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의 주주 서한 (양장) - 버핏이 인정한 유일한 버핏 책, 제6판 개정증보판
워런 버핏 지음, 로렌스 커닝험 엮음, 이건 옮김 / 에프엔미디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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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존경하고 또 좋아하는 워런 버핏의 책을 또 한 권 읽었다.

내 기억이 맞는다면 이 책은 수지에 살 때 수지도서관에서도 대여해서 읽었던 것 같다.

아 이래서 무언가를 읽었으면 읽었는지 여부를 어딘가에 기록을 해두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내 기억이 맞아서 그런지 책의 상당한 내용은 어딘가에서 분명히 읽긴 읽은 기억이 난다. 그동안 집에서 여러 가지 버핏 책을 이것저것 왔다 갔다 하며 읽은 덕분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이 책은 워런 버핏이 인정한 유일한 버핏 책이라 할 수 있다. 책은 워런 버핏이 1929년부터 2021년까지 43년에 걸쳐 직접 쓴 주주 서한을 워런 버핏 전문가인 로렌스 커닝햄이 주제별로 분류하고 편집한 다음 해설을 덧붙인 최신판이다. 원서에는 2018년까지의 주주 서한이 있으나, 한국어판에서는 무려 2019년부터 2021년까지의 주주 서한을 편역자가 번역해 추가했다. 대단하다. ^^

 

 

워런 버핏은 뭐 다들 알다시피 설명이 필요 없는 몇 안 되는 투자자 중의 한 명이다. 역사상 가장 성공한 투자자이자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투자의 교과서라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투자방법을 따르기 위해 노력한다. 막대한 자산에도 불구하고 검소하게 생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미 나 역시 버핏에 대한 책들을 많이 읽었기 때문에 그가 어떤 사고와 생활습관을 유지하는지 잘 알고 있다. 버핏은 매년 주주 서한을 통해 전 세계 투자자들과 소통을 하고 있는데, 이 책은 다들 아시다시피 그 내용을 집대성한 책이라 할 수 있다. 버핏도 버크셔 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자신의 철학을 잘 정리한 최고의 책이라고 인정했다.

 

 

책은 보기에도 그래 보이지만 두께가 상당하다. 이걸 과연 다 읽을 수 있을까 싶기는 하지만 다 읽고 나면 확실히 주식에 대해 느끼는 바가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책의 목차는 제1장부터 기업 지배구조, 투자, 주식의 대안, 주식, 기업 인수, 가치 평가, 회계, 세금, 역사, 맺는말로 총 10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일반적으로 제1장부터 제4장까지는 비교적 친숙한 파트로 많이 읽는 부분이다. 물론 뒷부분의 5장부터 10장까지도 훌륭한 내용이 많은데 최소한 여기까지라도 꼭 읽어보면 좋겠다. 주식에 투자하는 우리들 서학 개미로서는 제2장, 제4장, 제6장을 읽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책의 분량이 워낙 많아서 나는 이 제1장부터 제4장까지 4개의 장을 중심으로 간략히 주요 내용을 설명하려고 한다.

 

 

책은 누차 얘기하지만 상당히 두껍다. 그러나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재미있다. 그래도 워런 버핏이 약간의 위트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고, 명언을 남기기 위해 스트레스까지 받는 사람이라 그런지 책(사실 책이 아니라 주주 서한이지만...)도 쉽고 재미있게 쓰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많이 보인다.

 

 

이 책의 첫 번째 장인 제1장의 주제는 기업의 지배 구조이다. 단순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이 장이 그렇게 중요할까 생각했지만 막상 읽어보니 여기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우리는 이사회나 주주총회에 대해 그렇게 깊게 고민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대한민국의 경우는 더 한 것 같다. 기업의 장기적인 발전방향보다는 단기적인 주가 차익을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는 투자 태도의 차이가 큰 것 같다.

 

 

특히 이사회와 경영자는 서로 어떤 위치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며, 어떻게 견제해야 하는지가 잘 나와 있다. 이 부분을 특히 재미있게 읽은 이유는 그가 이미 이사회와 경영자가 지나치게 유착관계를 형성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들을 이미 거론하고 있기 때문이다. 거수기에 불과한 이사회라든지, 직속상관이 없어 평가 기준이나 대상이 부재한 CEO의 문제. 이런 것들이 오랜 경험과 통찰력이 있는 뛰어난 투자가가 아니라면 지적하기 힘든 부분이다. 사실 다른 책에서는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책의 내용이 그렇게 거칠거나 자극적이지는 않은데, 사외사들의 경우 사태를 바로 잡지 못하면 사퇴해야 된다는 쓴소리도 아끼지 않는다.

 

 

CEO와 사외이사 등 이사회가 취해야 할 태도와 관계에 대해서는 그 외에도 많은 부분을 할애하여 설명하는데, 예상했다시피 굉장히 엄격하다. 사실 실무에서는 이런 거 안되는데 싶을 정도로 융통성이나 타협 없이 원칙적인 태도를 고수한다. 너무 교과서적인 얘기라서 될까 싶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를 잘 알려주기 때문에 정말 정직하고 우량한 기업이라면 이런 관계를 잘 유지해야 될 것이다.



제2장의 주제는 투자인데, 우리는 여기서 투자의 기본을 공부할 수 있다. 이 장에서 나의 투자습관에 대해 많이 돌아보게 된다. 평소에 잘 지켰던 부분도 있고, 그렇지 못했던 부분도 있다. 인상 깊었던 부분이라면 128p~129p의 투자의 기본 이야기다. 전문가가 아니어도 만족스러운 투자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고 매우 확실한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 자산의 미래 생산성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 경기는 점수판만 쳐다보는 선수들이 아니라 시합에 집중하는 선수들이 승리한다는 것(특히 이 부분이 와닿았다.). 주가를 보지 않고서도 토요일과 일요일을 즐겁게 보낼 수 있다면 평일에도 그렇게 해보라는 부분에서 왜 그게 안될까 하며 자신을 돌아보기도 하고.

 

 

사실 책의 내용 중 기존에 몰랐던 부분이나 새로이 깨닫게 되었다고 느낀 부분은 많지 않았다. 아시다시피 그런 투자를 좋아하지도 않는다. 무언가 투자라는 것이 학습과 노력의 양에 비례한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으므로. 그것보다는 기계적으로 우량한 기업의 주식을 꾸준히 매수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탁월한 경영자가 이끄는 탁월한 기업이라면 버핏은 그 기업의 일부(주식)를 영원히 보유하고 싶다고 했는데 이런 마인드가 내가 추구하던 방향과 같은 것 같다. 나 역시 가급적이면 우수한 기업의 주식을 최대한 오래, 아니 평생 보유해야겠다. 이런 기업의 주식을 파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라 생각한다. 후회할 가능성이 크다.

 

 

내가 미국 주식을 시작하고 나서 두 번 정도 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한 번은 코로나 쇼크가 발생한 2020년 연초이고, 또 한 번은 바로 한두 달 전이다. 시장 폭락으로 부정적인 뉴스가 계속 흘러나왔지만 기업과 경영자를 믿고 계속 그냥 두었다. 그랬더니 알아서 주가는 금세 회복되었다. 직장 생활을 병행하느라 엄청난 주식 공부를 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주기적으로 재무제표의 필수적인 부분들은 확인했고 CEO의 인터뷰와 기사 내용은 틈틈이 확인했다.

 

 

그래서 단기적인 이슈에 흔들리지 말고 장기적으로 접근하자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도 주식은 기본적으로 변덕스러운 투자자들보다는 장기 투자자들의 실적이 더 좋기도 하고. 내가 주식을 하는 이유도 역시 확률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우량한 미국 주식에 장기 투자할 때가 가장 성공 확률이 높다고 생각해 실천에 옮기고 있는데 이런 생각의 뒤에는 역시 워런 버핏이 있다.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그러한 생각을 더 굳힐 수 있었다.



제3장은 제목이 주식의 대안이다. 사실 이 장은 중요한 장으로 보기 어려울 수도 있는데 나는 꽤나 재미있었다. 말 그대로 주식 대신 투자할 수 있는 대안에 대해 설명한다. 제일 먼저 나오는 게 금이다. 금 중요하지. 코로나 때도 그렇고 두어 달 전 주가 조정장세에서도 금은 그럭저럭 제 역할을 해줬던 것 같다. 뭐 사실 금도 대부분 GLD 같은 ETF를 통해 간접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을 테니 완전한 주식의 대안으로 보기도 좀 그렇다만. 개인적으로는 버핏과 같은 이유로 금에는 투자하지 않는다. 용도가 많지 않고, 산출물도 나오지 않는다는 것. 미래를 바꿀 수 있는 혁신적인 기업들이 난무하는 게 굳이 금덩어리나 석유 같은데 투자할 필요가 있나 싶어 따로 투자하고 있지는 않는데 글쎄. 자산이 정말 많아지면 배분 차원에서 일부 투자를 해볼까 싶기도 하다.

 

 

책에서 많은 부분을 할애하지는 않았지만 집에 대한 얘기도 당연히 등장한다. 주거용 부동산이야말로 대부분의 국가에서 안정적이고 선호되는 재테크 수단이라 생각하는데 버핏은 생각이 조금 다르다. 집은 실제 거주 목적으로 사야지, 매매 차익이나 재융자를 기대하고 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소득 수준에 맞는 집을 사야 한다는 것이다. 버핏이 집을 바라보는 관점이 우리 어머니랑 비슷한 것 같다.

 

 

우리 어머니가 버핏 책을 읽은 것일까? 아무튼 나는 집에 대한 생각은 워런 버핏과는 조금 다른데 뭐 굳이 반박을 할 생각은 없고 그저 무리해서 사면 안되겠다는 정도로 이해하려고 한다(버핏의 의도는 그보다 세게 얘기했지만...). 사실 주식의 대안이기 때문에 가상 화폐도 이 장에서 다뤄주었으면 좋았겠지만 여기서는 언급이 없다.



이어서 제4장 주식 편을 간략히 설명하고자 한다. 이 장도 주식을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부분이다. 이 장의 주제가 주식이니까 나를 부자 만들어 줄 수 있는 주식 고르는 법을 설명할 것 같지만 제일 먼저 하는 얘기가 인덱스 펀드를 고르라는 이야기다. 버핏이 이렇게 얘기하는 이유는 그만큼 저비용 인덱스펀드의 승률이 좋기 때문이다. 버핏도 투자 상품을 운용한다. 바로 버크셔 해서웨이 말이다. 굳이 인덱스펀드를 홍보해 줄 필요가 없다. 그럼에도 이렇게 인덱스펀드 얘기를 해주는 이유는 너무 좋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인덱스펀드의 수익률을 앞지르는 펀드를 찾는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쉽지 않은 일이다.

 

 

나 역시 유혹에 눈이 멀어. 그리고 이 ETF야말로 다를 것이라는 기대감에 특정 테마를 주제로 하는 ETF에 투자를 해봤다. 결과는 실패였다. 약간의 손실을 기록하고 바로 손절해 버렸는데 그 후로도 어마어마하게 추락했다. 진작에 빠져나오길 잘했지. 펀드매니저는 모두들 똑똑한 사람들이고 어마어마한 보수를 받겠지만 어쨌든 결과는 답을 말해준다. 인덱스펀드를 이기는 것조차 쉽지 않다. 나는 현재 ISA 계좌에 나스닥 100 추종 ETF를 조금 보유하고 있는데 비중을 늘려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ISA 계좌에 왜 배당주 안사고 뜬금없이 나스닥 100 추종 ETF냐 하겠지만, 오로지 미국 주식만 투자하고 싶었고 나스닥 100 추종을 사도 세제 상으로 조금은 이득을 본다 생각했다.)



이것으로 책의 주요 챕터를 중심으로 리뷰를 살펴보았다.

양이 꽤 되긴 하지만 거를 만한 챕터가 사실 하나도 없다. 각각의 장이 모두 중요하기 때문이다. 만약에 1,2년 정도 해외 출장을 가게 된다면 피터 린치의 책과 더불어 반드시 가져가야 할 책으로 꼽힐 것 같다. 그만큼 이 책은 주식의 교과서라 할 수 있고 두고두고 반복해서 읽어야 할 책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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