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 턴어라운드 - 기업 존망 위기에서 창사 이후 최대 실적으로
히라이 가즈오 지음, 박상준 옮김 / 알키 / 2022년 6월
평점 :
절판


오늘은 소니에 대한 책을 읽었다.

책은 매우 얇다. 그래서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몰입해서 하루 이틀 만에 다 읽었다.



소니. 지금 MZ 세대가 받아들이는 소니와 내가 느끼는 소니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어려서 소니 워크맨에 카세트테이프를 듣던 나에게 소니는 지금 세대들이 열광하는 아이폰, 맥북 이상의 느낌이었다. 어릴 적에 우리 큰아버지 댁이 굉장히 잘 살았는데 큰아버지 댁에 가면 거실에 소니 대형 TV가 있었다. 그렇게 소니 TV는 부의 상징이었다. 잘 생각해 보면 고급 TV 자체를 소니라고 불렀던 것 같기도 하다. 지금 스테이플러를 호키치스라고 부르듯이 그냥 브랜드 자체가 단어가 되어 버린 그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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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MZ 세대는 플레이스테이션이나 만드는 회사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느끼는지 모르겠지만 사실 소니는 전자제품 회사이다. AV 쪽으로 특화된 아주 강력한. 지금이야 게임을 중심으로 뮤직도 하고, 영화 산업도 조금씩 하고, EV(전기차) 사업도 뛰어들면서 다양한 방면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지만 그래도 많이 발전했다고 할 수 있다. 도무지 헤어 나올 수 없는 늪에 빠진 기분이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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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히라이 가즈오라는 소니 CEO 출신에 대한 이야기이다. 소니그룹 시니어 어드바이저. 1960년 도쿄 출생으로 아버지의 전근으로 인해 뉴욕과 캐나다 등 해외를 오가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 84년 국제 기독교 대학교 졸업 후 CBS 소니에 입사해 플레이스테이션 출시를 앞두고 게임 분야에서 일을 했다. 계열사 사원으로 입사해 소니 사장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렇기에 책이 더 재미있었다. 평사원 출신인데 CEO까지 올랐다니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소니가 세계를 호령하던 시절인데 말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책은 굉장히 재미있다.

히라이 가즈오라는 인물은 나름대로 다사다난한 성장기와 직장 생활을 거쳤으며, 해외에서 생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전통적인 경영방식에 대해서도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여러 부분 한국의 기업문화와 유사한 구석이 있기에 정말로 아무런 부담이나 거리낌 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다. 많은 부분에서 한국의 대기업 문화와 겹친다. 내기 유사업종에서 일하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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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에 얘기했지만 여러분들은 소니라는 기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생각할 것이다. 내가 생각해도 아직 축배를 들기에는 많이 이른 것이 현재의 소니다. 적자에서 턴 어라운드 한 것은 대단한 실적이지만 그 거대한 공룡이 지속적으로 수익을 기대하고 더 나은 미래를 그리기에는 아직도 멀었다.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고 이를 토대로 다시 전 직원이 공통의 꿈을 그리며 한 발짝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말이 쉽지 실제로 해보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조직이 무너지고 있는데 나 하나 잘 한다고 티도 나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유능하고 냉철한 CEO가 위에서부터 아래로 뼈를 깎는 고통을 나누며 쳐내려 가야 한다. 물론 이 책에도 그런 부분이 잘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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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본받을 만한 구절들이 일부 있어서 따로 정리도 하고, 또 히라이 가즈오라는 인물에 대해 감탄한 부분도 참 많았지만 기본적으로 그가 CEO까지 올라설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제품의 우수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영업사원들이 매번 하는 얘기다. 내가 취급하는 상품 자체가 우수하고, 1등이면 좀 해볼 만하겠는데 그게 아니라서 힘들다고. 히라이 가즈오에게도 어느 정도 통하는 부분이 있다. 소니가 모든 부문에서 다 1등이던 건 아니었다. 주력사업이던 전자 부문의 경우 계속해서 한국과 중국 업체들에게 밀리고 결국 동질의 제품을 가격만 가지고 경쟁. 이어서는 품질조차 밀리는 상황이 발생해 버렸다. 반면에 히라이 가즈오가 담당하던 게임은 플레이 스테이션을 계속 앞세워서 승승장구했고 분명 이런 영향이 히라이 가즈오를 CEO로 만들어준 부분이 크다고 생각한다. 결국 좋은 제품을 취급해야 한다. 그래야 가능성이 있는 싸움을 벌일 수 있다.



마음에 들었던 구절들을 정리하기 전에 책에서 조금 놀랐거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부분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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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반적으로 책의 진행이 상당히 빨랐다. 그 와중에는 이른 나이에 승진을 하거나 파견을 나가거나 하는 굵직굵직한 일들이 다수 있는데 너무 무미건조하게 설명해서 놀랐다. 사실 대단한 일들이다.


- 35세의 나이에 히라이 가즈오가 SCEA의 사장이 된다. 나보다도 한참 어리네. 일단 처음에는 히라이 가즈오의 완곡한 거절로 인하여 부사장 겸 COO 직함을 달게 되지만 굉장히 이른 나이에 임원의 자리에 앉게 된다.


- 나도 몰랐는데 1991년 닌텐도와 제휴를 대대적으로 발표하기로 되어 있었는데, 발표 며칠 전 갑자기 닌텐도가 제휴 파트너를 소니에서 네덜란드 필립스로 변경한다고 통보한다. 뭐 업계에서는 종종 일어나는 일이지만 닌텐도도 너무 했네. 어쨌든 그 후로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은 명실공히 1등이 되고, 닌텐도의 wii는 뭐...


- 플레이스테이션 3의 비용 절감 이야기가 나온다. 나도 처음에 이거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6만엔 대에 출시가 되었다가 2만엔 정도를 절감하여 4만엔 대로 차세대 플스 3를 내놓았던 것 같다.


- 소니의 VAIO 노트북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었는데 VAIO PC 사업을 매각한 장본인도 바로 이 히라이 가즈오였다. 굳이 그렇게까지 했어야 하나? 잘 팔리는데..라고 생각했지만 PC의 성능을 결정하는 OS와 반도체를 타사의 조달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었다는 설명을 들으니 한 큐에 이해가 되었다. TV와 같은 차별화는 불가능한 것이다.


- 실질적으로 팀의 수장이었던 본인이 본사에서 온 파견자 소속이라서 SCEA 직원들에게 확신을 줄 수 없다고 느끼자 소니뮤직 본사에서 퇴사하고 SCEA 소속으로 이적했다. 실패하면 그도 잘린다. 소니뮤직으로 되돌아간다는 선택지를 스스로 지워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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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 마음에 들었던 구절이나 인상 깊었던 부분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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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재원 부모들은 흔히 이런 환경에 놓인 자녀를 보며 "처음엔 힘들어 보였는데 역시 애들은 말을 빨리 배운다"라고들 말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 시간이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다고 느낀다. 나도 그랬다.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하는 고통을 겨우 여섯 살 나이에 지겹도록 맛보았다. -3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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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U(국제 기독교 대학교)에서 얻은 최대의 깨달음은 '나는 아는 게 없다'라는 것이었지만, '나는 알고 있다고 여기지는 않았는가'라고도 자주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훗날 경영자가 되고 나서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해라'라고 스스로를 타이르는 습관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다. -4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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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EA 때는 아직 서툴렀지만, 이때에도 그리고 그 후에도 절대로 바꾸지 않았던 경영자로서의 대원칙이 있다. 그것은 어려운 판단이 될수록, 특히 마음이 아픈 판단이라면 그것만큼은, 경영자가 스스로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장면에서 도망간다면 리더가 될 수 없다.

나는 자주 관리직 간부들에게 "만약 부하들이 선거를 한다고 해 봅시다. 당신은 당선될 자신이 있습니까?"라고 묻곤 했다. 물론 나 자신에게도 말이다. -8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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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에 관해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 중에는 포터블 오디오와 비디오카메라의 개발 비화가 있다. 물을 채운 통에 시제품을 넣으면 부글부글 거품이 나온다. 그걸 보고 "아직 여분의 공간이 있잖아!"라며 한계까지 소형화에 매달렸다는 얘기다. -11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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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한 미국 대기업 소매점이 플레이스테이션을 구입하면서 지불 기간 연장을 신청했던 적이 있다. 우리 SCEA는 신청을 불허하고 출하를 정지시켜 버렸다. 그러자 전자 부문의 세일즈 담당자로부터 "왜 출하를 정지시키는 거야!"라는 클레임이 왔다. (중략) 우리는 무슨 말을 해도 약속대로 지불하지 않는 한 출하 정지를 풀 수 없다고 버텼다.

그 밖에도 플레이스테이션과 가전제품을 세트로 팔자는 판촉 캠페인이 들어오는 경우도 많았지만 플레이스테이션 입장에서 메리트가 없는 제안은 모조리 거절했다. (중략)

아무래도 회사에 메리트가 없는 일이나 잘못이라는 생각이 드는 일에 대해서는 의연하게 'NO'라는 주장을 굽히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12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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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는 멈추지 않는 적자였다. 내부 논리가 앞선 결과다. 이 악순환의 사슬을 끊어야 한다.(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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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내가 해? 아직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어떻게든 되잖아."

이것이 그때까지 소니의 숨김없는 본심이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즉, 문제를 뒤로 미루는 것이다. 그 누구도 '악역'을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은 아닌가...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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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문제를 방치하고 우리까지 뒤로 미루면, 직원들도 머리로는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직은 괜찮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는 위기감이 현장에까지 전파되지 않는다. 우리 매니지먼트 팀으로서는 더 늦기 전에 행동으로 보여 줄 필요가 있었다. -19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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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책은 매우 재미있었다.

뭐 잘나가는 기업들도 많은데 소니 같은 한물간 기업들 스토리까지 알아야 되냐?라고 생각하는 분들은 안 읽어도 된다. 하지만 나는 애플이나 테슬라, 페이스북에 대한 책보다 배울게 많았던 것 같다. 그리고 뭐 공감대를 많이 느껴서 그런가 별로 유머러스한 책도 아닌데 묘하게 재미있었다.


사실 개인적으로도 소니의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책에 자랑스러운 소니의 신제품들을 일부 소개하는데 지금 시점에서 볼 때는 사실 고객이 안 살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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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니라는 글로벌 기업이 가진 저력과 7조 적자를 다시 턴어라운드 한 방법만으로도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한 번쯤 읽어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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