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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지막 영어공부
박소운 지음 / 원앤원북스 / 2022년 7월
평점 :
절판
아빠표 영어를 익혀서 아들에게 가르쳐주기로 결심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이 책이 바로 눈에 들어왔다.

영어 공부하기로 하자마자 영어 공부법 책이 등장하다니, 아무래도 하늘이 내린 기회인 것 같다.
이럴 때 바짝 공부해야지. 더군다나 이 책의 주요 독자층도 나와 같이 직장 다니며 다시 영어 공부를 해보고자 하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제대로 영어 공부 좀 해보고자 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다.
저자인 박소운 님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했다. 재학 중에 <매일경제>에 입사해 사회부 기자로 3년 동안 일한 경력이 있다. WHO, UNESCO, 외교부, 삼성전자 등의 통번역 업무를 해왔다. 통역사로 꾸준히 활동해왔으며 저서로는 <통역사의 일>이 있다.
통번역대학원 중에 최고라 할 수 있는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을 나오셨구나. 나도 대학교 4학년 때, 잠깐 통번역 학원을 다녔던 적이 있다. 당연히 나는 제일 기초반. 장교로 임관하기 전에 토익이 점수가 잘 나온 게 있었는데 벌써 15년 전의 일이라서 지금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장교가 토익 점수만 잘 나와도, 통역 교육을 들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통역장교는 별도로 뽑는다. 보통 해병대에서는 1,2명만 뽑고 대부분 해외대 출신인데, 적은 인원만 통역 교육을 보낼 수 없으니 보병 장교 중에서도 괜찮은 영어 성적이 있는 자원은 같이 교육을 보내 준다고 들었기에 겸사겸사 영어 공부도 할 겸 학원을 다녔다(참고로 어학 성적은 충분히 잘 나왔지만 통역 교육 같은 건 구경도 못했고 계속 최전방에만 있었다. 그렇다고 후회는 없고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그때는 남는 게 시간이라 아침에 일어나서 밤늦게까지 영어 공부를 하곤 했었는데 그래도 통번역 학원 공부는 꽤나 어렵고 긴장되었던 기억이 난다. 제일 쉬운 반이었는데도 그랬으니 대학원에 합격할 수준의 실력이면 어마어마했을 것이다.
이 책은 올바른 영어 공부에 대해 논하고 좋은 영어 공부 방법에 대해 현업에서 통번역을 열심히 했던 저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의견을 내놓는다. 책은 총 5개의 Part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의 목차를 짚어보는 것보다는 차례대로 인상 깊었던 부분을 같이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처음부터 나오는 얘기가 요즘 엄마들은 반기문 영어를 구사하길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백번 이해가 된다.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이 영어를 구사하는 것을 보고 발음이 이상하다느니 세련되지 않다느니 말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건 그러나 더 이상 논쟁거리조차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EBS에서 외국인들이 직접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의 영어를 듣고 매우 세련된 고급영어를 구사한다며 인정하는 장면을 봤기 때문이다. 세련된 영어 발음이 멋져 보일 수는 있겠지만 결국 잘하는 것처럼 보일 뿐 정말 잘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명확한 의사전달과 아름다운 문장구조에 있는 것이다. 유창하게 자신의 뜻을 전달하는 능력에 있어서는 상징에 가까운 분이라 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한 언어에 집중하는 것과 여러 언어를 공부하는 것 중에 어떤 것이 더 좋은가? 하는 질문에 한 언어를 깊게 공부하면 다른 언어도 이해하기 쉽고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프로그램 개발자의 답을 통해 간접적으로 외국어 공부에서도 먼저 자신 있는 언어를 확실하게 만들어 놓는 것이 활용하기에 훨씬 좋다는 얘기를 꺼냈다. 이 부분도 많이 공감이 되었다. 책 한 권을 천천히 읽으면서 예제 소스코드를 작성했다는 내용도 마찬가지.

영어 공부 역시 책을 여러 권 볼 필요 없이 1~2권을 읽더라고 천천히 내 것으로 만드는 편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 역시 지금 진급을 위해 영어는 가점을 다 채웠고, 배점이 높은 중국어 공부를 해볼까 하고 있었는데 역시 그냥 영어에 집중하는 것이 제일 낫지 않겠나 하고 생각을 고쳤다.
영어는 불친절하게 배워야 한다는 부분에서도 많이 반성했다. 예전만 하더라도 영어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자료가 많이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중고교 참고서 외에 영어로 된 페이퍼백 한 권 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적어도 내가 중고등학생 때까지는 그랬던 것 같다. 지금은 유튜브만 켜면 정말 많은 자료들이 존재한다. TBS eFM과 같은 영어방송도 있고, 팟캐스트도 넘쳐나고. 교재도 카메라로 QR코드만 찍으면 바로바로 연결되기 때문에 매우 쉽게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오히려 이럴 때일수록 더 불편하게 공부하고 불친절하게 배우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하나하나 떠먹여 주듯이 설명을 주는 것보다는 어렵더라도 영어만 쓰는 환경에 던져져야 호기심을 갖고 조금씩 공부해 나가기 때문이다. 사실 Script나 한국어 해석이 딸려 있는 자료로 공부하게 되면 나도 모르게 계속 눈이 그쪽으로 가게 된다. 이런 부분 때문에 아예 처음부터 일체 자료가 없는 영상이나 교재로 공부하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
마지막으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영어권 국가에서는 글씨를 읽고 쓰는 법을 익히게 되는 1학년 아이의 경우 소리 나는 대로 단어를 쓰며 작문할 것을 권장한다는 대목이었다. 잘 생각해 보니 이 방식이 맞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가 너무 어리면 스펠링에 자신이 없어도 편안하게 글을 쓰며 맞춤법보다는 아이디어 그 자체를 발전시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더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시기에 나는 주입식 교육과 암기로 받아쓰기를 소화하느라 바빴다. 틀리지 않는 게 제일 큰 목표였고, 여러 문제를 틀린 친구를 놀렸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 보면 뭔가 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드는데 왜 그때는 그런 생각을 한 번도 못 했던 걸까.

이상으로 나의 마지막 영어 공부에 대한 리뷰를 마친다. 현실적인 영어책이다.
영어 공부에 대한 로드맵을 잡아주는 책이고, 읽으면 바로 OPIC AL 등급을 얻을 수 있다거나, 토익 900을 돌파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책은 아니다. 그러나 시간이 없고,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는 영어 공부를 앞둔 사람이라면 최대한 효율적으로 가성비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여러 방면에서 도움이 되는 팁들이 있었다. 더 중요한 것은 영어 공부를 제대로 하는 방법을 이해하는 것이다.
'완벽하게'라는 강박관념을 버리고 본질에 집중하는 공부로 영어실력을 한 단계 더 높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 나 역시 이 책의 방법대로 계속 공부를 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