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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부동산 사기꾼에 당할 수밖에 없는가?
김하진 지음 / 밝은강 / 2022년 6월
평점 :
제목부터가 안타깝고 눈물겹다.
그렇다. 제목에서도 눈치챌 수 있듯이 저자는 이미 부동산 사기꾼에게 당해 버렸다.
아... 하지 말아야 할 부동산의 양대 산맥이라면 '지역주택조합'과 '분양형 호텔'이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그래도 분양형 호텔이 지역 주택조합보다는 낫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었다.
왜냐하면 어쨌든 건물이 완성은 되니까. 지역 주택조합의 경우 무한정 추가 분담금이 오르는 기적을 경험한 사람들이 하도 많고, 내가 지금 들어가 있는 일부 단톡방은 지역 주택조합을 언급조차 할 수 없도록 해놓는 게 룰이다.

아니 그런데 분양형 호텔도 이 정도로 힘든 줄은 몰랐다.
읽다 보면 이게 진짜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인지 소름이 끼친다. 원래 이 책을 읽기 시작한 동기는 경매 물건에 분양형 호텔 물건들이 쏟아지고 있어서 그걸 어떻게 줍줍해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동기였다. 솔직히 책을 읽고 나니 한동안 그쪽으로는 관심을 두지 않을 것 같다만 또 모르지. 어쨌든 공부를 해서 나쁠 건 없으니. 하지만 이렇게 극악무도한 사람들이 대한민국에 살면서 버젓이 사업을 하고 있다니 놀랍고 분하다.

저자인 김하진 님은 뉴욕의 파슨스 스쿨 오브 디자인에서 우등 졸업한 후 일본으로 유학하여 국립 츠쿠바 대학교에서 예술학 석사를 받은 후, 귀국하여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에 진학, 디자인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디자인 전공 대학교수로 임용되어 재직하던 중, 분양받은 수익형 호텔에서 일어나는 부조리에 맞서 앞장서 싸우다가 만성통증이 악화되어 모든 사회생활을 접기에 이른다. 지금 이 내용이 전부 책의 안내표지에 쓰인 내용인데, 처음에는 나도 굳이 사회생활을 접을 필요까지야 있나 싶었는데. 다 읽고 나니 충분히 그러고도 남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책이 마음이 불편해져서 더 읽기가 어려울 정도로 사기꾼들의 행동이나 수법이 역겨웠다. 이 내용을 책으로 정리하신 것도 대단한 일이다. 책에서도 또 실명과 행태가 계속 거론되기 때문에 끝없이 상대편으로부터 소송을 당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을 내신 저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제 본격적으로 이 호텔과 저자의 싸움에 대해서 이야기하겠다. 저자는 2015년 명동에 있는 한 분양형 호텔을 분양받았다. 그 이래로 저자는 토끼 구멍에 빠진 엘리스 같은 삶을 살아왔다. 도저히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났다고는 믿기 어려운 일들인데 내용은 대강 이렇다. 명동 L 호텔은 4대 일간지에 대대적으로 광고를 하며 호텔을 100% 완판 분양시켰는데 그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확정 임대수익 연 7%를 10년간 준다. 연금처럼 받아라.
임대보증금 대신 빌딩 1~3층을 근저당을 해주니 안심하고 분양받아라.
호텔 운영을 유명 S 호텔전문 운영사에게 맡기니 안심해라.
지하에 세계적 유명 백화점인 U 백화점이 입점 확정이다.
그러나 모두가 기대하던 장밋빛 미래는 무참히 깨졌다. 그것도 분양이 끝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부터.
우선 약속했던 임대료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석 달은 영업준비 기간으로 4%만 준다고 했다. 그러나 약속된 임대료는 나오지 않고 이런저런 핑계만 나왔다고 한다.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호텔 소유자들은 임대인, 즉 갑임에도 불구하고 철저하게 시행사 대표에게 갑질을 당하게 되었다. 뒤늦게 사람들이 대표와 시행사에 대해 찾아보기 시작했고, 그 리서치한 내용을 SNS 상에서 사람들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이제 임대료는 점점 줄어들다가 결국 안 나오게 될 것이라는 경고를 들었고, 이 경고는 슬프지만 당연한 수순으로 현실화되었다.

저자는 그간 나름대로 다이내믹한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오산이었다. 호텔은 소유자만 500여 명이었는데 같은 부동산을 샀다는 것 외에는 접점 자체가 거의 없었다. 처음에는 함께하며 적극적으로 발언하던 사람 중에서 변절자가 등장해 시행사 대표를 만나 친 대표파가 되기도 하는 등 별의별 일들이 일어났다. 정체 모를 남자가 저자의 학교로 전화를 하며 협박 비스무리한 전화까지 오니 저자의 스트레스는 어마어마했다. 이 와중에도 소유자 카페에 내가 병원에 입원했고 머리를 여는 수술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니, 오히려 조롱 섞인 말을 하는 사람이 보이질 않나 이곳은 정상적인 사람이 속할 세상이 아니었다.
분양형 호텔의 소송에서 앞장선다는 것은 정말 극악 난이도의 일이었다. 일단 상대는 공권력과 커넥션이 있는 것으로 보였다. 저자가 시행사 측 관리 직원들을 몰아내고 새 관리인과 계약한 관리 회사가 관리 업무를 시작하자, 계속 N 경찰서에서 끊임없이 돌아가며 들이닥쳤다. 결국 관리 회사 직원 중에 폭력 전과가 있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것을 빌미 삼아 관리 회사 사장에게 나가지 않으면 처벌을 하겠다고 하여 시행사 측 관리 회사가 다시 밀고 들어온 것이다. 관리소 사건은 첫 전쟁이었고, 처절한 패배로 끝이 났으며, 크나큰 상처와 후유증만을 남겼다. 이 일은 나중에 약정 수익금 안 준다고 조직폭력배들이 도리어 점거 난동을 벌인 것으로 기사가 나고 두고두고 시행사를 정당화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시행사는 계속해서 법을 가지고 놀았다. 관리소 영업 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는데 변호사는 저자가 질 수가 없는 소송들이라고 했다. 다툴 여지도 없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들의 가처분 신청은 한 달, 두 달, 넉 달, 반년이 지나도 결과가 나오지를 않았다. 가처분 신청한 지 1년이 지나도 재판부는 결정을 내리기 않았다. 여기저기 물어봐도 이런 사례는 본 적도 없다고 한다.
이 이후로도 저자와 계약자들은 복수 영업허가를 얻어 호텔을 정상적으로 운영해 보려 했으나, 어마어마한 방해 공작에 매일을 전쟁 같은 나날을 보냈다. 인고의 시간이었다. 그 와중에 관리인인 변호사가 변절하고 소유자들은 끝없이 분열하며 내부적으로도 힘들고 고된 일상이 계속 되었다. 해결된 것은 없고 소유자들은 저마다의 주장에 빠져 도무지 단합이라는 것이 안 되었다. 벽에 대고 얘기를 하는 것 같았고 오히려 저자를 의심하기도 했다. 호텔 측은 계속해서 비정상적인 영업 행위를 이어갔다. 엄연히 분양자들의 소유인 호텔의 옥상에서는 결혼식을 진행했다. 나름 루프탑 웨딩홀로 인기가 좋았나 보다. 내가 하도 신기해서 검색을 해보니 책에서 얻은 몇 가지 힌트로 호텔과 웨딩홀을 금방 찾을 수 있었다. 검색해서 보자마자 아. 여기가 거기였어? 하는 곳이다. 시행사 측이 운영한다고 하는 웨딩홀도 마찬가지. 아름다운 사진들로 예쁘게 장식된 블로그들을 보고 있으면 과연 여기가 지옥 같은 그 호텔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정말 기가 막혔다.

책을 통해서 깨달은 것은 역시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 그리고 끊임없이 의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확정수익 7%는 그 당시 금리 등을 감안했을 때 사기에 가까운 수익률이라고 보기는 어려웠지만 여기까지 계산해서 문구를 짜왔는지도 모르겠다. 수익형 부동산에 솔깃한 사람들이 많은데 신규 상가 분양이라든지 수익형 부동산이라든지 이런 상업용 부동산에 뛰어들기 전에 한번 이 책을 읽어본다면 더더욱 조심하며 계약을 진행하고 각종 부조리와 사기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책에 나와 있는 모든 부조리를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구청, 경찰서 등 공권력과의 커넥션이 상당하다. 계약을 하는 순간 이미 기울어진 시소 위에서 싸우는 셈이다. 그 단계까지 가지 않기 위해서는 계약 자체부터 하지 말았어야 한다. 일단 적어도 부동산 계약만큼은 신중을 기하도록 하자. 특히 그것이 신규 분양이라면 더더욱!
* 최초 서평을 올렸다가 영 찜찜한 기분이 들어서 분량도 대폭 줄이고, 불필요한 실명도 전부 삭제했다. 이렇게 자기검열까지 해가며 쓰는 서평은 또 처음이네...
