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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하루만에 이해하는 반도체 산업 - 챗GPT 시대, 기회는 반도체 산업에 있습니다! ㅣ 진짜 하루만에 이해하는 산업
박진성 지음 / T.W.I.G(티더블유아이지)(주) / 2023년 2월
평점 :
이번에는 다시 본업으로 돌아와 반도체 산업에 관련된 책을 읽었다.
구구절절 설명하기는 좀 그렇지만 나도 어떤 면에서 반도체 산업으로 먹고사는 사람 중 하나이다. 그것도 비교적 최근부터. ㅋ
반도체에 대한 이해도가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에 반도체에 관련된 서적들을 최근에 몰아서 많이 읽었다. 아무래도 이렇게 모르는 분야가 생겼을 때는 관련된 분야의 서적을 여러 권 훑고 읽으며 비교하고 나 나름대로의 생각을 대입해 분석해 보는 것을 좋아한다. 반도체는 뭐 아직 이와 관련된 지식이 많지 않아서 내 생각이라는 게 딱히 있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나는 엔지니어가 아니라 스탭이다 보니 기술자만큼 깊이 있는 지식을 갖고 있지는 않다.

래도 폭넓게 조금씩은 알고 있어야 된다는 게 내 생각인데 그동안 몇 권의 책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반도체의 세계는 어렵고 복잡했다. 그래도 대부분의 개념들은 이미 수차례 들어봤던 개념들인데 아 이거 그건데 그거.. .입에서 맴돌기만 하고 설명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괴로움. 책만 읽고 복습을 제대로 안 했으니 알 리가 있나.
저자인 박진성 님은 한양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까지 마쳤다. 졸업 후 삼성전자(주)에 입사하여 지금은 Foundry 사업부에서 반도체 공정 엔지니어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한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 책은 퀄리티가 아주 높다. 완성도 측면에서 보자면 전문서적을 제외하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교양 수준의 반도체 책들 중에서는 가장 수준이 높다. 수준이 높다는 것이 그냥 난이도가 어렵다 쉽다 그런 문제가 아니고 책에 포함된 삽화라든지 설명 자체가 매우 짜임새 있고 자료에 공들인 흔적이 많이 보인다. 참고 문헌도 신경을 쓰신 것 같고 삽화 이미지도 유료로 구매를 하신 부분들이 보인다. 사실 나도 안다고 하기에도 모른다고 하기에도 애매한 그냥 대충 얼버무릴 수준으로 알고 있는 것들이 더러 있었는데 이번에 그림을 보고 나서 이해가 되는 부분들이 적잖이 있었다. 그중에는 내가 전혀 엉뚱하게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 부분들도 있었다. 이 책을 통해서 하나씩 바로잡을 수 있었으니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책의 목차 구성은 매우 심플하다. 총 4개의 Part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 Part 01은 반도체란 무엇일까?이다. 반도체라는 것이 무엇인지 설명해 주는 제일 기본적인 부분이다. 설명은 매우 자세한데 개인적으로는 그래서 조금 안타까운 부분이다. 너무 자세했다. 책의 제목이나 컨셉 자체는 쉽게 하루에 반도체를 이해시켜 주겠다 이거 같은데 최외각 전자와 공유 결합 부분에서 반도체의 안정성을 설명하는 부분이나, N형 반도체/P형 반도체 설명하는 부분에서 조금 깊이 들어간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여기서 책을 덮는 사람이 있지는 않을까 살짝 걱정. 그러나 뭐 내용 자체는 당연히 설명이 아주 잘 되어 있다. 이 부분에 대해 깊이 공부해 놓고 싶은 분들이라면 빠뜨리지 말고 다 읽어 보시길 권한다. 그 외에 그냥 교양 삼아 읽는 분들은 어려우면 조금 건너뛰면서 읽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Part 02는 시스템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 부분이다. 예전에는 메모리/비메모리로 구분하기도 했는데 이게 옳은 표현도 아니고 해서 요즘에는 이런 표현을 잘 쓰지 않는다. CPU부터 시작해서 시스템 반도체에는 무엇이 들어가는지, 어떤 제품을 어떻게 제조하고 발전시켜 나가는지에 대한 설명이 있다. 시스템 반도체의 반대편에는 메모리 반도체가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를 제패했다고도 볼 수 있는 메모리 반도체. 메모리 반도체에 대해서도 RAM이니 ROM이니 하는 간단한 용어와 개념 설명부터 시작해서 무슨 차이가 있고 산업이 어떻게 커가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해 준다. 일단 시스템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의 차이가 뭔지 모르는 분들은 여기서부터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데 Part 01보다는 훨씬 재미있다. 아무래도 요즘은 일상생활에서 전자기기 없이는 생활이 되지 않으므로 많은 분들이 대략적인 메커니즘과 작동원리 정도는 알고 있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Part 03은 반도체 산업의 생태계와 8대 공정이다. 여기가 아무래도 이 책의 꽃이 아닌가 싶다. 사실 모든 Part가 그렇지만 기본적인 목차와 구성은 사실 여태껏 출판된 다른 책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안에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구체적인 삽화와 설명이 확실히 이해를 도왔다. 예를 들면 솔직히 나는 건식/습식 에칭의 차이를 제대로 알지는 못했다. 그냥 Dry 하게 깎으면 건식이고, 용액으로 하면 습식이다. 이렇게 그냥 아는 듯 모르는 듯 대충(틀린 말도 아니지만...)만 알고 있었는데 다양한 그림을 곁들였을 뿐만 아니라 건식과 습식의 장단점 비교 등을 통해 상당히 자세히 설명해 준다. 비단 에칭 단계 하나만 예로 들었는데 나머지 8개 공정에 대해서도 이런 식으로 깊이 있게 설명을 해준다. 사실 8대 공정 자체를 자꾸 외우고 까먹고. 다시 또 외우는 수준의 나로서는 기존에 대충대충 알던 개념에 대해 이렇게 한 발짝 더 들어가서 설명을 해주니 많이 도움이 되었다.

또 8대 공정이라고는 해도 패키징 같은 경우에는 다른 책들에서는 깊이 있게 다루질 않았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패키징 공정을 다시 또 백그라인딩, 다이싱, 본딩, 봉지 공정으로 나누어서 각각의 개별 공정에 대해 설명하고 그림을 곁들여 이해를 돕다 보니 새로운 것을 많이 알게 되었다. 실무적으로 패키징 관련 용어들이 오고 가는 경우들이 더러 있었는데 책을 보고 이해가 되는 부분들도 적지 않았다." 아.. 이게 그럴 때 필요한 거였구나."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어려운 분들이 있을 수 있다. 사실 나도 조금 어렵다. 초심자에게 반도체를 쉽고 빠르게 가르치자라는 컨셉치고는 사람에 따라 조금 어려울 수도 있다. 이 책이. 그런 분들을 위해 반도체, 핵심만 쏙쏙이라는 별도의 목차를 두어 각 Part 별로 반드시 알고 넘어가야 하는 핵심사항들만 딱딱 정리해서 Summary 한 부분이 각 Part마다 맨 마지막에 따로 존재한다. 뭐 너무 어렵다 또는 시간이 없다 싶은 분들은 여기만 잘 읽고 정리하셔도 꽤나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Part 03 같은 경우에는 여기를 먼저 읽고 나서 제대로 Part 03을 읽어 나가는 것도 이 책을 100% 활용하기 위한 좋은 방법 같다. 이해에 더 도움이 될 수만 있다면야.
반면에, "반도체, 한걸음 더"라는 꼭지도 매 Part 존재한다. 이름만 들으면 심화 학습 같은 느낌이지만 그보다는 해당 Part의 주제에서 저자가 관심을 가질만한 추가적인 주제를 한두 개 정도 더 알려주는 느낌이다. 이런 식으로 본문에서 알려주는 내용 외에 한두 가지씩 더 알려주고 있다. 반도체 산업이라는 전체적인 큰 틀 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지만, 우리나라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든지 앞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있다든지. 뭐 여러 가지 이유로 추가적으로 공부해 볼 만한 구석은 얼마든지 일으니. 개인적으로는 평탄화나 세정작업에 대한 설명 재미있었다. 이 부분도 진짜 수박 겉핥기 식으로 알고 있었고 아직도 여전히 부족하지만 어쨌든 조금이나마 더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마지막 Part 04는 반도체 기업들과 글로벌 주도권 전쟁에 대한 설명이다. 반도체를 만드는. 또는 반도체 산업에 종사하는 다종다양한 기업들에 대해 소개한다. 그리고 주요 국가들의 반도체 주도권 전쟁에서는 각 국가별로 어떤 반도체 산업에 뛰어들고 있으며 어떤 기업들이 존재하고, 어떻게 경쟁구도를 가져가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이 부분은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고 있는 투자자들이 읽어도 참 좋은 부분이다. 뭐 사실 이 정도의 배경 지식은 이미 가지고 있다는 전제 하에 투자를 하시겠지만(정말?) 저자가 바라보는 반도체 산업을 참고하는 것도 투자에 대한 시각을 넓히는 방법 중의 하나일 것이다. 나도 관심을 갖고 꼼꼼히 읽어 봤는데 유망한 기업을 찍어 주지는 않는다. 찍어 주는것 자체가 사실 말도 안되기도 하고. 그러나 그보다 저자가 풍부한 지식을 토대로 각 국가의 반도체 기업들이 어떤 개발을 이루어냈고, 어떻게 업계에서 살아남을수 있었는지 역사를 바탕으로 설명해 주는 부분은 인상깊었다. 아무래도 지나간 과거에 대해 잘 이해하게 된다면 미래를 그릴 수도 있을테니까.
이상으로 박진성 님의 "진짜 하루만에 이해하는 반도체 산업"에 대한 리뷰를 마친다.
초심자라면 이 책만 읽고 하루만에 이해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래도 이 책을 읽고 이해가 가능한 정도라면 꽤나 높은 수준의 반도체 지식을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도체의 원리와 역사, 8대 공정 등 반도체의 기본에 대해 이참에 확실히 정리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강력히 추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