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은 축복이었습니다
현혜 박혜정 지음 / 굿웰스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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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나의 신체 일부를 다쳐 평생 휠체어에 의지해야 한다면 어떨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여유와 너그러움을 잃지 않을 수 있을까?



오늘 소개할 현혜 박혜정 님은 1994년 등굣길, 하늘에서 날벼락처럼 떨어진 간판에 맞아 척추신경이 끊어지고 하루아침에 중증 장애인이 되었다. 얼마나 절망적인 느낌일지 상상하기 힘들다. 나도 갑자기 암 선고를 받긴 했지만, 어느 정도는 예상을 하기도 했고. 아니. 치료가 비교적 쉬운 편인 갑상선암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만큼 힘들 것 같다. 더군다나 박혜정 님이 다쳤을 때는 10대 청소년이었다. 꿈 많은 그 시기에 좌절이 얼마나 컸을까?.

 

 

가혹하다. 솔직히 나만 하더라도 "왜 하필 나일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는데. 하늘에서 떨어진 간판이라니. 안타까운 이야기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혜 박혜정 님은 희망의 끊을 놓지 않았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장애를 받아들이고, 천천히 힘든 시기를 이겨냈다. 검정고시와 독학으로 공부해 친구들과 함께 대학에 진학했다. 대학 생활을 하며 봉사 동아리와 야학 교사 활동, BK21 장학 연수생으로 미국과 캐나다도 다녀왔다.



현혜 박혜정 님의 삶에서는 무엇무엇을 했다는 경력보다는 삶을 마주하는 태도에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비록 다리는 조금 불편할지 모르지만, 내가 아는 그 어떤 사람보다도 더 건강한 정신과 열정을 가지고 계신듯하다.

 


그런 면에서 저자인 현혜 박혜정 님으로부터 많이 배우게 된다. 하반신이 마비되기 전에 할 수 있던 일이 만 가지라면, 이제 할 수 있는 일을 구천 가지가 있다. 그리고 잃어버린 천 가지를 자꾸 떠올리며 후회할 수도 있고, 아직 가능한 구천 가지를 생각하며 기쁘게 살 수도 있다는 말씀이 생각난다. 우리 삶은 이렇듯 자기 자신에서 선택의 기회가 달려 있다.



반성해야겠다. "나는 정상인이니 현혜 박혜정 님보다 나아서"가 아니라 한 번뿐인 삶. "일생의 소중함에 대해 다시 한번 그 중요성을 일깨워 주어서" 감사하다.

 


책을 읽으면서 나도 개인적으로 몇 가지 반성을 조금 했는데, 삶을 너무 보수적으로만 살아온 것은 아닌가 하는 느낌도 든다. 그러고 보니 여전히 최근 들어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본 것이 별로 없는듯하다. 물론 나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하지만 대개는 기존에 하던 일들을 더 잘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새로이 무언가를 시작해 본 경험이 언제인지 모르겠다. 다리가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부모님 품에서 독립도 하고, 해외여행도 가고 견문을 넓히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데 나는 너무 변화와 도전 없는 삶을 살아온 것은 아닌가 반성해 본다.


 

책에서 언급한 이근후 박사님 말씀처럼 "무모하게 사는 것이 가장 안전한 길이다."라는 대목에서도 많이 공감된다. 이제부터 정말로 더 많은 도전을 해봐야겠다. 이런저런 핑계를 많이 댔다. 돈 아깝고, 시간 아깝고, 귀찮아서 미뤄 두었던 일들을 하나씩 해봐야겠다. 물론 대책 없이 그냥 시작할 것은 아니고,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일이라고 해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겠다는 정도. 이런 자극과 반성이 더욱 열정적으로 살기 위한 나의 생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삶에서 열정과 긍정을 느껴보고 싶은 분이라면 꼭 이 책을 읽어보시기 바란다.

 


우리는 종종 중요한 사실을 잊고 산다.

지금 사는 세상은 단 한 번뿐이다. 지나간 사실에 대해 되돌릴 수도 없고, 다가올 미래에 대해 예상하는 것도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를 즐기지 못하고 '버티는 삶'으로 사는데 익숙하다.

 


돌이켜 보면 평생을 버티고 미루는 삶으로 살아냈던 것 같다. "대학만 들어가면", "군대만 제대하면", "결혼만 하면", "아기 초등학교만 들어가면". 늘 이런 식이다. 현재의 행복과 즐거움을 온전히 느끼지 못하고 계속 유예시켰던 것 같다.

왜 그랬을까. 한 번뿐인 삶. 되돌릴 수도 없으니 더 현재에 충실하고 지금을 즐겼어야 하는데. 그래서 일생이라고 하는 건데.

생일 한 번뿐이라서 더욱 절실하게 살아가야 하는데 역설적으로 우리는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

 


중증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일은 조금은 조심스럽다.

누구나 불의의 사고로 장애를 가질 수 있다든지, 더 힘든 여건 속에서도 긍정적인 태도로 삶을 살아가는 분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런데 예전부터 가졌던 생각이지만, 내가 장애인이라도 그런 식의 이야기는 딱히 와닿지 않을 것 같다.



작년에 나 역시 암을 겪으면서 나 또한 어떤 면에서는 장애인이다. 소득세법상 장애인이 되었다. 5년간 장애인 소득공제를 받게 되었으니. 그런데 나 역시 "당신보다 더 심한 암에 걸린 사람이 있다"거나, "갑상선암이라 다행이다."라는 얘기를 들어서 기분이 딱히 좋지는 않다.


 

수술을 하기 전까지 걱정이 참 많았다. 만약 수술이 잘못되면 어쩌지?부터 전이된 부분이 있으면 어쩌지? 등등 여러 가지 걱정과 고민이 많았다. 밤에 잠드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루 중 가장 행복할 시간인데 자려고 누우면 "그런데, 내 삶은 왜 이럴까?"라는 생각이 슬며시 떠올랐다. 억울하다는 느낌과 함께. 그래도 수술이 잘 되었고 경과도 좋았기에 이제는 그런 생각은 잘 하지 않는다. 오히려 암 선고를 받았을 때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던 그 간절한 느낌마저 전부 사라져 안타깝기도 하다. 삶이라는 게 이렇게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저자가 책에서 다루었던 방식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서로에게 더 위안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힘들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하고 열정을 추구하는 삶을 살았던 이야기를 공유하는 편이 가장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저자의 때로는 무모해 보이는 작은 도전들로 하여금 성취감과 자신감을 느꼈다는 이야기들로부터 나도 감명받았다. 수술을 받기 직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더 도움이 되었을 것 같다. 실제로 나는 수술 전에 암을 이겨낸 성신제 님의 책을 몇 권 읽고 수술실에 들어갔다. 시련과 좌절 앞에 무릎 꿇지 않고 계속해서 긍정적인 자세를 유지한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마지막으로 장애인에 대해 더 많이 배려하고자 한다. 책을 읽고 내가 그동안 장애인에 대해 너무 수동적으로만 생각하고 행동하던 것은 아니었나 반성해 본다. 휠체어에 탑승해 있는 사람을 본다면 먼저 도와드릴 부분은 없는지 물어서 확인하도록 해야겠다.

 


그리고 늘... 집 앞의 장애인 보호구역에 얌체같이 누군가는 주차를 하던데 이제 꼭 신고를 하려고 앱까지 다운로드했다. 솔직히 그동안은 같은 동네 사람들끼리 얼굴 붉히고 싶지 않아서 보도고 모른 척을 했는데 더 이상 그래서는 안될 것 같다. 빠짐없이 전부 신고해야지.


 

우리들은 너무 바쁘고 각박한 삶을 살아내느라 배려가 무엇이고 행복이 무엇인지 잊고 살지는 않았나 생각해 본다. 누구나 각자 힘든 부분이 있지만 생각이 태도를 바꾸고, 그것이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힘들어도 좋은 면을 찾고 좋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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