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순서대로 읽으면 다른 거부터 봐야 하는데 부동산을 좋아하는 나는 오늘도 순서를 바꿔서 이 책부터 읽었다. 더군다나 내가 좋아하는 1기 신도시. 뭐 강남만 전문적으로 리뷰하는 블로거분들도 있고, 용산/마포 재개발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블로거분들도 있지만 역시 내 사이즈에는 1기 신도시가 딱인 듯(비하하는 거 절대 아님). 1기 신도시라고 만만하게 생각하는 건 아니고 1기 신도시에서 자라서 1기 신도시에서 살면서 투자를 여러 번 고민했으니 그래도 나름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메디테라 님이 1기 신도시에 관한 책을 내셨다고 해서 정말 기대가 많았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읽어 보았다. 사실 1기 신도시 강의는 몇 번 들을 기회가 있었는데 단 한 번을 못 들었다. 이렇게 육아가 힘들다. 메디테라 님도 내가 기억하기로 북극성 아카데미에서 수업을 하셨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북극성 아카데미 되게 좋아한다. 무엇보다도 북극성 아카데미에서 강의하던 분들 중에 무엇이 되었든 문제가 생겨서 강의에 차질이 생기거나 한 분이 단 한 명도 없었다. 투명하고 깔끔한 운영 때문에 되게 좋아하는 학원 중 하나이다.
메디테라 님은 특이하게도 교사로 일하던 분이다. 맞벌이 수입으로도 아이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자 본격적으로 부동산 투자를 시작했다. 지금은 8년 차 투자자로 경제적, 시간적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저서로 <부동산 처방전> 이 있는데 이건 내 기억에 읽어본 적이 없는 것 같고, 북극성 멘토들과 공저로 지은 <직장인 재테크, 우리는 부동산으로 투잡 한다>는 두 번 읽었다. 허무맹랑한 얘기나 자극적인 과장 없이 꼭 필요한 도움 되는 이야기들로 꽉 차 있는 책이었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
제1장 제목은 "안전하고 가성비 좋은 아파트를 가질 기회, 바로 재건축에 있다."이다. 책의 제목도 그렇지만 사실 내용 상으로는 재건축만 다루지는 않는다. 요새 뜨는 정비 사업인 리모델링도 함께 다룬다. 1기 신도시가 요즘 주목을 받는 이유는 1기 신도시 특별법 때문에 더 그럴 텐데. 글쎄... 개인적으로는 정치적인 이슈가 결합되어 주목을 받는 경우에는 더욱 객관적으로 부동산을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1기 신도시에는 용적률과 대지지분이 재건축을 할 만큼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 곳도 많다. 리모델링도 추가 분담금과 공사 기간 등 생각하면 쉬운 부분이 없으므로 잘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1기 신도시에 입주한 전체 가구/호 수는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 꾸준히 재건축과 리모델링 이슈가 쉬지 않고 들려오는 것도 사실이다. 어떻게 보면 진행을 하든 안 하든 계속 입소문을 타고 괜찮은 시세를 유지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호재라 생각한다. 더군다나 서울에 비하면 갭투자에 들어가는 금액 자체가 적기 때문에 투자하는데 드는 부담도 적은 편이다.
제2장은 "1기 신도시 대장주, 분당." 뭐 이견의 여지가 없는 1기 신도시 대장 분당. 천당 위의 분당. 사실 개인적으로 분당만이 재건축이 가능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1) 충분한 용적률과 대지지분이 나와서 사업성이 좋아야 하고, 2) 입지가 양호하여 일반분양이 잘 팔려야 한다. 3) 조합원들이 추가 분담금을 부담할 여력이 되어야 한다. 이런 요건들을 전부 충족시킬 수 있는 단지는 현재로서는 분당밖에 없지 않나 싶은데. 가장 큰 이유는 1번. 대지지분과 용적률이 분당 외의 다른 신도시들은 비교적 빡빡하게 지었기 때문이다. 분당에서는 그래도 재건축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되는 아파트가 꽤 보이는데 시범 단지라든지, 효자촌이 괜찮을 것 같다. 나 역시 효자촌 단지 내 상가 물건을 고민하다 돈 없어서 포기한 적이 있는데(대개 이런 이유로 포기함 ㅋ) 분당에는 대지지분이 말도 안 되게 많은 상가도 적지 않다. 지분이 큰 상가를 고르는 것도 괜찮을듯하다.

분당은 리모델링 단지들도 역시 인기가 좋다. 난 분당까지는 리모델링은 시간이 걸려서 문제지 당연히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미 시간이 참 오래 지난 것 같다. 그나마 속도가 빠르다고 진도 나가고 있는 곳이 느티마을 3단지, 4단지인데 내 기억에 여기도 이미 10년이 넘은 것 같다. 어찌 됐든 참고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내력벽, 천고 등 소소한 문제들은 규제를 완화해서 정비 사업이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해 주면 좋겠다. 아무튼 내가 볼 때는 분당은 농담이 아니라 다 좋은 것 같다. 솔직히 말해서 눈 가리고 지도에서 그냥 아무 데나 찍고 매수를 검토해도 좋을 만큼 분당은 참 괜찮은 단지이다.

3장은 "아직 기회의 땅, 일산."이다. 책의 순서가 왜 분당 - 일산 순인지 모르겠다. 아마도 건설 물량 자체가 분당 - 일산 순으로 많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일산부터는 조금 더 신중을 기해서 투자를 고려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본다. 학군과 교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만족시키는 지역을 우선하여 보고 있다. 뭐 사실 많지 않다. 일산 서구의 후곡 학원가와 일산 동구의 백마 학원가이다. 서구가 동구보다 교통이 좀 열세인 편이긴 한데, 후곡 학원가는 사실 서구와 동구의 경계에 가깝긴 하다. 그리고 후곡 학원가가 백마 학원가보다 조금 더 큰 것으로 알고 있다. 사실 일산 서구는 일산으로 안 보는 사람들도 있기는 한데 뭐 그건 딱히 정하기는 좀 그러니까... 아무튼 개인적으로는 동구의 백마 학원가 쪽이 조금 더 투자 대상으로 보기에는 괜찮은 것 같다. 그러나 또 서구는 지금 이번 조정장세에서 더 많이 빠진 지역에 속하므로 실거주를 겸하기에는 서구를 잘 찾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GTX 노선 등 교통 측면에서도 변화가 많이 일어날 수 있다. 사실 일산도 인구가 많은데 강남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단순한 이유로 1기 신도시 중에서 부천의 중동, 군포의 산본에 가격에서 밀리는 느낌이다. 향후 GTX 노선이 들어서면 바뀔 수 있을지 관심이 많이 가는 동네다. 대형 평수를 중심으로 용적률과 대지지분이 괜찮은 단지들이 있기 때문에 정비 사업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 같다.
4장은 평촌이다. 제목은 "전통 학군지 강자, 평촌" 아마 평촌이 학원가가 제일 크지 않을까? 1기 신도시 학원가랑 중계동 학원가까지 다 둘러봤는데 평촌이 제일 큰 것 같다. 실제로 비교해 본 것은 아니고 내가 느끼기에. 그리고 내가 알기로도 평촌에 출강하는 강사들의 수준이 꽤나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맥도날드나 카페를 가도 여기서는 항상 애들이 공부하고 있음. ㄷㄷㄷ 평촌 또한 내가 아주 잘 아는 동네다. 동생네 부부와 부모님이 여전히 평촌이 살고 계시기도 하고. 평촌에 경매 물건 나오거나 급매물 나오면 돈은 없지만 꼭 한 번씩 가서 구경하고 오고. ㅋ 초원마을, 귀인마을 전용 85 기준으로 매매-전세 갭이 2억 안쪽으로 소액 투자할 수 있는 지역이었는데 전부 옛날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아무리 학군지라서 전세가 받쳐준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4억 내외는 있어야 마음 놓고 투자가 가능하다.

귀인마을, 향촌마을. 꿈마을, 목련마을이 인기 있는 단지다. 책에도 잘 설명을 했지만 귀인중, 평촌중, 범계중 학군이 인기가 높다. 사실 학업성취도 평가는 문재인 정권 들어서면서 진작에 없어졌고, 과거의 점수로도 귀인중과 평촌중, 범계중의 점수 차이는 거의 나지 않는데 아무튼 실제 학부모들이 느끼기에는 귀인중 선호 현상이 강하다. 인근 단지에서도 그래서 어떻게든 귀인중 단지로 이동을 많이들 하려고 하는 편이다. 뭐 그런 연유로 꿈마을 괜찮은 것 같다. 입주 폭탄 때문에 조정을 제일 많이 받았다고 하고, 앞으로도 트리지아 등 입주 물량이 꽤나 많은 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세를 엄청 회복했다. 지금 글 쓰면서 네이버 부동산으로 확인해 봤는데 귀인마을 15억에 내놓기도 했네. 학군이 받쳐주다 보니 심하게 빠지지도 않고 빠진다 하더라도 금세 회복하는 분위기다.
다음은 중동이다. 5장의 제목은 "숨은 진주, 중동"이다. 중동서부터는 투자 매력이 조금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냥 적어도 내가 생각하는 방향과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안전한 투자는 첫째로 '여차하면 내가 직접 들어가서 살 수 있는 집에 투자하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 가족은 직장 문제 등으로 중동에는 거주하기가 어렵다. 그리고 중동의 단지 구성이라든지 가격대라든지 여러 부분에서 조금 내가 생각하던 부분과는 괴리가 느껴지긴 한다. 중동에서는 아파트보다는 가끔씩 나오는 다가구나 상가주택 경매 물건을 조금 참고하는 편이다. 1기 신도시 중에서 학군지, 학업에 대한 관심도도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지역이라 순전히 교통과 시세만 보고 투자 또는 거주하는 분들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관심 단지를 꼽으라면 포도, 삼보, 영남 단지 정도? 그런데 지금 매매-전세 갭이 꽤나 적은 편이다. 신혼부부 또는 적은 투자금액으로 도전하기에 괜찮은 곳이라 생각한다.
마지막 제6장은 내가 20년 거주한 산본이다. 제목은 "평촌과 함께 가는 산본 신도시" 제목은 팩트인데 꼭 평촌의 동생 같은 느낌이다. 이게 사실인데 뭔가 기분이 좋지 않은 않다. ㅋ 산본은 그 입지 상 평촌을 뛰어넘기가 어렵다. 서울과의 접근성에서 차이가 나니까. 지하철로는 2~3 정거장 차이인데 그 갭이 사실 작지 않다. 산본에 오래 거주한 우리 부모님과 동생도 평촌이 훨씬 좋다고 하니 좋기는 좋은가 보다. 의뢰로 산본이 정비 사업을 매우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여기는 용적률과 대지지분이 그다지 사업성이 좋지 않은 단지가 대부분이다. 반면에 주차난은 얼마나 심한지 진짜 테트리스 잘해야 된다는 소리가 괜히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단지가 많다. 1~3단지, 6단지, 11단지 등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들이 많은데 앞에도 말했다시피 혹시나 정비 사업이 더디게 진행되더라도 마음 놓고 투자를 할 수 있는 단지를 보는 것이 좋겠다.
4단지 한라, 5단지 가야 같은 경우는 용적률이 매우 낮기 때문에 재건축을 진행하려고 한다. 다만, 수리산역 생활권은 메인 상권이 아니다. 수리산역 앞에는 아무것도 없다. 수도권의 지대는 계속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 지대가 건축비를 압도하는 시기가 오면 재건축도 가능하겠지만 입지가 산본 내에서도 메인이라고는 볼 수 없는 만큼 여기 역시 신중하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산본 신도시 역시 신혼부부가 살기에는 아주 좋은 것 같다. 1~14단지 모두 중심상권까지 도보 이동이 가능하도록 잘 설계되어 있다. 개인적으로 관심 단지는 공교롭게도 초기부터 택지 개발 지구에 편입되지 않는 래미안하이어스, e편한세상금정역에코센트럴, 힐스테이트금정역이다. 신축이 귀한 동네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오늘은 이렇게 1기 신도시에 대해 공부해 봤다. 뭐 요새 가성비로 투자하지 말고, 살 수 있는 것 중에 무적권 젤 비싼 거 사라는 사람도 많은데 사실 1기 신도시도 가격이 꽤 나간다. 가벼운 마음으로 턱턱 살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그래도 여전히 1기 신도시가 투입자금 대비 가성비가 아주 좋은 편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1기 신도시에는 속하지 않지만 이와 유사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광명이라든지, 용인 수지도 같이 정리를 해두면 좋으리라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