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줌맨
야프 로번 지음, 벤자민 르로이 그림, 강희진 옮김 / 어린이북레시피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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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줌맨 >>


글 : 야프 로번 / 그림 : 벤자민 르로이

출판사 : 북레시피




네덜란드의 작가이자 연극 연출자 '야프 로번'은 동시집 <숲을 만들어 볼까?>로 2008년 벨기에 '황금 부엉이상'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알사탕>으로 2011년 뮌헨 국제청소년도서관에서 선정하는 '화이트 레이번즈 상'을 수상했다. 아이들 책장에 전집을 넣어주기도 하지만 한 권 한 권 기발하고 유쾌한 단행본 읽는 재미를 놓치게 할 수는 없는 일이기에 아이와 함께 서점에 가서 고르기도 하고, 아이가 원하는 도서를 주문해 주기도 하는데 이 책은 내 마음에 들어 아이들에게 읽어주게 된 그림책이다.




아이들은 만화속에 등장하는 멋지고 힘이 센 로봇도 좋아하지만 아주 고전적인 영웅들에 관한 이야기도 참 좋아한다. 우리 아이들이 지금보다 더 어릴적에는 슈퍼맨, 배트맨 망토가 붙어있는 우주복을 만날 입고 싶어했으며 아직도 보자기를 목에 두르고 놀거나 슈퍼맨 의상을 따라하기도 한다(쉿! 비밀!). 그러니까 우리 아이들은 이 책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스파이더맨, 슈퍼맨, 배트맨, 메가 신디 등의 슈퍼 영웅들이 잔뜩 등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은 아이들에게 친숙한 '빈틈'을 보여주기도 한다. 아마도 이 그림책을 읽고 나면 아이들이 슈퍼 영웅을 저 높은 곳의 별처럼 느끼는 것이 아니라 친구처럼 느끼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여기 또 한 명의 작은 영웅이 등장한다. 이름하야 '오줌맨'!
오줌맨은 슈퍼 영웅이 아니다. 엄청난 괴력이나 초능력을 갖고 있지도 않고, 어마어마한 최첨단 장비를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저 우리 아이들처럼 오줌을 누는 어린 아이다. 때로는 바지에 실수를 하기도 하고 말이다. 다만 정말로 급할 때 오줌으로 수영장을 가득 채울 수도 있고, 오줌을 한 방울도 튀지 않고 소변기에 똑바로 눌 수도 있다. 엄마들이 생각하기에 이건 정말 엄청난 능력이다! 부럽기도 하고 말이다 ㅋㅋ


어느 날 우리의 슈퍼 영웅들이 모두 출동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위험에 빠진 아기 곰을 눈사람 괴물로부터 구하게 되는 오줌맨. 이 작은 영웅이 아기 곰에게는 그 어떤 영웅보다도 위대했을 것이다. 오줌맨은 어마어마하게 큰 눈사람 괴물이 무섭지 않았을까? 어떻게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었을까?


우리집 삼형제가 잠들기 전 침대 아래에 앉아 아이들에게 이 책을 읽어 주었다. 아홉 살 형아부터 다섯 살 동생까지 모두 머리를 앞으로 내밀며 집중해 듣는 모습에 웃음이 났다. 아마 아이들은 그저 재미있고, 유쾌했을 것이다. 하지만 엄마인 나에겐 많은 생각을 주는 그림책이었다.




오줌맨에게는 그 어떤 능력보다 더 멋진 '엄마'가 있었다. 오줌맨을 최고의 영웅으로 만든 엄마의 말 한 마디. 아이의 실수에 화를 내기 보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말로 위로할 수 있는 멋진 엄마. 우리 아이에게 나는 '그런 엄마'일까?


우리 아이가 처음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였다. 학교에 다녀온 아이가 "엄마, 오늘 OO이가 나에게 언어폭력을 했어요. 나더러 바보라고 했거든요. 너무 속상했는데 우리 선생님이 말로 하는 것도 폭력이라고 말씀해 주셨어요."라고 했다. 아이들에겐 친구의 말이 '폭력'이 될 수 있드시 엄마의 화가 섞인 말 한 마디도 평생 상처로 남을 수 있다. 반대로 엄마의 칭찬과 따뜻한 격려 한 마디가 우리 아이의 정서적 안정을 주고, 용감하고 자존감 높은 아이로 성장할 수 있게 하는 자양분이 되는 것이다.


우리 아이가 영웅이 되길 바라지 않는다. 하지만 스스로를 당당하게 표현할 줄 알고, 자존감 높고 자신감 넘치는 아이로 성장하길 바란다. 아이의 얼굴에서 늘 행복이 뿜어져 나오는 밝은 아이로 자라나길 바란다. 자식을 사랑하지 않는 부모는 없다고 생각한다.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냥 사랑스럽다. 하지만 마음이 그렇다고 해서 아이를 향해 늘 상냥하고 사랑스러운 말만 나가지는 않는다. 말투도 습관이다. 내 아이를 향한 언행에 좀 더 신중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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