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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차트 패턴 63 - 최적의 매매 타이밍을 찾는 법
윌리엄 자일러 지음, 김태훈 옮김 / 이레미디어 / 2022년 8월
평점 :
차트 패턴에 여러 번 도전했었다.
하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차트 분석에 대한 책 자체는 열심히 읽었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읽다가 이해가 잘되지 않는 부분도 있었고, 인지부조화. 읽으면서 "아. 이건 진짜 아니지. 말도 안 되는 얘기를 써놓았네."라고 내 스스로 밀어 버리는 책들도 있었다. 결국 믿음에 대한 이야기다. 차트분석이나 추세매매가 소용없다는 믿음.

어디서부터 시작했을까? 차트분석은 기본적으로 주가의 흐름이 과거의 패턴과 유사하다는 믿음에서 시작한다고 본다. 동의한다. 그리고 차트는 투자자의 심리를 어쨌든 가장 객관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지표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 책에서는 차트를 공급과 수요의 상호작용에 대한 기록이라고 표현했다. 이 또한 훌륭한 얘기다.
하지만 차트를 읽고 주식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또 어느 지점에서 멈출지 예측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반대로 주식의 내재가치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현재의 주가와 비교해 투자하는 가치 투자도 나는 좋아한다. 차트분석과 가치 투자가 서로 반대되는 개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읽다가 실패한 다른 책들과 달리 이 책은 일단 기본적으로 쉽고 재미있다. 다른 책들이 엄청 어려웠던 건 아니지만 요즘에는 정보가 넘쳐나서 그런지 분석해야 할 차트의 모양새는 하나인데 관련 사진과 그림을 몇 개씩 갖다 붙이는 바람에 더 가독성과 이해도를 떨어뜨리는 문제가 발생하는 책들이 대부분이었다.
이 책은 차라리 심플해서 좋았다. 무슨 모양의 차트는 무슨 이유로 어떤 신호를 보낸다는 말이면 사실 충분한데 그걸 이렇게 저렇게 복잡하게 설명하느라고 책이 수면제가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런 책들보다 개인적으로는 훨씬 나았다. 그냥 읽고 바로 아 이건 그거구나라고 직관적으로 습득하면 되는 편이었다.
책의 저자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윌리엄 자일러는 오랫동안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트렌드라인에서 근무했으며, 1934년 그의 형 밀턴에 의해 설립된 CRB에서 사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처음에 저자 소개를 읽다가 숫자가 잘못된 건가 했다. 그만큼 이 책은 오래되었고 그것은 오랜 기간 동안 사랑받았다는 반증이기도 한 것이다. 책이 오랫동안 꾸준한 판매고를 보였다는 것만큼 확실한 시그널이 또 있을까? 60년 전에 나온 책을 아직도 찾는다는 얘기는 이 책이 차트 매매의 교과서라는 이야기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는 CRB의 선물 차트 서비스와 트렌드라인 차트 서비스 그리고 CRB 선물 가격 지수를 개발했는데 이는 지금까지도 세계 상품 가격 움직임을 측정하는 데 필수적인 기준점으로 사용된다.
책은 제1장 투자자를 위한 도구부터 제17장 함정과 이익까지 각각의 주제에 대해 균등하게 주제를 다루었다. 목차가 계층구조를 이루고 있지는 않다는 이야기다. 17개 장의 주요 내용을 일일이 요약할 수는 없으므로 간략히만 말하자면 추세, 헤드앤 숄더, 이중 천장과 이중 바닥, 200일 이동평균선 등이 주된 주제를 이룬다. 사실 주식을 오래 한 분들이라면 대부분의 개념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겠지만 그래도 책을 통해 읽으니 확실히 이해도 더 잘 되고 사실 여러모로 신기하고 놀라웠다.

처음에 숫자를 못 봤으면 모르겠는데 앞에서 이미 1934년이라는 숫자를 봤지 않았는가? 1934년에 이런 차트분석이 나왔다고 생각하니 정말 기가 막혔다. 차트를 그려보는 것조차도 버거웠을 것 같은데 그걸 분석까지 한다니. 인류는 참으로 대단한 것 같다. 이런 부분까지 파고들어 연구에 연구를 더하고. 주가의 흐름조차 읽을 생각까지 어떻게 했나 싶다.

책의 내용은 크게 새로울 것은 없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이 책이 과거부터 오랜 기간 동안 꾸준히 사랑받아 왔다는 점을 잊지 말자. 꾸준히 사랑받아온 고전은 특별한 매력이 있다. 간결하고 명확하며 복잡하지 않은 쉬운 설명이 나는 좋았다.. 너무 많은 설명과 차트로 도배된 책들보다 이렇게 담백한 설명이 더 좋았던 것 같다. 일단 단기간에 차트를 제대로 이해하고 써먹어 보겠다 생각하면 이 책이 제일 낫지 않을까 싶다.

늘 얘기하지만 일단 나부터가 차트분석을 그다지 신뢰하는 편은 아니다. 나는 뭐 가치 투자자도 아니고 끔찍한 혼종 뭐 그런 건데 좋은 기업이라고 생각하면 차트도 안 보고 돈 생길 때마다 그냥 기계적으로 분할매수한다. 이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기도 하고. 다만 자금은 한정되어 있고 좋은 기업의 주식을 사고 싶기는 한데 좋은 매수 타이밍을 잡기 위해 계속 노력하고, 또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면 이 책이 많은 도움을 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적어도 이론적으로 좋은 타이밍을 계산하고 그에 맞춰 매수를 하면 심리적으로라도 더 안정을 얻을 수 있지 않겠나 싶다. 완벽한 공부 방법은 없다. 하지만 공부해서 손해 볼 것도 없다. 가치 투자자 또는 적립식으로 분할매수하는 투자자도 읽어보면 좋은 내용들이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