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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의 이해 - 세계는 어떻게 다르고, 왜 비슷한가?, 해외지역연구 입문
이윤.도경수 지음 / 창해 / 2022년 7월
평점 :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한다는 의미에서 지리책을 읽었다.
사실 지리라는 생각은 별로 안 들었다. 굳이 따지자면 지리보다는 사회학이나 경제학 책 같은 느낌이었다. 고등학교 때 한국지리, 세계지리를 배우기는 했으나 기억도 잘 안 나거니와 그때 당시 배우고 암기해서 얻은 지식과는 상당히 다르다.

책은 이윤, 도경수 두 분이서 같이 지었다. 이윤 님은 인천테크노파크 원장, 한국산업은행 사외이사, 한국 무역 학회 부회장을 역임하였다. 30년 전 산업연구원에서 <해외지역연구>를 강의하고 있으며, 국내 최초로 <지리경제학>도 개설하여 강의하고 있다. 현재 인천대학교 무역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도경수 님은 서울대학교에서 학사와 석사를, 그리고 미국 프린스턴대학교에서 인지심리학으로 박사를 취득하였다. 부산대학교와 성균관대학교에서 심리학과 교수로 근무하고 정년퇴직하였다.
저서로 <사고 : 추리, 판단, 결정>, <인지심리학(공저)> 등이 있다.
책은 내가 학교 다닐 때 배웠던 묻지 마 암기나 여러 지역을 단순히 수박 겉핥기 식 관광의 대상으로 보는 수준을 넘어 역사와 문화 및 전통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이제 이 책의 각 장에서 무엇을 다루는지 설명을 할 건데 그전에 지리학 책 치고는 무척 재미있었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자 한다. 기존의 지리학 책은 깊이 있는 분석 없이 주요 사항에 대해 열거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이 책은 해당 지역의 모든 특성에 대해 다 설명하지는 못하더라도 그러한 현상이 발생한 원인과 문화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들여다보려고 노력을 했으며, 궁금증을 갖기 시작한 포인트도 우리가 평소에 의아하게 생각했던 부분들이 많아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책은 총 4개의 부, 7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의 제목은 세계는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이다. 제1장은 해외지역연구 방법론으로 조금은 학문적인 접근 방법을 설명한다. 여기서는 일반성과 특수성이라는 중요한 2개의 틀로 접근한다. 일반성은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경제발전의 단계에 따라 지역이나 시기와 관계없이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특수성은 반대로 경제발전단계가 유사한 나라나 지역에서 고통으로 나타나는 양태들을 토대로 일반화하여 해석할 수 없는 것들을 말한다.
제2장은 특수성의 기저 요인이다. 여기서는 나라나 지역마다 상이한 지리적 위치와 지형, 기후 및 기온, 식생 등과 같은 요인들을 다룬다. 자연지리 요인만 있는 것이 아니라 민족과 종교, 역사와 제도 같은 인문지리 용인도 영향을 미치며 언어 또는 문화이론과 같은 문화적인 요소들도 같이 특수성의 기저 요인으로 설명한다.
제2부의 제목은 세계는 어떻게 다른가?이다.
제일 먼저 나오는 3장은 자연지리 요인에서 비롯되는 특수성으로 이 장에서 재미있던 부분은 미국에서 신발은 왜 옷과 같은 개념으로 보아야 하며, 실내에서 신발을 신고 다니는 문화가 되었는가? 영화를 볼 때마다, 그리고 아주 어려서부터 할리우드 영화를 볼 때마다 궁금했던 부분인데 이것도 자연지리 요인을 통해 설명을 해주고 있다.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픽업트럭이 왜 인기가 있으며 특히 여대생들이 많이 몰고 다니는 이유도 자연지리적인 부분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제4장은 역사와 제도에서 비롯된 특수성이다. 이 장도 흥미 있었다. 역시 가장 먼저 나오는 주제는 미국의 총기 소유이다. 현재 미국은 총기 소유가 가장 쉬운 나라들 중 하나인데 이것도 역사와 제도를 통해서 설명이 된다. 사실 내용을 다 읽고 나면 이 부분도 자연지리 요인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 역사 요인과 자연 요인 모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또 미국의 홈리스와 자선 문화, 입양문화도 흥미로웠고(나는 주로 미국 사회에 대한 설명에서 흥미를 느끼나 보다.) 한국의 어마어마하게 늘어난 카페 문화. 특히 예전에 어렸을 때 다방 시절까지 기억을 되살리게 하는 설명들이 재미있었다.
5장은 문화 특성에서 비롯된 특수성이다. 여기서도 가장 먼저 나오는 유럽인은 운동화 신고 출근해서 구두로 갈아 신는데, 한국 사람은 구두 신고 출근해서 슬리퍼로 갈아 신는 차이에 대해 설명한다. 이 부분이 참 와닿았던 게 내가 회사에 입사하고 처음으로 유럽 법인에 근무하는 직원을 초청해 같이 2주 정도 일을 한 적이 있는데 이 친구도 그걸 물어봤다. 한국 사람들 왜 사무실에서 슬리퍼 신고 일하냐고? 좀 이상한 것 같다고. ㅋ 그 외에 점심 먹고 왜 양치질하냐? 창문 없는 사무실에서 일할 수가 있냐? 우리나라는 불법인데... 등등의 대화를 많이 나누었던 것 같다. 유럽 문화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미국과 한국의 화장실 공간 구조에 대한 내용도 재밌었다. 나는 왜 미국 화장실은 그렇게 불안정하게 만드나 했는데 그것도 외부로부터의 위험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란 걸 알고 나서 조금 이해가 되었다.
제3부는 세계는 정말 다를까?인데 제목에서 눈치챘겠지만 특수성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사실은 일반성으로 설명이 가능하다는 내용이다. 6장의 제목은 상식 깨기 :일반성으로 해석해 보기이다. 다만, 이 장은 정말 일반성으로 해석이 가능할지 조금 의문이다. 애당초 가정법에서 시작한 명제이니 답이 나올 리가 없겠다만... 중국의 짝퉁 문화도 경제발전 단계의 과정으로 이해될 수 있다고 하는데 글쎄... 난 좀 아닌 것 같지만... 다만, 일본과 한국, 그리고 중국이 약 20년의 시간차를 두고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공통점을 공유한 부분은 많이 공감된다.

마지막 제4부는 문화와 비즈니스, 그리고 한국은?이다. 하위 개념인 제7장은 문화와 비즈니스의 조합인데 여기서는 문화가 사업 또는 상업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한다. 가장 먼저 설명하는 것은 문화가 유사하면 무역과 비즈니스가 잘 될까? 하는 부분인데 일반적으로 그렇다고 한다. 문화적으로 유사하면 교역량이 많다고 한다. 우리나라와 교역량 1위는 중국인데, 중국과 우리가 문화적으로 가깝나 싶지만, 다시 잘 생각해 보면 전 세계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다. 물리적으로도 그렇고.

이렇게 정말 매우 오랜만에 지리책 한 권을 읽었다.
지리라는 걸 언제 공부했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오랜만에 새로운 분야에 대해 공부해 재밌었다.
지리라기보다는 다른 문화와의 공통점/차이점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되짚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봤다는 게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