 수 있을까 살짝 희망도 품어 본다. 아주 살짝...;;

크리스마스는 종교적인 날이고, 회개도 종교적인 언어라고 생각하지만 '찰스 디킨스'의 이 소설에서는 종교적으로 풀어내기 보다는 삭막하고 어려운 사회에서 이 날 만큼은 자본주의적인 것에서 벗어나 서로를 향해 친절하고, 소외된 모든 이들까지 함께 웃고 행복하기를... 선물같은 하루를 보내길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이 소설을 펼쳐 읽는 것을 보고는 아이가 자기도 같은 제목의 책이 있다며 들고 왔다. 세계명작동화 전집에 있는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롤. 같은 책이고, 간추려 아이들이 읽기 좋게 동화로 만든 것이라고 얘기했더니 옆에 앉아서 그 책을 같이 읽어준 첫째 아이. 얼마 뒤에 둘째가 또 오더니 그 책을 집어들어 읽는다. 가족과 함께 나눈 하나의 소설이 내게도 아이들에게도 주위 사람들과 함께 조금 더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오늘 밤 내가 여기에 온 것은 자네에게 경고를, 자넨 아직 나와 같은 운명을 피할 기회와 희망이 있다는 것을 알려 주기 위해서야. 내가 자네에게 기회와 희망을 가져다주는 걸세, 에브니저." (p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